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둑싹둑베토벤, 당신의 머리카락이라도 잘라 보관하겠어요.”
1827년 베토벤이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은 그의 머리카락을 한 묶음씩 잘라냈어. 베토벤을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였지. 하지만 2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머리카락이 뒤바뀌는 일은 없었을까? 연구팀은 머리카락이 진짜인지부터 가려내야 했어!
기존 사인은 틀렸다! 이유는?
베토벤이 죽은 다음 날인 1827년 3월 27일, 그의 책상에서 유서가 발견됐어요. 유서에는 죽은 뒤라도 자신이 겪은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 세상에 공개해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었죠. 베토벤은 20대부터 높은 음을 듣지 못하고, 이명과 심한 복통에 시달리는 등 평생 질병으로 고통받았거든요.
베토벤이 사망하기 이틀 전부터 그의 집을 방문한 친척과 지인들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한 묶음씩 잘라냈어요. 당시 유럽에는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머리카락을 잘라 간직하는 관습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잘려진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어요.
지난 3월, 독일 튀빙겐대학교 고고학과 외 국제 공동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확보한 머리카락은 총 여덟 묶음이었어요.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던 사람들과 박물관, 대학교로부터 머리카락을 기증받았죠. 하지만 여덟 묶음 모두 진짜 베토벤의 머리카락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연구팀은 머리카락에 남겨져 있던 유전물질을 분석했어요. 분석 결과, 다섯 묶음은 DNA가 일치했고, 남성에게 있는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연구팀은 다섯 묶음 모두 베토벤의 진짜 머리카락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세 묶음의 머리카락 중 하나는 DNA가 심하게 손상되어 식별할 수 없었고, 둘은 베토벤이 아닌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이었어요. 특히 베토벤이 죽기 전 베토벤의 집을 방문했던 지인인 페르디난드 힐러가 잘라낸 것으로 알려진 머리카락은 유대인 여성의 것으로 밝혀졌어요. 머리카락에 생물학적 남성이 갖는 성염색체인 Y 염색체가 없었고, 동유럽 유대인 집단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1994년 미국 아르곤연구소 연구팀은 이 머리카락에서 정상 범위보다 100배나 많은 양의 납을 검출해 베토벤이 납 중독으로 숨졌다고 분석한 바 있어요. 엉뚱한 머리카락을 분석한 탓에 지금까지는 베토벤이 납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유력했습니다.
이번 연구팀은 당시 분석 대상이 됐던 머리카락이 베토벤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기존의 사인을 뒤집었어요. 미국 산호세주립대학교 베토벤센터 윌리엄 메레디트 연구원은 “페르디난드 힐러는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보관하고 있다가 아들인 폴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고, 이후 누군가가 힐러의 며느리였던 동유럽 출신 유대인 조피 리온의 머리카락을 대신 넣어놨을 것”이라고 추정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