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가 처음으로 한 요리는 바로 직화구이입니다. 불에 익힌 고기와 채소는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영양소 흡수도 훨씬 잘 돼요. 한번 살펴볼까요?
맛있게 먹으니 뇌를 쓸 시간이 많아졌다!
작년 11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의 고고학자 이리트 조하르 박사팀은 고대 인류가 78만 년 전부터 불을 사용해 요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17만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요리 흔적보다 약 60만 년이나 앞선 요리의 증거가 발견된 거예요. 연구팀은 이스라엘 북부의 훌라 호수에서 석기와 불의 흔적, 그리고 4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뼈 화석을 발견했어요.
물고기 이빨을 엑스선으로 분석한 결과, 약 200~500℃ 정도로 가열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연구팀은 “단순히 불에 탄 물고기라면 이빨이 더욱 많이 변했을 것”이라며 “인류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일찍부터 불을 통제해 요리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불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온종일 야생에서 먹이를 찾아다닙니다.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들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식사하고 소화하는 데 보내죠. 채집이나 사냥으로 얻는 음식물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 등 수많은 분자가 결합한 덩어리예요. 소화는 이 덩어리를 분자 단위로 잘게 쪼개서 몸으로 흡수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음식물에 열을 가하면 분자 덩어리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면서 크기가 작아져요. 이 과정에서 질긴 식감이 부드러워지기도 하죠. 그래서 같은 양의 음식이라도 구워서 먹으면 날것으로 먹는 것에 비해 소화가 더 잘 되어 영양분 흡수율도 높아져요.
국립과천과학관 임두원 박사는 “인간의 커다란 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이어 “재료를 불에 익혀 먹으면서 음식 맛이 좋아진 것뿐 아니라, 뇌를 쓸 수 있는 여유 에너지와 시간이 생겼다”라며, “그 결과 다른 동물과 다르게 남는 시간에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도구도 만들고, 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팬케이크를 좋아해
지난 11월, 영국 리버풀대학교 세렌 카부쿠 교수팀은 과거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의 팬케이크 같은 음식을 만든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이라크와 그리스의 동굴에서 발견한 음식물 잔해 화석에서 견과류나 풀, 야생 겨자 등 다양한 식재료가 결합된 요리의 흔적을 찾았죠.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이 7만 년 전 만든 요리는 재료를 잘게 찧고 물을 넣어 반죽처럼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며 “납작한 팬케이크 모양으로 고소한 견과류 맛이 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 이어 “쓴맛이 나는 향신료를 첨가한 것으로 보아 먹는 즐거움을 위해 요리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