사바나왕도마뱀인 내가 처음 한국에서 발견됐을 때 1m가 넘는 크기였어. 이렇게 야생동물은 각자 고유의 습성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호기심에 키웠다가 키우기 어려워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크고 사나워서 버려진다
“처음엔 손바닥만큼 작고 귀여워 호기심에 덜컥 분양받아요. 그런데 크기가 커져 50cm 정도 되면 아파트 안에서는 키우기 쉽지 않아 버리죠.”
파충류 보호시설에서 새끼 설카타육지거북을 손으로 든 국립생태원 강규호 연구원이 성체가 된 설카타육지거북을 보며 설명했어요. 야생동물이 버려지는 대표적인 이유는 너무 커지거나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강 연구원이 가리키는 거북도 등껍질 길이만 70cm이고, 무게는 35kg이라 사람이 들기 쉽지 않았어요.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야생동물 중 버려지거나 몰래 들여온 동물은 국립생태원에서만 보호할 수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CITES동물 보호시설에는 2022년부터 매년 270마리 이상의 동물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2024년에는 430마리나 왔지요. 그 외에 버려지는 야생동물은 국립생태원의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로 매년 20여 마리 정도 들어오고 있어요.
자유롭게 키울 수 있었던 야생동물, 라쿤은 타고난 습성 때문에 버려졌어요. 라쿤은 호기심이 많아 주변 구조물을 다 물어뜯어요. 한번 물어뜯기 시작하면 천장까지 엉망이 되죠. 국립생태원 신수정 계장은 “라쿤 고유의 습성인데 사람들 눈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어요. 이어 “사납거나 사고를 많이 친다는 이유로 버려지면서 라쿤 보호소는 늘 가득 차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유기 외래 동물 발생 현황
우리나라 생태계를 위협한다
다른 나라에서 들여온 야생동물은 보통 풀숲이나 길가에 버려져요. 야생에서 살던 동물이라 그냥 바깥에 풀어줘도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야생동물이 우리나라 자연에 버려지면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바로 우리나라 고유 동식물에게 감염병을 일으키는 거예요. 우리나라 고유종은 이들이 갖고 있는 감염병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에요.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덩치가 큰 야생동물이 우리나라에 사는 작은 동식물을 쉽게 잡아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들을 먹는 더 큰 천적이 우리나라에 없으면, 우리 고유 생물들이 계속 먹혀 결국 고유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어요.
1985년, 모피를 만들기 위해 남아메리카에서 들여온 뉴트리아가 그 예입니다. 남아메리카에는 재규어나 악어처럼 뉴트리아를 잡아먹는 천적들이 살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천적이 없었습니다. 삵이 어린 뉴트리아를 잡아먹긴 하지만, 성체가 된 뉴트리아는 덩치가 커 잡아먹지 못해요. 우리나라에서 키우다 버려진 뉴트리아는 습지 식물을 마구 먹어 2008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됐어요.
백색 목록으로 지정된 야생동물이더라도, 생태계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청주대학교 동물보건복지학과 마승애 교수는 “이 동물들이 우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연구가 다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