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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 으앗, 비상! 작품에 대참사 발생!

작품에 무작정 손을 댔다간 큰일 날 수 있다는 걸 명심해! 글쎄…,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오래된 명화가 완전히 망가지는 참사가 발생해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명화들?


지난 6월, 17세기 스페인 예술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명작 <;원죄 없는 잉태>; 복제화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는 사건이 화제가 됐어요. 이 복제화를 소유한 스페인의 한 개인 미술품 수집가는 그림을 세척하고, 손상된 부위를 고쳐달라고 가구 복원가에게 1200유로(165만원)를 주고 수리를 맡겼는데 그림 속 성모 마리아의 얼굴이 알아볼 수 없게 이상하게 변했거든요. 스페인예술품보존협회 마리아 보르자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작품 복원에 개입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참사였다”며, “전문가만 작품 복원을 할 수 있도록 스페인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비전문가의 복원으로 작품이 망가진 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지난 2012년, 스페인의 한 성당 기둥에 그려진 100년 된 예수님의 벽화 복원이 비전문가 신도에게 맡겨진 뒤 벽화 속 얼굴이 원숭이 형상으로 망가진 사건도 유명해요. 그런데 이런 기막힌 소문을 듣고 오히려 사람들이 몰려 이곳은 인기 있는 관광지가 됐답니다.

 

 

●인터뷰 “복원을 위해선 기술과 미술사를 모두 이해해야 해요”

_ 한경순(건국대학교 회화보존학 교수)

 

 Q. 왜 참담한 복원 실패가 반복되나요? 


작품 복원엔 재료와 제작기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예술품을 복원하기 위해선 단순히 복원기술뿐만 아니라 작품과 관련된 역사와 미술사의 흐름을 모두 알아야 하지요. 보존과학자는 미술사에서 손상된 문화재나 작품의 형상이 기록된 글이나 사진, 비슷한 시기의 예술품 이미지를 찾아요. 이를 참고해 소실,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지요. 또한, 실제 복원을 위해선 작가가 사용한 재료와 기법에 대한 정보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존기술과 미술사의 융합 없인 올바른 복원이 불가능해요. 실제 우리나라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 대다수가 이러한 방식으로 보존, 복원되고 있어요.

 

 Q작가가 직접 복원하면 어떨까요?


작가가 살아있다면 도움을 받을 순 있겠죠. 하지만, 작가가 무리하게 개입하면 복원이 아닌 새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해요. 아무리 본인 작품이라도 과감하게 복원하는 것은 지양하지요. 

 

Q. 예술품 재료가 다양해지고 있어요. 보존과학자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탄생한 뉴미디어 아트는 재료와 제작 의도가 다양해서 보존과학자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에요. 뉴미디어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인 백남준 비디오 아트는 1980년대에 만들어져 작품의 주재료인 브라운관 일부가 작동을 멈추고, 텔레비전 모니터의 전자부품이 고장 났어요. 그래서 부품의 교체를 두고 최근 많은 논의가 있었어요. 백남준 자신은 최신기술로 바꾸는 것에 동의했지만, 소장처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죠. 작품에 사용된 재료와 동일한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재고도 구하기 어려워, 모니터를 LCD로 교체하자는 의견과 망가져도 서서히 소멸되도록 두자, 혹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해보자는 세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어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은 훼손된 부분을 이전과 같이 똑같이 메우는 물리적 보존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작가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그 의도를 살리는 개념적 복원도 중요하죠. 그러니 현대미술품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보존과학자는 전통적인 미술의 보존개념에서 더 나아가 작품의 진정성을 살리는 복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거예요.

2020년 1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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