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1848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단체로,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발행하는‘사이언스’는 최고의 과학 학술지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2월 미국의 주요 도시 한 곳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와 기자들을 초대해 최신과학 연구를 발표하고 여러 가지 시상식과 과학 행사를 여는데, 이것이‘과학자들의 축제’,‘과학자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연례총회’다. 2009년 2월 12일부터 16일까지 시카고에서 175회 총회가 열렸다.
“어? 이게 뭐지?”
2009년 2월.‘어린이과학동아’앞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에 편집부는 술렁이고 있었다.
“초대장과 함께 비행기표가 들어 있어!”
“세상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 초대한대!”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편집장님이 답답하다는 듯 던지는 한 마디.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총회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과 과학기자들이 모이는 행사야. 한 마디로 과학의 달인들이 모이는 거지. 윤기자, 자네가 한 번 날아가 봐!”
“네? 저요? 왜 하필 전가요?”
“그야 늘 놀고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잔말 말고 가서 달인도 좀 만나고‘어린이과학동아’를 왜 불렀는지도 알아 내라구~!
“끄아악~, 싫어요! 흐엉~, 미국은 너무 먼데….”
최고의 과학 행사에서 엉뚱함의 달인을 만나다!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는 미리 이번 시카고 연례총회에 관해 알아봤다. 이번 총회에서는 다윈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고 심각해져 가는 환경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에서‘진화’와‘기후변화’를 주제로 정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발표한다고 했다.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시카고의 명물 고가철도인‘블루라인’으로 갈아타고 시내 행사장으로 향하며,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음.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진화와 기후변화를 논의한다니, 뭔가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겠군.”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것이다. 진지할 것 같던 바로 그 행사장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과학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사실을….
보고파일 엉뚱함의 달인, 이그노벨상
행사장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던 나는 지하 2층 어느 세미나실 앞에서 몇몇 과학자들과 기자들이 술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미국판 F4라도 나타났나?”
직감적으로‘뭔가 있다!’고 판단해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복근무를 시작한 지 어언 30분. 정말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F4가 등장했으니….
바로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 중심이 된‘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학술지의 회원들! 초대받지 않았는데도 AAAS 총회에 나타나 자기들 마음대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역시 소문대로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제가 곧 낼 책이에요. 사진에서 뭔가 힘이 느껴지지 않나요? 세계의 모든 원소를 집어 넣은 요상한 나무 탁자를 만든 공로로 2002년 이그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뭐 제 장인정신과 집요함이 인정받은 거 아니겠어요?” 테오 그레이(화학 연구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1.jpg)
“저 서커스단원 아니에요!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브리티시메디컬저널’에 발표한 제 이그노벨상 논문은‘칼 삼키기와 그 부작용’이에요. 연구를 하면서 저도 진짜로 칼을 삼키곤 했지요. 오늘도 여러분을 위해‘쇼’를 보여 드릴게요. 단, 절대로 따라하면 안 돼요!” 댄 마이어(공연가 겸 과학연구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2.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3.jpg)
“1996년 이그노벨상을 탄 제 연구 논문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삼겹살 빨리 굽기’, 미국식으로 말하면‘바비큐 빨리 굽기’기록이에요. 근데 저 뭐 하는 사람이냐구요? 쩝, 미국의 명문 퍼듀대학교에서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화학자예요.” 조 사이코스(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4.jpg)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5.jpg)
보고파일 상상력의 달인이 추는 과학춤
엉뚱한 과학자들의 엽기적인 기자회견에 혼을 빼앗긴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행사장 밖으로 나갔
다. 그곳에는 여러 대의 대형 버스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뭐가 있을 것 같아!’나는 행선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차에 올랐다. 버스는 시카고 외곽을 벗어나 30분이나 넘게 달려 어느 허름한 공장 앞에서 멈췄다. 그 안에는 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연장과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보게 된 것은….
전세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과학 춤 경연대회’수상작. 과학자들이 자신의 박사 논문을 춤으로 표현해 냈다. 오른쪽 사진의 춤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빈스 리카타 교수가 헤모글로빈의 작용을 표현한 것으로, 빨간 셔츠를 입은 네 명은 헤모글로빈을, 흰 공은 산소 원자를 나타낸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6.jpg)
전문 댄서들이 과학자들의 논문을 춤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환상적인 이 춤은 바이러스의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현한‘큐단조’라는 춤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7.jpg)
보고파일 쇼의 달인? 어린이를 위한 화학 쇼!
행사장으로 돌아온 나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화학과의 리 마렉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끼고 어린이들 앞에서 화학 쇼를 펼치는 코미디언 같은 과학자라니!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 사람도 진정한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얏호~! 제게 과학 실험 쇼는 일이기 이전에 취미예요.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답니다.” 리 마렉(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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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달인! 최고의 과학자들을 만나다
재미는 있지만 어쩐지 이상한 과학자들만 모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기자. 최고의 과학 행사인데 웃기고 신나기까지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뭔가 진짜 이벤트가 따로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든 기자의 눈에 보인 낯익은 얼굴들! 연례총회에서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강연회를 하는 것은 물론, 길거리에서 다른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흔했다.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과 눈 앞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꿈 같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보고파일 이번 총회의 연구 달인은 바로 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는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기술의 세계 1인자이다. 파보 박사는 이번 연례총회에서 멸종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3분의 2 복원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알게 되면 현생인류의 DNA와 비교해 현생인류만의 특징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대단히 획기적이다.
