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라는 긴 거리를 짧은 시간 안에 달려야 하는 극한의 스포츠, 마라톤! 지난 10월, 케냐의 한 선수가 여자 마라톤의 한계로 알려진 ‘2시간 10분’ 벽을 깨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어.
게티이미지코리아
케냐의 루스 체픈게티가 10월 13일 2024 시카고 마라톤 여자 부문에서 2시간 9분 56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뻐하고 있다.
‘2시간 10분’ 벽을 깨다!
지난 10월 13일, 케냐의 루스 체픈게티 선수가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어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4 시카고 마라톤 대회에서 루스 체픈게티 선수는 2시간 9분 56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습니다.
그간 여자 마라톤 선수가 2시간 10분 내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건 어렵다고 여겨졌어요. 긴 거리를 빠르게 달리려면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양의 산소를 마셔 온몸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해요. 또, 피로와 관련된 물질 젖산이 혈액에 덜 쌓여야 지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지요. 1999년 운동 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는 이러한 요인을 분석해 인간 마라톤 기록의 한계를 1시간 57분 58초로 추정했어요. 2017년, 여성의 최대 산소 섭취량이 남성보다 10~12% 적다는 점을 고려해 여자 마라톤의 한계를 약 2시간 10분으로 추정했지요.
그런데 최근 5년 사이 여자 마라톤 세계 기록은 급격히 단축되며 2시간 10분에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2003년 폴라 매드클리프 선수가 세운 2시간 15분 25초 기록은 무려 16년 동안 유지됐어요. 그러다 2019년 브리지드 코스게이 선수가 2시간 14분 4초로 기록을 깬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올해 루스 체픈게티 선수의 기록으로 오랜 기간 여자 마라톤의 한계로 여겨진 ‘2시간 10분’이라는 벽이 깨졌답니다.
신발이 마라톤 기록 앞당겼다?
여자 마라톤 기록이 빠르게 단축된 이유 중 하나로는 러닝화가 꼽힙니다. 2021년 세계육상연맹 스테판 베몬 박사는 2012~2019년 전 세계 남녀 육상선수들의 최고 기록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 달리기용 신발 ‘베이퍼플라이 4%’가 등장한 2017년부터 마라톤 기록이 크게 단축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스테판 베몬 박사는 “특히 여성 마라톤 선수 기록이 약 2분 10초 단축돼 변화가 두드러졌다”고 말했어요.
신발은 마라톤 선수에게 중요한 장비예요. 마라톤은 오랜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해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단거리 달리기와는 달리 걸음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과 박상균 교수는 “신발은 땅과 가장 자주 닿는 부분”이라며 “신발의 구조와 소재가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디다스 러닝 X
2023년 에티오피아의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 11분 53초 기록을 세우고 자신이 신은 신발을 들며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