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획] 믿었던 킬러 T 세포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암까지 막아주는 킬러 T 세포, 만능인 줄로만 알았더니 가끔 고장 나기도 합니다. 킬러 T 세포가 제대로 조절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A형 간염은 A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이에요. 대개 구토, 설사, 황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요. 그런데 A형 간염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어요. 어린이와 달리 어른이 A형 간염에 걸리면 간이 심각하게 손상된다는 거예요. 2018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팀은 이런 현상이 킬러 T 세포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A형 간염에 걸렸을 때는 A형 간염바이러스에 맞서는 킬러 T 세포만 작동해야 해요. 그런데 다른 바이러스를 무찌르는 킬러 T 세포까지 모두 활성화되면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 간이 손상되지요. 이는 특정 ‘사이토카인(IL-15)’이 너무 많이 나와 다른 킬러 T 세포들을 모두 움직였기 때문이에요.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의 신호를 전달하는 작은 단백질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잘못 작동한 킬러 T 세포들을 ‘방관자 T 세포’라고 이름 붙였어요. 원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방관자로만 있어야 할 세포들이라는 뜻이지요. 

 

그렇다면 왜 어른만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날까요? 한 번 활성화된 킬러 T 세포는 어떤 면에선 ‘기억 세포’라고 볼 수 있어요. 자신이 어떤 바이러스를 무찔렀는지 기억해야 다음에 같은 바이러스를 만나도 더 빠르게 나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어린이는 상대적으로 여러 질병에 노출된 횟수가 어른보다 적어요. 따라서 어른보다 킬러 T 세포의 종류도 적습니다. 방관자 T 세포들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어린이는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A형 간염만 말끔히 완치될 수 있는 거예요.

 

그동안 킬러 T 세포 중에 잘못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방관자 T 세포의 명확한 역할을 밝혀낸 건 신의철 교수팀이 처음이었어요. 이후 지금까지 방관자 T 세포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9년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팀은 처음으로 자가 면역 질환에서의 방관자 T 세포 역할을 찾아냈어요. 자가 면역 질환은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또는 잘못 반응해 병원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우리 몸을 공격하는 병이에요. 손발의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 대표적인 자가 면역 질환에 속하지요. 

 

최제민 교수팀은 자가 면역 질환 중 하나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IL-1, IL-23이라는 사이토카인 때문에 방관자 T 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어요. 최제민 교수는 “자가 면역 질환에서의 방관자 T 세포 역할을 밝히면 신약 개발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완치도 가능하다”며 “다른 자가 면역 질환도 방관자 T 세포의 영향을 받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0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백창은 기자

🎓️ 진로 추천

  • 의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