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화장실 챌린지’를 열었어. 2024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미션에서 사용할 화장실의 아이디어를 공모받은 거야. 그리고 10월 22일, 2000여 개가 넘는 아이디어 중 드디어 최고의 화장실 3개가 발표되었지. 자, ‘외계 배설 전문가’들이 설계한 아이디어 중 앉고 싶은 변기를 골라 봐!
현재 NASA는 2024년까지 우주 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 계획대로 사람이 달에 가려면, 우주 비행사가 달에서 쓸 화장실이 필요해요. 그런데 달에서는 지구의 화장실을 쓸 수가 없어요. 우선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정도로 약해요. 지구에서처럼 용변을 보다가는 소변이나 대변이 약한 중력 때문에 밖으로 나와 둥둥 떠다닐 수 있죠. 게다가 물이 부족해서 변기에 묻은 용변을 씻기도 힘들어요. 약 50년 전 달에 착륙했던 아폴로 계획의 우주 비행사들은 용변을 위해 기저귀 형태의 주머니를 엉덩이에 붙여 사용했는데, 불편한 데다 가끔은 똥이 새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NASA가 새로운 달 화장실 아이디어를 공모한 이유예요.
NASA는 성별에 관계없이 쓸 수 있는 무게 약 15kg 이하, 크기 약 0.39m2, 소비전력 70W 이하의 화장실을 조건으로 제시했어요. 1~3등으로 선정된 세 팀에게는 약 4000만원에 달하는 상금이 수여되었지요.
●1등 “변기 왕좌의 진정한 승리자는 나! THRONE”
-수상자 : 분 데이비슨의 팀, 미국
-설명 : ‘THRONE’은 달 화장실의 이름인 ‘달 궤도 임계상 저장소 1’의 줄임말이자 ‘왕좌’라는 뜻의 영어 단어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사용해 배설물을 모으고, 내부에 설치된 말려있는 비닐 봉지로 쉽게 용변을 처리할 수 있다.
-심사위원 한마디 : “이 화장실은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게 아니라 선풍기를 이용해서 배설물을 모으는 혁신을 이뤄냈습니다!”
●2등“쓸 때만 부풀려요! 접는 화장실”
-수상자 : 대처 카든의 팀, 미국
-설명 : ‘접을 수 있는 개인 우주 비행사용 화장실’은 접은 상태로 보관하다 사용할 때가 되면 투명한 받침대에 끼운 후 공기를 넣어 부풀려 쓴다. 용변을 본 후에는 그대로 봉투를 분리하여 버리면 되어 편하다.
-심사위원 한마디 : “아폴로 계획의 전통을 잇는 쓰고 버리는 간편한 시스템!”
●3등 “돌려돌려 섞어섞어! 원심분리 화장실”
-수상자 : 프란치스카 뵐커, 독일
-설명 : 원심력을 이용하여 섞여 있는 물질을 성분별로 분리하는 장치를 ‘원심분리기’라고 한다. 어렵게 들리지만, 세탁기의 통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빨래의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바로 그 원리다. 프란치스카 뵐커는 이 아이디어를 화장실에 적용했다.
-심사위원 한마디 : “원심분리기 바깥에서 용변이 잘게 갈리는 점, 용변을 처리하기 위해 봉투를 쓰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인터뷰
_프란치스카 뵐커(듀라빗 AG 공학자)
Q 반가워요! 화장실 공학자시라고요?
맞아요. 저는 현재 욕실 회사 ‘듀라빗 AG’의 공학자로 일하고 있어요. 지구용 화장실을 만드는 게 주 업무지만, 달 화장실 개발이 흥미로워 보여서 참가했지요.
Q ‘원심분리 화장실’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쓰기 쉽고 편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고요, 단점은 통에 모인 용변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한다는 거예요. 진공 상태의 우주 공간으로 용변을 바로 내보낼 수도 있겠지만, 오류가 발생해서 비행사가 진공에 노출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요.
Q 달 화장실을 만들면서 무엇이 어려웠나요?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이 제일 어려웠어요. 세 가지 발상을 떠올리고 컴퓨터로 입체 모형을 만들어 실험해 보았죠. 그중 하나는 작동하지 않았고, 하나는 작동은 했지만 너무 크고 무거웠어요. 마지막 아이디어가 바로 지금의 원심분리 화장실이었는데 수상해 기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