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열 살배기 나무야. 나도 이웃 왕할머니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고 싶은데, 할머니 나무가 말하기를 요즘 나무들이 살기가 팍팍하다고 해. 대체 무슨 일일까?
요즈음 오래된 나무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어. 극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건물을 새로 지을 때마다 옮겨지다가 다치기도 하지. 울진에서 들려온 긴급 소식부터 들어 봤어.

폭설과 폭염에 시달린 대왕 소나무
경상북도 울진군 소광리 안일왕산 꼭대기에서 600년을 살아온 ‘대왕 소나무’가 기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일 년 내내 무성했던 녹색 솔잎은 온데간데없고, 잔가지 끝의 솔방울과 솔잎이 회색을 띠면서 사라지고 있지요.
대왕 소나무의 건강 상태가 나빠진 건 폭염이 심했던 2024년 7월 처음 확인됐어요. 9월 현장을 찾은 국립산림과학원 박고은 연구원은 “사람 몸보다 큰 가지가 떨어져 있었고, 남은 가지 중 일부는 메말라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어요. 대왕 소나무는 앞서 2024년 2월 폭설로 인해 큰 가지가 부러졌어요. 그런데 봄에는 가뭄이, 여름에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뿌리가 땅속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고, 결국 회복하지 못한 거예요. 박고은 연구원은 “기후 변화로 폭설과 가뭄 등 극한 날씨가 더 자주, 강하게 발생하면서 나무가 수분 스트레스를 겪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대왕 소나무는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예요. 과거 이 지역엔 크고 오래된 나무가 많았지만,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졌어요. 대왕 소나무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베어지지 않고 살아남았지요. 녹색연합 서재철 전문위원은 “대왕 소나무를 비롯한 금강소나무가 죽어 가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 앞으로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주례동 회화나무의 과거와 현재


돌아온 회화나무, 불에 타다
부산시 사상구 감전동 사상 근린공원에는 검게 그을린 흔적이 있는 회화나무 한 그루가 있어요. 이 나무는 한때 키가 15m 넘는 우람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키가 3m 남짓에 불과하지요. 600살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원래 살던 동네인 주례동이 재개발되면서 2019년 2월 뿌리와 줄기가 절단된 채 경남 진주의 한 농장으로 옮겨졌어요. 동네의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건물을 짓고자 재개발을 추진하던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된 거예요.
그 후 회화나무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2022년 2월 주례동 바로 옆 동네인 감전동으로 다시 옮겨졌어요. 그런데 나무를 감싸고 있던 철제를 해체하기 위해 용접을 하던 중 불똥이 나무 몸뚱이로 붙어 불이 크게 났어요. 다행히 현재 회화나무는 살아 있는 상태예요. 2023년 4월 사상구청의 현장 점검 결과, 회화나무에서 새로운 잎과 가지가 자라난 것이 확인됐어요.
하지만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겨우 목숨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어요. 이 나무는 2019년 진주로 옮겨질 때 뿌리 대부분을 잘라냈어요. 얼마 남지 않은 뿌리의 힘으로 나무의 극히 일부만 살아 있는 상태지요. 김동필 교수는 “크고 오래된 나무를 이식할 때는 뿌리가 훼손되지 않도록 옮길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무자비하게 이식된 것이 아쉽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