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문화재청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79번지의 발굴조사구역에서 무려 1600개에 달하는 금속활자와 물시계, 천체시계의 부품 등 다양한 금속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발표했어요. 어쩌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유물이 묻힌 걸까요?
“이거, 조약돌이 아니라 금속활자 같습니다!”
지난 6월 2일, 인사동 발굴조사구역이 갑자기 술렁거리기 시작했어요. 흙 속에서 발견된 깨진 항아리에서 떨어진 조약돌 모양의 덩어리를 씻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유물인 금속활자가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조사가 더 진행되자 이곳에 수많은 금속 유물이 묻혀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29일, 문화재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곳에서 조선 전기에 제작된 금속활자 1600여 점을 비롯해 세종 시대의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 물시계 부품, 중종이나 선조 시대 만들어진 총통●류 8점, 구리로 만들어진 동종 등이 한꺼번에 발견되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금속 유물이 한곳에서 발견된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번에 발견한 유물이 중요한 이유는 조선 시대 초기 전통과학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조선 초, 특히 세종 시대는 1446년 훈민정음(한글)의 반포를 비롯해 물시계, 천문시계를 제작하는 등 ‘한국 전통과학의 황금기’라 불릴 정도로 많은 발전을 거듭한 시기예요. 그런데 이런 성취는 기록으로만 남았을 뿐, 유물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어요. 이번에 유물이 발견되면서 당시의 기록과 복원도를 검증할 기회가 열린 거예요.
●총통 : 화포처럼 화약을 넣어 탄알을 발사하던 대포의 한 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