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체픈게티 선수가 신기록을 세우자, 그녀가 신은 신발에 전 세계가 주목했어. 마라톤 선수가 신는 운동화는 평범한 운동화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라톤 선수가 신는 신발을 전격 해부해 보자고!
충격은 줄이고, 반발력은 높이고!
마라톤 선수들은 발로 땅을 박찰 때 생기는 ‘지면 반발력’을 활용해 앞으로 나아갑니다. 땅을 디딜 때 땅 역시 같은 크기의 힘으로 발을 밀어내는데, 이 힘을 활용하면 에너지를 덜 쓰고도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지면 반발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발을 땅에 닿았다가 떼는 동안 엄지발가락 부근의 관절이 구부러지는데, 이때 발에서 에너지의 일부가 흡수되거나 손실되기 때문이지요. 또,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발을 착지하면 몸무게의 2~3배에 달하는 압력이 발에 전해집니다. 발을 통해 하체의 특정 부위에 충격이 반복적으로 전달되면 피로가 쌓여 다칠 수 있어요.
그래서 러닝화는 발이 땅에 닿을 때 충격을 줄이고, 땅을 밀어낼 때 반발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했어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신발의 바닥과 발 사이의 부분을 스펀지 같은 재질의 ‘폼’으로 채웁니다. 폼은 완두콩 크기만 한 발포제● 수백 개에 열을 가해 하나로 합친 물질로, 근육이나 관절 대신 충격을 흡수해 부담을 줄여 줘요. 나이키 등 일부 회사는 신발에 공기주머니를 넣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합니다.
최근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탄소 섬유판이에요. 탄소 섬유는 강철보다 단단하면서도 무게는 가볍고, 외부 충격에 쉽게 변형되지 않아 발을 안정적으로 받쳐줘요. 특히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도록 도와서 지면 반발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지요. 2018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통합생리학부 연구팀은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운동화를 신은 선수의 호흡과 심박을 분석한 결과 다른 운동화를 신을 때보다 약 4% 에너지를 덜 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신발이 기록에 영향을 주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0년 세계육상연맹은 새로운 신발 규정을 도입했어요. 탄소 섬유판은 1개만 넣을 수 있으며, 신발 바닥과 발 사이의 두께는 40mm로 제한했지요. 또 특정 선수를 위해 제작된 신발이 아닌 누구나 살 수 있는 신발이어야 해요. 박상균 교수는 “신발이 선수의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것 이상으로 에너지를 추가로 공급한다면 공정성을 해친다고 본다”며 “신발 사용의 기준을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용어 설명
●발포제 : 플라스틱이나 고무 등과 반응해 기포를 만들어 내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