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하수도에서 어떤 연구를 하냐고요? 사람들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찾고 있습니다. 하수에는 사람들의 배설물이 포함돼 있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어떤 감염병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거든요. 최근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하수도에서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찾아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찾기 위해 하수도를 연구하고 있어요. 하수도나 하수처리장으로 온 배설물을 채집한 다음, 그 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찾는 거예요.
가장 먼저 하수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네덜란드예요. 네덜란드 물순환연구소의 미생물학자들은 지난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했을 때,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측정하는 방법을 처음 고안했어요. 그리고 2020년 2월부터 도시 내 하수처리장 6곳에서 정기적으로 하수 샘플을 조사했지요. 그 결과 3월 6일 하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유전자가 처음 검출됐어요. 네덜란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이었지요. 그로부터 10일 뒤 확진자의 수가 크게 늘었고, 동시에 하수에서 검출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증가했어요. 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환경공학과 카트릭 찬드리 교수팀도 뉴욕시의 하수를 조사했는데, 하수 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이 늘면 확진자 수도 증가했어요. 즉, 하수와 코로나19가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거예요.
이처럼 하수를 분석해 해당 지역의 생활상이나 건강 상태, 전염병을 예측하는 연구를 하수 역학이라고 해요. 하수에는 배설물을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여러 물질이 들어 있어요. 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김성표 교수는 “하수 역학은 어떤 물질을 측정하느냐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를 찾는 데 효과적이라 앞으로 더욱더 활발하게 연구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는 캠퍼스 안 건물 343동의 하수를 정기적으로 분석해 학내 코로나 감염자의 85%를 찾아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곧바로 해당 건물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지요.
●인터뷰
김성표(고려대학교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하수 역학으로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Q하수 역학이 코로나19 연구에 효과적이라고요?
코로나19는 잠복 기간이 있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감염자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무증상 감염자라도 배설물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Q우리나라 연구 상황은 어떤가요?
저희 연구실에서 지난해 5월 대구에 이어 진주, 서울, 세종 등 전국 곳곳에서 하수를 채취해 연구하고 있어요. 유의미한 결과도 나왔지요. 하지만 이후 감염자나 오염원을 찾거나, 예방하는 등의 제도, 정책이 만들어지지는 않아 아쉬워요.
Q연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양로원이나 유치원 등 질병에 취약한 지역의 하수를 주기적으로 검사해 감염자를 우선적으로 찾아낼 수 있어요. 또 감염자의 치료도 빨리 할 수 있고, 감염이 어떤 경로로 확산됐는지 알아내기 쉽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