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숲모기는 뇌신경 장애를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리기도 해. 일부 과학자들은 이집트숲모기의 개체수를 줄이는 걸 넘어 아예 모기를 박멸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 모기의 유전자를 바꿔서 말이야.
모기 잡는 ‘킬러 모기’
영국의 생명공학기업 옥시텍은 지난 2021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이집트숲모기알 500만 개를 풀어놨습니다. 1년이 지난 뒤 근처에 있는 모기 알 2만여 개를 모아 보니, 모두 조작된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으로 확인됐지요. 어떻게 모기의 유전자를 바꿨을까요?
옥시텍은 수컷 모기의 알 DNA에 tTAV라는 단백질, 이른바 ‘킬 스위치’를 삽입했습니다. 이 단백질은 한 번 모기의 몸속으로 들어가면 계속해서 과잉 생산됩니다. 이후 킬 스위치를 갖고 있는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해 알이 만들어지면, 이 알은 모두 킬 스위치를 물려받습니다. 알 중 암컷은 킬 스위치가 필수 유전자의 발현을 방해해 결국 어른인 성충이 되기 전에 죽어요. 이렇게 암컷 모기의 수가 줄어들다 보면, 자손의 수도 줄어 결국 모기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게 옥시텍의 계획이에요.
옥시텍은 “변형된 유전자가 3세대 동안 이어지다가 사라졌고, 지역 생태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어요. 다만 유전자가 바뀐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 같은 감염병의 발병률을 낮췄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옥시텍은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 300만 마리를 다시 퍼뜨렸어요. 옥시텍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퍼진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감염병 발병률 차이를 비교할 예정입니다.
모기의 유전자를 바꾸기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하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2018년 ‘유전자 드라이브’라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유전자 드라이브는 자연의 유전 법칙을 따르지 않고 특정한 유전 형질만 다음 세대에 빠르게 전달하는 기술이에요.
연구진은 DNA의 특정 부분만 자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불임 유전자를 탑재해 수컷 모기의 알에 삽입했습니다. 모기 안으로 들어간 유전자 가위는 가임 유전자를 더이상 임신이 불가능한 불임 유전자로 바꿉니다. 다음 세대의 모기도 불임 유전자를 물려받아 번식이 불가능해지지요.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적용된 모기는 아직 야생에 풀리지 않았어요. 연구진은 “유전자 드라이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말라리아를 매개하는 모기를 없애 지구상에서 말라리아라는 질병을 아예 없앨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