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어. 이후 화재를 수습하고 복구 작업에 들어갔지만, 나무에 색을 입힌 단청 안료가 5개월 만에 들떠서 떨어지는 문제가 생겼지. 복원에 사용된 접착 재료가 말썽이었거든. 이를 계기로 사라진 전통 소재와 기술을 다시 찾아내서 문화재를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생겼어!
일제강점기 때 맥 끊긴 전통 기술, 과학으로 되찾는다!
문화재를 후손에게 계승하기 위해 복원은 필수예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문화재를 다루는 기술자가 줄고 일제의 재료와 수리 방식이 도입되면서 우리 기술의 맥이 끊겼어요. 사라져가는 전통을 되찾기 위해 보존과학자들은 실록 등 과거 기록을 참고하고 있지요. 한 예로 조선시대 궁궐이나 왕실의 묘 공사 등이 기록된 <;산릉도감의궤>;와 <;영건의궤>;에는 석회에 모래나 찹쌀풀, 종이 등을 섞어 재료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하지만 다른 재료들을 넣은 양이나 비율은 아직까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어요. 이런 경우 보존과학자는 과거 기록을 바탕으로 전통재료들을 여러 비율로 만들어 재현해 봐요. 문화재에서 자연적으로 떨어진 부분을 시료로 채취해 분석하기도 하고요. 전통재료와 가장 비슷하면서, 문화재 복원에 적용했을 때 안전하고 튼튼할 재료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복원 재료를 연구해요. 이후 본격적으로 복원에 사용하기 전, 문화재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사전 점검에 들어간답니다.
전통재료 연구가 필요한 이유는?
재료 자체의 성능만 생각하면 현대에 사용되는 재료가 더 우수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문화재 복원 은 단순한 수리가 아니라 역사성을 이어가는 작업이에요. 오랜 세월을 지내며 원래 상태보다 약해진 유물에 현대재료를 적용하면 물리적, 화학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재료 선택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국립문화재연구소 이선명 학예사는 “예전에 사용된 재료를 먼저 이해해야 현대재료와 비교가 가능한데, 지금은 전통재료에 대한 연구결과가 거의 없어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전통재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고문헌에 없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해요. 강소영 학예사는 “전통 석회에 대한 연구 중 백제 한성기 시대의 무덤인 횡혈식 석실묘에서 딱딱한 껍데기를 채취했는데, 분석 결과 굴 껍데기로 만든 합회가 무덤에 사용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답니다.
●인터뷰 "시공을 초월한 문화재의 매력!"
_정선화(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 학예연구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볼 기회가 있었어요.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순신 장군은 필체가 굉장히 정갈한데, 특정 페이지에서는 필체가 흘리듯이 써내려간 부분들이 있어요. 모두 한자로 적혀있어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 건지 궁금해 한문학자께 여쭤봤어요.
그런데 내용을 해석해보니 이순신 장군의 아들과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쓰신 일기였더라고요. 슬픈 감정이 필체에 고스란히 담겨 있던 거죠. 전쟁 중 장군이 직접 기록한 유물을 보고 있으면 과거의 이순신 장군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조상과 현대의 우리, 그리고 미래의 후손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 꼭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