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땅속에서만 살던 5령 약충이 엉금엉금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탈피를 시작했어. 마침내 어린 시절 껍질을 벗고 매미 성충이 되는 순간이지. 매미는 이제 몇 주 정도 “맴맴” 노래를 부르고 짝을 찾은 다음, 후손을 남기는 불꽃 같은 삶을 살게 될 거야.
참매미 약충에서 성충으로 탈피!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 새벽 3시, 이번 연구에서 주로 채집을 담당한 허지만 연구원이 숲을 헤맵니다. 허지만 연구원은 2019년 여름 동안 참매미가 우화●하는 밤 10시쯤부터 새벽 3~4시까지 매미를 채집하고, 낮에는 암컷으로부터 알을 받아 알 부화를 보기 위한 실험 준비를 도왔습니다.
땅속에 살던 참매미 약충은 5령이 되면 땅 위로 올라올 준비를 합니다. 장맛비가 내린 다음 날 촉촉이 젖은 흙을 뚫고 5령 약충이 땅 위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오지요. 5령 약충은 나뭇잎 뒤편, 나무줄기 등에 자리를 잡고 등껍질을 열어 새로운 몸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탈피는 매미 약충에게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탈피 중엔 새 같은 천적으로부터 전혀 도망칠 수 없거든요.
허지만 연구원은 “참매미를 찾으러 다니다가 이미 우화한 탈피각 위에서 또 우화를 준비하는 참매미를 발견해 얼른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며 이번 연구 중 가장 재밌었던 장면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매일 늦은 여름밤 밖을 헤매고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어느날 실험실에 돌아와 서울 야경을 내려다보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지요.
성충이 된 수컷 매미는 “맴맴” 큰 노래소리로 암컷을 불러 모아요. 수컷 매미는 탈피 후 3일 정도가 지나면 짝짓기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암컷 매미는 알을 낳고 바로 생을 마감하지요.
배윤혁 연구원은 “곤충 연구의 장점으로 생애주기가 짧고 개체 수가 많은 것을 꼽는데, 매미는 생애주기가 길고, 전체 유전자도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탓에 일생을 밝히는 연구가 드물다”고 말했어요. 장이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참매미 생애주기를 최초로 밝힌 연구”라며, “최근 도심에서 매미의 밀도가 높아진 원인을 찾고 있는데, 매미의 생애주기 정보는 매미의 높은 밀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 의미를 밝혔습니다.
●우화 ; 곤충이 유충, 약충, 번데기 등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일.
●인터뷰
호아 응우옌(베트남 과학기술아카데미 환경바이오유기화학연구실)
“지구사랑탐사대는 여러분이 과학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Q왜 매미를 연구하시나요?
저는 이화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매미 연구에 쏟았습니다. 특히 참매미가 서울 도심 열섬 현상이 나타날 때 어떻게 열 적응을 하는지 알아보는 연구를 했지요. 매미는 여름에 성체로 나타났다가 몇 주 후에 곧 사라지지만, 그들은 사실 대부분의 시간을 땅속에서 보냅니다. 참매미의 노래는 특히 일부 지역에서 더 시끄럽게 들리는데, 어쩌면 도심 서식지 조건이 매미의 개체수를 높이고, 열 저항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매미 약충의 지하 생활사를 연구하면, 그들이 어떻게 서울 도심 열섬 현상에 적응해 나가는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호아 연구원에게 매미란 어떤 존재인가요?
박사과정 내내 매미와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들은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나의 친구예요.
Q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과 협업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지구사랑탐사대를 보면서 한국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생물종과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구사랑탐사대 덕분에 한국의 어린이들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할 수 있었죠. 어린이들이 어떤 생물종에 관심을 갖든, 어떤 종을 가장 많이 탐사하든 상관없습니다. 지구사랑탐사대는 여러분이 과학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stay hungry, stay foolish!●
●배고프게 살고 바보처럼 살라! 애플 창시자인 스티브 잡스가 한 말로, 의역하면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