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특집] 산양은 울타리가 싫어!

▲한상훈

 

▲어린이과학동아
ASF 울타리에 붙어 있는 안내문. 전국에 설치된 ASF 울타리의 총 길이는 3000.5km다.

 

울타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울타리만 있는 게 아니에요. 도로변의 가드레일이나 낙석방지망도 모두 야생동물의 이동을 차단하는 울타리 역할을 하지요. 울타리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모든 울타리가 야생동물에게 위험한 걸까요?

 

[취재 노트#2] 인제군 진부령 

오전 8시 44분, 설악산국립공원 야생동물 이동 통로인 진부령 생태통로에 갔다. 낮은 언덕을 올라 도착한 생태통로는 ASF 울타리로 온통 막혀 있었다. 단 2개뿐인 생태통로를 찾아 온 설악산 산양이 마주했을 풍경이 이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어린이과학동아

 

질병 막기 위해 세운 임시 울타리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돼지에게 감염되는 질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에 처음 보고됐어요. 바이러스를 통해 전파되며, 치사율이 매우 높아 멧돼지의 생태와 돼지 농가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어요.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2019년 전국 곳곳에 총 길이 약 3000km의 울타리를 설치했어요. ASF에 걸린 야생 멧돼지가 이동하면서 다른 지역에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울타리를 설치한 뒤로도 ASF는 계속 퍼져 나갔어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56건을 시작으로 매년 700~900여 건의 ASF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요. 게다가 멧돼지를 막으려 했던 울타리가 다른 야생동물들을 고립시키면서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지요. 강원대학교 수의학과 박선일 교수는 전면적인 울타리 설치가 ASF를 차단하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이었다고 지적했어요. 

 

“멧돼지는 제자리에서 170cm 정도를 뛸 수 있어요. 그런데 설치돼 있는 ASF 울타리는 150cm 정도로 낮지요. 또 멧돼지는 돌파력이 아주 강해 울타리가 흔들리면 안 되는데, 흔들리는 울타리가 아주 많아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한 계획을 세우고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엉터리’ 울타리였던 셈이에요.”

 

생명다양성재단 성민규 연구원 역시 “방역 울타리는 아주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완전히 폐쇄할 때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세계 어디에도 수천 km 길이의 방역 울타리가 설치된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지요. 독일, 불가리아 등 해외 방역 울타리는 우리나라에 비해 길이가 짧고 감염체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국경을 중심으로 설치됐어요. 하지만 이마저도 이동차단효과가 증명된 바가 없어 비판을 받았지요. 질병 생태학을 연구하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환경 및 진화 센터 아틀 미스테루드 교수는 2019년 “방역 울타리가 질병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어요. 그러면서 “감염을 막기 위한 종과 그렇지 않은 종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증거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국내외 방역 울타리 총 길이

 

▲어린이과학동아
따뜻한 곳에 쌓인 산양 똥.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몰려 있다.

 

▲동아 DB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5년 2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3호) 정보

  • 박현선

🎓️ 진로 추천

  • 수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