한국에서 왔다고요? 우리 연구팀도 아시아에서 발견된 화석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반갑네요. 바로 멸종한 난쟁이 인류인‘호모 플로레시엔시스’였죠. 아쉽게도 기후가 덥고 습해서 화석에서 DNA를 추출할 수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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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파일 무슨 소리?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데!
연례총회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지나가다가’만날 수도 있다. 이번에 미국물리교사협회의 강연을 겸해 연례총회에 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지 스무트 교수도 그렇게 만난 경우.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로 2006년 노벨상을 받은 스무트교수는 유럽우주기구(ESA)에서 올해 초에 발사할 계획인 탐사위성‘플랑크’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가 태어날 때 발생한‘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할 예정이다.
저는 한국과 인연이 깊어요. 한국의 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거든요. 더욱 활발해지면 한국의 천체물리학 수준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거예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12.jpg)
보고파일 진화의 해! 화석연구가가 주인공!
과학자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가족 과학의 날’을 취재하러 간 곳에서는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이 덱스터라는 이 13세 친구는 꿈이 고고학자인데 방금 자신의 영웅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바로 시카고대학교 고생물학과의 폴 세레노 교수! 세레노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고생물학자로, 이번에 새로 발견한 중생대 파충류에 대해 강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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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이었어요! 아빠와 저는 오로지 세레노 교수님을 만나러 여기에 왔어요. 고고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친절하게 알려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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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맨 앞장에 나온 AAAS 회장입니다. 올해는 기후변화와 진화는 물론 뇌과학, 공학 기술,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14개 분야에서 활약하는 수백 명의 과학 전문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답니다.
제임스 메카티(AAAS 회장,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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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인? 다함께 행복한 지구를 꿈꾼다!
다양한 생각을 지닌 과학자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피곤한 줄 몰랐던 기자. 문득 누구를 달인으로 뽑아야 할지 난감해졌다.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어서 어느 한 명을 달인이라
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과학자? 아니면 과학을 친숙하게 알려 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파고드는 과학자?
이런 고민을 하던 기자의 눈에 과학자가 아니면서도 이 곳 연례총회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
이 들어왔다! 이들은 직접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어느 누구보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과학이 지구의 미래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보고파일 다함께 지구를 지키자!
나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강당으로 파고들어가 보았다. 그 곳 단상에는 미국의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던 환경운동가 앨 고어가 서 있었다. 이번 연례총회의 주제가 기후변화이기 때문에 직접 연설을 하러 온 것이다. “과학이 잘못하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가 일어나요. 실제로 지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과학을 결정할 수 있는 과학자들입니다. 바로 여러분에게 지구의 미래가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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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파일 굶주리는 이웃이 없게!
이번 연례총회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식량 문제였다. 스발바르 종자보관소를 직접 짓고 관리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캐리 파울러 박사는 곡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영구동토층에 종자를 보관하기로 했다며 종자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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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캐리 파울러 박사와 그가 만든 북극의 스발바르 종자보관소의 모습 (오른쪽).
보고파일 진짜 달인은 어린이를 소중히!
과학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이번 연례총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주제가 많이 다뤄졌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맞춤 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활동 중인 식량 문제 해결 단체‘국제농업연구자문단’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비키 윌데 박사.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과학 농업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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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에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단체로,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곳에서 발행하는‘사이언스’는 최고의 과학 학술지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2월 미국의 주요 도시 한 곳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와 기자들을 초대해 최신과학 연구를 발표하고 여러 가지 시상식과 과학 행사를 여는데, 이것이‘과학자들의 축제’,‘과학자들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연례총회’다. 2009년 2월 12일부터 16일까지 시카고에서 175회 총회가 열렸다.
“어? 이게 뭐지?”
2009년 2월.‘어린이과학동아’앞으로 배달된 한 통의 편지에 편집부는 술렁이고 있었다.
“초대장과 함께 비행기표가 들어 있어!”
“세상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 초대한대!”
그러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편집장님이 답답하다는 듯 던지는 한 마디.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총회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과 과학기자들이 모이는 행사야. 한 마디로 과학의 달인들이 모이는 거지. 윤기자, 자네가 한 번 날아가 봐!”
“네? 저요? 왜 하필 전가요?”
“그야 늘 놀고 먹고 있으니까 그렇지. 잔말 말고 가서 달인도 좀 만나고‘어린이과학동아’를 왜 불렀는지도 알아 내라구~!
“끄아악~, 싫어요! 흐엉~, 미국은 너무 먼데….”
