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을 세운 선수가 신는 신발이라도, 내 발과 맞지 않으면 신발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 사람마다 발 모양과 걷거나 뛰는 습관이 조금씩 다르거든. 요즘 스포츠 선수들은 부상을 줄이고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발 모양과 자세에 맞는 깔창을 제작해 신는단다.
모든 발은 독특하다?
발은 저마다 특징이 달라요. 걷거나 뛸 때 발이 안쪽으로 기우는 사람도 있고, 발이 바깥쪽으로 기우는 사람도 있어요. 여성의 발은 대체적으로 남성의 발보다 폭이 좁고, 발꿈치의 폭이 발 앞부분에 비해 좁은 경향이 있어요. 자기 발 모양과 걸음걸이에 맞지 않는 신발을 고르게 되면 발에 피로감이 쌓여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1987년 아디다스 연구팀이 660명의 달리기 선수의 신발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발을 잘못 선택해서 생기는 부상 확률이 44%로 나타났어요.
“이 정도면 재활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뛰는 동안 뒤꿈치 바깥에 힘이 쏠려서 발바닥 안쪽이 들리네요. 뒤꿈치를 잡아주는 단단한 신발을 신는 게 좋겠어요.”
10월 28일, 기자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기업 ‘피츠인솔’을 찾았어요. 피츠인솔은 발의 형태와 보행 패턴을 분석해 맞춤 깔창을 제작하는 기업이에요. 1997년 2시간 26분 12초로 한국 여자 마라톤 신기록을 세운 권은주 감독을 비롯해 2024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20여 명의 선수가 다녀갔지요. 피츠인솔 채경훈 대표는 “선수마다 종목이 달라 보행 방식, 특정 동작 시 압력을 받는 발바닥 위치 등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오랫동안 부상 없이 활동한 선수들의 데이터와 비교해 선수의 발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맞춤 깔창을 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가 보행 분석기 위를 3분간 걷자, 기기 화면에 측정 결과가 나타났어요. 이 장치는 1만 2000개의 센서를 활용해 발바닥의 위치별로 어느 정도 크기의 압력을 받는지 등을 측정하고 위치별 부상 위험도를 분석한 뒤 깔창의 단단한 정도와 높이를 설계해요. 압력을 과하게 받는 부위는 단단하게 만들어서 특정 부위의 근육에 힘이 실리는 것을 막아주지요. 채경훈 대표는 “좋은 신발이란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이라며 “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좋은 신발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RunRepeat
여성의 발은 남성의 발보다 폭이 좁고, 발꿈치의 폭이 발 앞부분에 비해 좁은 경향이 있다.
_ 인터뷰
채경훈(피츠인솔 대표)
“세상에 나쁜 발은 없어요.”
Q. 어린이의 발은 성인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어린이의 발은 근육과 인대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여서, 성인보다 발이 유연하고 쉽게 구부러져요. 물렁물렁하거나 푹신한 신발을 신으면 발의 형태가 쉽게 변형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하지요. 유소년 선수들도 운동 중 발이 아프다며 피츠인솔을 자주 방문하고 있어요. 어린이의 발 근육이 제 위치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맞춤 깔창을 제작해요.
Q. 보행 분석 데이터가 어떤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요?
2022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등 네 기관과 협업해 시각장애인 50여 명의 보행 패턴을 측정했어요. 그 결과, 시각장애인이 걸을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아 있는 시간이 비장애인에 비해 길다는 사실을 발견했지요. 이렇게 걸을 경우 발목 부상과 허리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깔창을 개발해, 제작 준비 중입니다. 보행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집해 운동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더 오래, 건강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