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좌충우돌 남극 여행

아라온호가 남극으로 떠난 건 이번이 11번째! 
하지만, 이번 항해는 유독 돌발상황의 연속이었다고 모두가 입을 모았어요. 대체 어떤 사연이냐고요?

 

182일 동안, 남극에선 무슨 일이?


지난해 10월 31일, 아라온호가 출항할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벌어질 일을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거예요. 아라온호는 약 45일씩 세 번(항차)에 걸쳐 남극과 뉴질랜드 리틀톤항을 오가며 연구를 진행해요. 이때 각 항차에 30~40여 명의 연구원이 교대로 승선하고 기름을 보충해 남극 탐험을 떠나요. 그런데 올 초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가 급속히 커지면서, 세 번째 항차에 배를 타기로 한 연구원들이 남극으로 갈 수 없게 됐어요. 남극은 의료 지원이 원활하지 않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이에 2월, 뉴질랜드에서 연구원과 승무원을 교대하지 않고, 2명의 연구원이 아라온호에 남아 마지막까지 연구를 이어가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위기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사건1.  707홍진호 구조 일지

1월 10일 밤 11시, 아문젠해에 도착해 연구를 막 시작한 아라온호로 다급한 구조 요청이 들어왔어요. 운전대 고장으로 얼음에 갇힌 어선 707홍진호의 호출이었죠. 1900여 km 떨어진 곳에서 들려온 707홍진호의 호출에 아라온호은 진행 중이던 연구를 멈추고 곧장 출동했어요. 조난 위치까지 최단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위성 자료로 바다 얼음 분포를 파악하며 이동했지요. 그렇게 아라온호는 3일 13시간 만에 도착했고, 조류에 밀려 초기 조난 지역에서 40km가량 떨어진 곳에 표류하던 선박을 구조했어요. 이로 인해 연구 기간이 약 일주일 사라지며 연구 활동이 대폭 축소되기도 했지요. 

 

2019년 12월 29일    뉴질랜드 리틀톤항 출항.
2020년   1월  6일    남극 아문젠해 도착. 연구 활동 시작.
2020년   1월 10일   구조 요청 접수 후 항로 변경.
2020년   1월 14일   12:15    조난 지역 도착. 
                             22:10    707홍진호와 예인 라인 연결 후 호송.
2020년  1월 15일    22:00 구조 종료.
2020년  1월 20일   아문젠해 다시 도착.

 

아라온 선원들은 10시간 동안 707홍진호 주변의 바다 얼음을 제거하고 배와 배를 이어줄 예인 라인을 연결해 선박을 구조했다.

 

 

사건2. 림디스커버러호 긴급 귀국 지원 일지

 

남극 항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아라온호는 또 다른 요청을 받았어요. 침몰된 선박에서 구조된 후, 파푸아뉴기니에 고립됐던 우리나라 원양어선 림디스커버러호 선원들의 귀국을 도와달라는 요청이었어요. 우리나라 선원 11명을 포함해 25명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한 달 반가량 발이 묶여있었거든요. 이곳은 아라온호가 정박해있던 리틀톤항에서 적도 지역으로, 12일을 달려갔어요. 파푸아뉴기니 라바울 현장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아라온호에 승선해 있던 의사 한상호 선생님이 원양어선원들의 건강을 살폈어요. 이후 선원들을 아라온호의 2층에 따로 머물게 한 채 한국으로 가는 바닷길에 올랐지요. 이때 배 2층 전체를 완전히 격리하고, 공기 흐름 밸브를 조절해 2층의 공기가 다른 층으로 흐르지 않도록 차단했어요. 격리기간 동안 선원들의 동선도 모두 분리해 안전히 귀국할 수 있었지요.

 

2020년 4월  7일    연구 종료 후 리틀톤항으로 이동 중 림스커버러호 귀국 요청 접수.
2020년 4월  8일    항해를 위해 뉴질랜드 리틀톤항에 입항해 기름 보충.
2020년 4월 10일    리틀톤항을 출항해 약 5500km 항해 시작.
2020년 4월 20일    파푸아뉴기니 라바울 도착. 코로나19 증상 검사 후 전원 탑승.        
2020년 4월 29일    대한민국 광양항 도착.

 

 

 

● 인터뷰 “아라온호가 도움을 줄 수 있어 뿌듯했어요.”

임채호(아라온호 항해사) 

 

Q남극은 어떤 곳인가요?


남극은 아름답고 웅장합니다. 해수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 여름이면 밤이 없는 백야, 조각처럼 빚어진 빙산, 뒤뚱거리며 평화롭게 새끼를 키우는 펭귄, 얼음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해표, 얼음 주위를 돌며 사냥하는 범고래, 가끔 불어오는 초속 20m의 눈보라 등을 보면 주머니 속 카메라를 꺼낼 수밖에 없습니다. 절로 눈이 돌아가는 곳이죠. 


하지만, 남극은 기상이 변화무쌍해 승조원으로서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제 임무는 안전한 연구와 보급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늘 연구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어선 구조 당시 어떤 느낌이셨어요


707홍진호 선원들이 전부 배 밖으로 나와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을 봤을 때 잠시나마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쇄빙연구선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남극의 해수 얼음 해역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던 이들이 아라온호가 접근하는 걸 보고 짓는 미소 속에 안도감이 느껴졌거든요. 림디스커버러호 선원을 태울 땐 혹시 모를 코로나19 감염병 전염을 막고자 의사, 담당 항해사와 승조원 모두 마스크, 방호복과 장갑을 착용한 채 33℃의 무더위 속에서 선원들을 맞이했습니다. 열이 나는지도 확인하고요.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선원들의 수줍고 반가운 인사를 통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늘길이 막힌 답답한 상황에 아라온호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남극의 연구 활동 목적이 우리가 사는 지구의 환경과 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기에 구조는 당연하게 여겨졌고, 자랑스러웠습니다.

2020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기자
  • 일러스트

    박장규, 이창우
  • 디자인

    오진희

🎓️ 진로 추천

  • 해양학
  • 지구과학
  • 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