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진 건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감소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지요.
꿀벌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벌이 사라지고 있다고 처음 문제가 제기된 곳은 2006년 11월 미국이었습니다. 벌집에 식량이 충분히 있음에도 대부분 일벌이 사라진 현상이 발생했죠. 당시 미국에서는 지역에 따라 25~50%의 꿀벌이 감소했고, 이후 매년 평균 28.7%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현상은 유럽, 남아프리카, 중국 등의 지역에서도 관찰됐어요. 이렇게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월동 봉군 폐사’라고 불러요. 벌이 모두 겨울에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도 월동 봉군 폐사에 속합니다. 현재 월동 봉군 폐사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월동 봉군 폐사만을 주제로 논문을 싣는 학술지도 있을 정도죠.
벌이 사라진다면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김혜경 교수는 “벌을 활용하는 과일 농사에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어요.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서는 화분 매개자로 꿀벌을 주로 사용하거든요. 우리나라 꿀벌의 화분 매개자로서의 가치는 최소 5조 8671억 원●으로 꿀 생산액의 약 15배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고 해요. 201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는 “꿀벌이 멸종할 경우 한해 142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꿀벌을 살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요? 최용수 실장은 “미국에서 일어난 꿀벌 실종의 주요 원인 중엔 한 가지 먹이만을 준 것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몬드 농사가 활발한 미국에선 아몬드의 화분 매개 겸 벌을 같이 키우는데, 이 때문에 벌의 먹이가 아몬드만으로 한정됐거든요. 그래서 영양을 골고루 얻지 못한 꿀벌의 몸이 약해진 것이죠. 최용수 실장과 박진 대표도 “우리나라 양봉은 아까시 꽃에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밀원식물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벌에 대한 인식변화도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벌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다는 걸 알아두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용수 실장은 “꿀벌이 국민의 생존과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며, “벌에 대한 이해와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양봉산업의 위기와 시사점>;(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9)
4월 7일 기자는 여의도 스카우트 빌딩 옥상에서 벌을 키우는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를 만났다. 여의도는 여의도 공원, 샛강 등에서 다양한 꽃이 피기 때문에 벌에게 아까시 외에도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다. 박진 대표는 “그래서인지 이곳의 벌은 이번 겨울에 쉽사리 죽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자가 벌을 앞두고 처음 한 질문은 “쏘진 않죠?”였다. 걱정과 달리 벌통에 가까이 다가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벌을 만져도 공격하지 않았다. 사실 벌과 사람의 크기를 비교하면, 벌이 사람을 더 무서워하는 게 맞다. 벌을 피하기보단 우리 생태계의 같은 일원이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