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가 생기기 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혹은 그 윗세대가 즐겨봤던 옛날 영화들은 모두 필름으로 만들어졌어. 하지만 필름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식되고 상처가 나기 때문에 복원이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영영 옛날 영화를 보기 어려워질 수 있어!
움직이는 영상도 복원한다?
필름 구경해 본 친구들 있나요? 필름은 사진, 영화를 기록하는 매체로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베이스 위에 염료(유제층)가 덮여 있어요. 필름을 인화했을 때 보이는 이미지는 이 유제층에 기록돼 있지요.
필름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 노출되면 화학적으로 분해되며 훼손되기 시작해요. 이때 식초와 비슷한 냄새가 나 이러한 현상을 ‘비네거 신드롬(초산화 증후군)’이라 하지요. 시간이 더 흐르면 베이스 부분이 쪼그라들어 유제층이 떨어져 나가기도 해요. 영화의 화면이 사라지는 거죠! 이런 화학반응은 온·습도가 낮을수록 훼손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보존과학자들은 필름을 되도록 낮은 온도에 보관해요. 또, 화학반응으로 생성되는 기체가 다른 필름에 닿는 걸 막기 위해 필름캔에 기체를 흡수하는 약품을 넣고 주기적으로 갈아요. 옛날엔 디지털 편집 프로그램이 없어 필름을 직접 테이프로 붙여 순서를 편집했는데, 이 부분이 헐거워지거나 찢기면 전용 테이프인 스플라이스로 보수하고요. 이렇게 보존과학자들은 필름 속 영상을 디지털화하기 전 최대한 손상을 보수한 뒤 작업에 들어간답니다.
한국영상자료원 김기호 영상복원팀장은 “이미 훼손된 부분은 디지털 스캐너로 복사해서 고해상도 이미지로 바꾸더라도 그 손상이 그대로 복사되기 때문에, 영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일일이 수작업으로 추가적인 복원 작업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어요. 만약 어떤 필름에 먼지 자국이 남아 있다면, 문제가 있는 장면 앞, 뒤 프레임에서 문제 없는 부분의 픽셀을 복사해서 덮어줘요. 이후 주변과 색깔, 위치를 미세하게 맞추는 작업을 하면 감쪽같이 먼지가 사라진답니다.
● 인터뷰 "고전 영화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발굴하고 복원해요!"
_김기호(한국영상자료원 영상복원팀장)
Q. 영상을 복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어떤 영상 작품을 디지털화하고, 복원하면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볼 수 있게 돼요. 복원 작업을 거치면 고전 영화 애호가 사이에서 화제가 될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영화를 재개봉해 주목시킬 수 있죠. 옛 영화지만 오늘날의 관객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요. 더 나아가 영상의 복원이라는 행위 자체에도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Q. 복원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필름을 디지털화하는 덴 영화 1편에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소요돼요. 하지만, 디지털 복원은 엄청난 수작업이라 난이도에 따라 짧게는 서너 달에서 길게는 2년까지도 걸려요. 무조건 좋은 화질로 바꾸는 것은 아니고, 당대의 영화 느낌, 필름이 가진 재질의 특수성(색, 화질) 등을 살리기 위해 문헌 조사하는 과정을 거치죠. 복원 중에 내린 모든 결정은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겨둬요. 후에 더 나은 복원을 위해 참고하기 위해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