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맛을 찾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서울 송파구에 있는 분자요리 연구소, 쿠커페이스를 찾았습니다. 주방인지 실험실인지 헷갈리는 연구소에서 분자요리를 연구하는 서정원 셰프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Q 분자요리란 무엇인가요?
흔히 분자요리라고 하면 만들기 어렵거나 비싼 고급 음식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분자요리는 새로운 영역의 요리가 아닙니다. 어떤 식재료를 쓰는 이유나 조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응용해 재료의 성질이나 형태를 바꾸는 것이 분자요리거든요. 라면처럼 간단한 레시피라도 요리해본 사람이라면 분자요리를 한 거예요. 다만 자신이 잘 모르고 있을 뿐이죠. 전통적인 주방에서는 요리를 배울 때 경험적으로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분자요리를 통해 요리의 기초 원리를 배운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Q 새로운 재료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궁금해요.
최근에는 물에 녹지 않는 슈가 파우더를 연구했어요. 슈가 파우더는 곱게 간 설탕에다가 전분을 조금 섞은 가루인데, 보통 빵이나 디저트 위에 뿌려서 눈이 내린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하지요. 그런데 설탕과 전분은 수분과 닿으면 금세 녹거나 젖어버립니다. 그래서 촉촉한 음식에 슈가 파우더를 뿌리면 너무 많이 뿌리게 되어 맛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죠. 저희 연구소에서는 슈가 파우더 표면을 물에 녹지 않는 성분으로 코팅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문제점을 찾고,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평소 책이나 논문 등을 읽고 공부한답니다.
Q 오늘 시연으로 보여주신 거품 요리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분자요리에서는 재료의 상태를 고체, 액체, 기체로 변화시키고 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오늘 시연한 요리는 과일 절임인데, 과일 위의 물거품(액체) 속에 장미 향(기체)을 머금도록 했죠. 원래 순수한 물은 거품을 오래 유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물의 점성을 높이는 식품첨가물을 넣고, 장미 향을 내는 에센스를 첨가해 먹을 수 있는 장미 물거품을 만들었죠. 기포 발생기에서 나오는 공기 방울의 크기를 조절하면 거품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어요.
Q 요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요?
우리 주변에 있는 음식의 재료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식품 포장에 있는 성분표를 한번 읽어 보세요. 예를 들어 오렌지 주스의 재료는 대부분 물이고, 거기에 새콤한 맛을 내는 산과 단맛을 내는 당분 등이 주로 들어 있습니다. 성분표에 있는 식품첨가물을 검색하면 각 성분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어요. 이런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요리할 때 표현하고 싶은 맛이나 향, 색깔을 쉽게 연출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