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산양이 떼죽음을 당한 건 1~5월 사이였어요. 눈이 많이 오고 땅이 얼어 있기 때문이었지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번 겨울에 잘 대처해야 해요. 어떻게 하면 산양을 구할 수 있을까요?
[취재 노트#3] 화천군 해산령
오후 12시 50분, 산양 먹이 보급대에 찾아갔다. 주변의 눈은 발자국 없이 깨끗했다. 보급대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 산양 사체가 있었다. 산양에게서 아무런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폐사체의 92%가 탈진, 기아로 죽었다는 통계가 떠올랐다.

산양을 살리는 골든타임
산양 떼죽음 사건 이후, 2024년 10월 27일 환경부는 ASF 울타리 일부를 개방하고 먹이를 제공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어요.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강인숙 사무관은 “기존 21개 개방 지점에 23개 구간을 추가로 개방했다”며 “산양의 고립과 죽음을 막기 위해 쉼터를 마련하고 먹이 보급대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추가 개방 구간까지 더해도 울타리가 열린 길이는 총 176m로 전체 울타리 길이의 0.006% 정도로 짧아요. 먹이 주기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요. 먹이를 줘서 즉각적으로 산양들을 구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연 생태계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야생동물이 인간이 제공하는 먹이에 의존하게 되면 자연스러운 먹이 찾기 능력을 잃을 수 있어요. 또 먹이 주기 장소에 야생동물이 몰리면 침 등의 분비물을 통해 오히려 질병이 전파될 위험도 있지요.


야생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
산양의 떼죽음 원인이 ASF 울타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 산간 지역은 도로가 많고 낙석 방지망, 군사용 철책 같은 차단막이 많아서 원래 이동이 어려워요. 야생동물에게 이동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에요. 야생동물은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찾고, 영역을 확보하고, 다른 개체군을 만나 번식해요. 그래서 도로 같은 인공물을 만들 때는 생태통로 등 야생동물의 이동을 고려해야 해요. 잘 만들어진 울타리는 오히려 로드킬로부터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안전한 길로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요.
조사에서 막바지로 향한 곳은 화천군 평화의 댐이었어요. 평화의 댐에서 보이는 백암산은 군사 지역이라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데, 산양은 물론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사향노루도 살고 있어요.
정인철 사무국장은 “산양을 보호하려고 쉼터와 먹이 보급대를 설치한 국립공원보다 군사지역처럼 인간 개입이 거의 없는 ‘방치된’ 산에 산양이 훨씬 많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인간이 생각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이 야생동물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