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이나 된 GIF가 인터넷 ‘인싸’들과 쿵짝이 잘 맞아서 JPEG나 PNG 같은 정지 이미지 파일과는 다른 길을 개척했다는 점이 흥미로워! 여기에 과학자들도 가세하고 있대. 움짤을 사랑한 과학자들을 소개할게!
내 연구를 움짤로 널리널리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지난해 칼럼 ‘한 주를 여는 과학 GIF’를 발행해 과학 움짤을 매주 4~5개씩 소개했어요. 그러면서 “GIF는 짧으면서도 반복 재생돼 중요한 과학적 순간을 포착하고 연구를 쉽게 설명한다”고 썼지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2019년 가장 아름다운 과학 GIF’로 선정된 것 중 하나는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세포생물학자 앤드루 무어 박사후연구원이 만들었어요. 당시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일하던 무어 연구원은 태아 쥐의 뉴런*이 성장하는 동안 ‘액틴’의 모습을 담았지요. ‘액틴’은 세포가 모양을 유지하거나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등의 세포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에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이론천체물리학자 제레미 슈니트만 연구원도 지난해 블랙홀 ‘M87*’이 공간을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보여주는 GIF를 십여 개 만들어 발표했어요.
한편, 박종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시각지능연구실장은 오류가 적다는 장점 때문에 연구를 발표할 때 GIF를 활용해요. 박 실장은 “지난해 200명이 모인 발표회에서 준비했던 동영상을 컴퓨터 오류로 틀지 못했다”며, “이후 중요한 영상은 GIF로 준비한다”고 말했어요. 동영상은 용량을 많이 줄이는 만큼 압축을 위한 계산이 복잡한 반면, GIF는 압축 방식이 단순해 오류가 적답니다.
세균에 ‘움짤’을 저장한 과학자가 있다?
미국 글래드스톤연구소의 뇌과학자 세스 시프만 연구원은 2017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말이 달리는 GIF를 대장균의 유전물질인 DNA에 저장한 뒤, 컴퓨터로 불러와 재생하는 데 성공했어요. 움직이는 이미지를 DNA에 저장한 건 최초였지요.
연구팀은 컴퓨터가 디지털 사진을 ‘0’과 ‘1’로 이뤄진 숫자로 바꿔 저장하는 성질을 응용했어요. ‘0’과 ‘1’ 대신 DNA의 네 종류 물질인 A, T, G, C를 부호로 활용한 거지요. 저장 방법은 좀더 어려워요. 연구팀은 사진 정보를 담은 부호에 따라 DNA 조각을 만들고 대장균에게 주입했어요.
연구팀이 활용한 GIF는 5장의 디지털 사진으로 이뤄져 있었어요. 연구팀은 이들 사진을 하루 한 장씩 차례로 5일 동안 대장균에게 저장했지요. 대장균에 DNA 조각이 안정적으로 합성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DNA 조각들은 유전체에 차례로 끼워져 GIF가 성공적으로 저장됐답니다.
●인터뷰 “전세계 연구자들과 이어지려고 움짤을 올려요!”
앤드루 무어(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자넬리아연구캠퍼스 박사후연구원)
오른쪽 움짤은 태아 쥐의 뉴런을 분리해 실험용 접시에 올린 직후의 모습이에요. 성장 단계 초기의 뉴런에서 여러 돌기를 만들기 위한 액틴의 운동이 파도처럼 보이지요. 새로 자란 돌기는 훗날 ‘가지 돌기’가 되어 다른 뉴런이 주는 신호를 받아들이거나 ‘축삭 돌기’가 되어 다른 뉴런에게 신호를 줄 텐데, 누가 어떤 돌기가 될지 결정되는 과정을 움짤이 보여준답니다.
과학은 때로 외로울 수 있어서 저는 움짤을 만들어요. 이 이미지도 어두운 실험실에서 홀로 얻었으니,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논문으로 내지 못하면 저 혼자만 봐야 하잖아요. 반면 트위터에 움짤을 올리면 전세계 연구자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또 살아있는 세포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세포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아름다운지를 발견했다고 반응하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