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전라남도 해남군의 송호해수욕장 갯벌 속에 묻혀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내 용궁이 만천하에 드러났어. 어떻게 들켰냐고?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해남선의 정체를 밝혀라!
2023년 5월 22일, 전라남도 해남군청에 한 시민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 해변 인근에서 드론 촬영을 하던 중, 송호해수욕장 갯벌에서 옛 선박으로 보이는 선체의 일부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죠. 신고를 접수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6월부터 9월까지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선박에는 발굴 지역의 명칭을 따 ‘해남선’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어요.
연구팀이 발견 당시 남아 있던 선박의 규모를 측정한 결과, 배의 길이는 최대 13.4m, 폭은 최대 4.7m에 달했어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노경정 연구사는 “배의 바닥 면인 저판의 규모로 따졌을 때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굴된 고선박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통해 해남선이 사용된 시기를 추정했어요. 방사성 원소인 탄소-14는 공기 중에 일정한 비율로 존재합니다. 방사성 원소는 상태가 불안정해 에너지를 방출하며 스스로 붕괴하지만, 우주에서 들어오는 우주선에 의해 끊임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탄소-14를 흡수하고 방출합니다. 그런데 식물이 죽으면 더 이상 탄소-14를 흡수할 수 없어 체내에 있는 탄소-14의 양이 5700년마다 반으로 줄어들어요. 그래서 선박을 이루는 목재에 남아 있는 탄소-14의 농도를 알면 마지막으로 언제 탄소-14를 흡수했는지 알 수 있지요. 분석 결과, 해남선은 고려시대인 11세기 초반부터 12세기 중반에 사용된 선박으로 밝혀졌어요.
발굴 조사 기간, 해남선에서는 도기호와 기와 등 유물 15점이 발굴됐습니다. 특히 해남선에서 발견된 도기 안에는 볍씨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씨앗이 들어 있었어요.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해남선이 당시 곡물을 운반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해남선의 침몰 원인과 배의 정확한 용도를 밝히기 위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