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이 그려진 지폐, 이순신 장군이 새겨진 동전, 아니면 카드나 상품권 같은 손에 잡히는 화폐들과 달리 암호화폐는 실물이 없어. 또 은행 대신, 암호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지.
이런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은행에 화가 난 사람들?
“뉴욕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2011년, 영향력 있는 증권사와 은행이 모인 미국 월스트리트에 수백 명이 모여 구호를 외쳤어요. 무슨 사연일까요?
2001년 911테러 후 미국 정부는 금리(이자율)를 낮췄어요. 사람들이 은행에 저금하는 대신 돈을 많이 써서 시장이 살아나리라 기대한 거죠.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자 은행은 더 많은 대출 이자를 벌기 위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대출을 해주는 부작용이 나타났어요. 그러다 2005년, 다시 금리가 올라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어요. 은행은 줄줄이 파산 위기에 처했고요. 결국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정부는 화폐량을 늘려 은행에 돈을 지원했어요. 은행들이 파산하며 생길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막고 싶었거든요.
헷갈리는 화폐, 정리해줌!
전자화폐
금융기관이 보증하는 통장, 카드 같은 형태의 화폐.
가상화폐
발행 주체가 정부나 금융기관이 아닌 화폐. 기업이 소유하는 서비스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음.
예) 게임 머니, 싸이월드 도토리, 쇼핑몰의 포인트 등.
암호화폐
화폐를 관리하는 중앙기관이나 기업이 없음. 사용자들의 합의가 가치를 보증하는 화폐.
예)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은행은 파산을 면했지만, 많은 화폐가 시중에 쏟아지며 화폐 가치는 떨어졌어요. 이전엔 1000원이던 빵을 1500원은 줘야 사 먹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결국 지출이 늘고 재산이 줄어든 셈이지요.
그러자 나라를 경제위기로 몬 주범은 은행인데, 피해는 국민이 보고 있다는 분노가 확산됐어요.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분노는 국가가 화폐를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관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죠. 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사람들은 정부가 만들고 통제하는 화폐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화폐가 없으니까요. 이때 정부의 권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암호화폐’ 개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로 어떻게 거래할까?
우리끼리 발행, 거래하는 화폐 탄생!
세상에 첫선을 보인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에요. 2008년, 지금까지도 정체가 모호한 인물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했어요. 그는 정부만 화폐를 발행하면 그 이득은 소수가 취하고 손실은 일반사람들이 다 떠안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용자가 같이 발행, 관리하는 화폐를 만들었죠. 여기엔 ‘블록체인’이란 기술이 적용됐어요.
‘블록’은 디지털 거래 장부예요. 사람들이 주고받은 거래 내용이 적혀 있지요. 블록은 10분마다 만들어지며, 블록들은 서로 체인으로 연결돼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붙었죠.
블록체인은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장부(블록) 복사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사람이 몰래 내용을 수정하려고 해도 조작이 불가능해요. 하나의 장부를 바꾼다 해도 모두 똑같은 장부를 갖고 있어 한 글자라도 수정하면 금세 가짜로 들통나 버리거든요.
원화나 달러 같은 기존의 화폐는 장부(블록)를 관리하는 총무(중앙은행)가 하나지만, 비트코인은 누구든 총무가 될 수 있어요. 대신 총무가 되기 위해선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해시함수)를 1등으로 풀어야 하지요. 문제를 1등으로 풀어 뽑힌 총무는 10분간 모든 새로운 거래를 블록에 정리하고, 이상한 거래가 없는지 검증하도록 사람들에게 장부를 나눠줘요. 이때 과반수 동의가 있으면, 블록은 진본으로 판단되며, 체인에 연결돼요. 총무는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는데, 이를 ‘채굴’이라고 표현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