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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보물을 찾는 사람들

토끼와 거북, 무턱대고 내려와 용궁을 침입하는 게 아니라 꽤 전문적이더군.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거친 바다에 적응하며 보물을 건져 올리는 이들이 새삼 궁금해졌어. 나 용왕이 이들을 직접 만나봤네.

 

 

Q. 갯벌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발굴하는 걸 봤네. 

 

해남선의 발굴 조사는 조간대에서 진행됐어요. 조간대는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겨 있다가, 간조 때는 물이 빠져나가 땅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해남선이 발견된 해남 송지면 송호리 조간대는 땅이 드러나는 시간이 하루에 1시간, 한 달에 4~5일뿐이었어요. 그래서 밀물로 물이 차오르면 잠수복을 입고 수중 조사를 하고, 썰물로 물이 빠지면 육상 조사를 했죠. 물이 언제 들어오고 빠지는지를 살펴 조사한 끝에 안전하게 발굴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Q. 내 용궁이 들키지 않고 이렇게 오래 버틸 줄은 몰랐어.

 

발견 당시 해남선은 썰물로 바닷물이 빠지면 일반 시민들도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어요. 하지만 그 지역에서 30~40년 동안 생활했던 주민들조차 선박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최근 방파제가 지어지면서 해양 환경이 변화해 해남선이 모습을 드러낸 거죠. 

 

해남에서 고선박이 발굴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으로 해남 송호해수욕장 인근 해역을 조사해 해남선에서 쏟아진 유물들이 있는지 확인할 거예요. 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은 1597년 이순신 장군이 지휘한 함척 12척이 일본 함선 133여 척을 격퇴했던 명량해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해요. 해남 앞바다를 더 조사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지요.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유물이 있나?

 

2010년 충남 태안 마도에서 발굴했던 마도2호선 안에서 청자 매병 2점을 발견했어요. 매병에 달린 대나무 조각인 죽찰에는 “개경의 도장교 오문부에게 참기름과 꿀을 담은 매병 ‘준(樽)’을 보낸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죠. 이전에는 매병이 꽃을 담는 용기 정도로 여겨졌는데, 문구를 통해 고려시대 사람들이 매병을 준이라고 불렀다는 사실과 매병이 참기름과 꿀 등을 담는 생활 용기였다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어요. 이후 매병 2점과 죽찰은 보물로 지정됐습니다. 고고학자로서 기존의 역사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했다는 점이 뿌듯했죠. 

 

 

Q. 난파선을 그토록 찾아다니는 이유가 뭔가? 

 

난파선은 배가 가라앉은 순간 그대로를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나 마찬가지예요. 고위 관직자에게 바칠 고급 보물부터, 선원들이 배 위에서 쓰던 물건까지 다양하게 발견되죠. 

 

하지만 바다에서 난파선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셈이에요. 유물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넓디넓은 바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죠. 또, 신고를 받고 출동해도, 유물이 그 자리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해류에 의해 유물이 이동할 수 있거든요. 바다에 나갈 때마다 역사책을 새로 쓸 만한 파격적인 유물이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허탕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아주 가끔 물속에서 유물이 즐비해 있는 풍경을 보면 정말 짜릿합니다. 

 

Q. 거친 바다에서 보물을 찾느라 고생이 많네.

 

수중 발굴 조사는 바다가 허락해야만 진행할 수 있어요. 조류가 빠르거나 바람이 거세면 작업할 수 없습니다. 또 수중 발굴은 해양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아요. 매립 공사, 방파제 공사 등으로 해양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묻혀 있던 도자기들이 일부 노출되거나, 이전에 노출되어 있던 유물이 다시 물에 잠기고는 하죠. 바다라는 자연에 순응하며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수중 발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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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2호) 정보

  • 배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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