최고의 과학 행사에서 엉뚱함의 달인을 만나다!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는 미리 이번 시카고 연례총회에 관해 알아봤다. 이번 총회에서는 다윈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고 심각해져 가는 환경 위험을 경고하는 의미에서‘진화’와‘기후변화’를 주제로 정해서 여러 가지 연구를 발표한다고 했다.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시카고의 명물 고가철도인‘블루라인’으로 갈아타고 시내 행사장으로 향하며,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음.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서 진화와 기후변화를 논의한다니, 뭔가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겠군.”
이 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것이다. 진지할 것 같던 바로 그 행사장이 사실은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과학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사실을….
보고파일 엉뚱함의 달인, 이그노벨상
행사장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던 나는 지하 2층 어느 세미나실 앞에서 몇몇 과학자들과 기자들이 술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미국판 F4라도 나타났나?”
직감적으로‘뭔가 있다!’고 판단해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복근무를 시작한 지 어언 30분. 정말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F4가 등장했으니….
바로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이 중심이 된‘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학술지의 회원들! 초대받지 않았는데도 AAAS 총회에 나타나 자기들 마음대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역시 소문대로 엉뚱하기 그지없었다!
“제가 곧 낼 책이에요. 사진에서 뭔가 힘이 느껴지지 않나요? 세계의 모든 원소를 집어 넣은 요상한 나무 탁자를 만든 공로로 2002년 이그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뭐 제 장인정신과 집요함이 인정받은 거 아니겠어요?” 테오 그레이(화학 연구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1.jpg)
“저 서커스단원 아니에요! 세계 최고의 의학 학술지‘브리티시메디컬저널’에 발표한 제 이그노벨상 논문은‘칼 삼키기와 그 부작용’이에요. 연구를 하면서 저도 진짜로 칼을 삼키곤 했지요. 오늘도 여러분을 위해‘쇼’를 보여 드릴게요. 단, 절대로 따라하면 안 돼요!” 댄 마이어(공연가 겸 과학연구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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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이그노벨상을 탄 제 연구 논문이요? 한국식으로 말하면‘삼겹살 빨리 굽기’, 미국식으로 말하면‘바비큐 빨리 굽기’기록이에요. 근데 저 뭐 하는 사람이냐구요? 쩝, 미국의 명문 퍼듀대학교에서 나노기술을 연구하는 화학자예요.” 조 사이코스(미국 퍼듀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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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5.jpg)
보고파일 상상력의 달인이 추는 과학춤
엉뚱한 과학자들의 엽기적인 기자회견에 혼을 빼앗긴 나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행사장 밖으로 나갔
다. 그곳에는 여러 대의 대형 버스들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뭐가 있을 것 같아!’나는 행선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차에 올랐다. 버스는 시카고 외곽을 벗어나 30분이나 넘게 달려 어느 허름한 공장 앞에서 멈췄다. 그 안에는 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연장과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보게 된 것은….
전세계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공모한‘과학 춤 경연대회’수상작. 과학자들이 자신의 박사 논문을 춤으로 표현해 냈다. 오른쪽 사진의 춤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빈스 리카타 교수가 헤모글로빈의 작용을 표현한 것으로, 빨간 셔츠를 입은 네 명은 헤모글로빈을, 흰 공은 산소 원자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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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댄서들이 과학자들의 논문을 춤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환상적인 이 춤은 바이러스의 DNA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표현한‘큐단조’라는 춤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07.jpg)
보고파일 쇼의 달인? 어린이를 위한 화학 쇼!
행사장으로 돌아온 나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화학과의 리 마렉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끼고 어린이들 앞에서 화학 쇼를 펼치는 코미디언 같은 과학자라니!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이 사람도 진정한 달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얏호~! 제게 과학 실험 쇼는 일이기 이전에 취미예요.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답니다.” 리 마렉(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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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달인! 최고의 과학자들을 만나다
재미는 있지만 어쩐지 이상한 과학자들만 모인 것 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기자. 최고의 과학 행사인데 웃기고 신나기까지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그래도 뭔가 진짜 이벤트가 따로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든 기자의 눈에 보인 낯익은 얼굴들! 연례총회에서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강연회를 하는 것은 물론, 길거리에서 다른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흔했다. 최고 수준의 과학자들과 눈 앞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꿈 같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보고파일 이번 총회의 연구 달인은 바로 나!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는 화석에서 DNA를 추출하는 기술의 세계 1인자이다. 파보 박사는 이번 연례총회에서 멸종한 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3분의 2 복원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알게 되면 현생인류의 DNA와 비교해 현생인류만의 특징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대단히 획기적이다.
한국에서 왔다고요? 우리 연구팀도 아시아에서 발견된 화석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반갑네요. 바로 멸종한 난쟁이 인류인‘호모 플로레시엔시스’였죠. 아쉽게도 기후가 덥고 습해서 화석에서 DNA를 추출할 수 없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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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파일 무슨 소리? 노벨상 수상자가 있는데!
연례총회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지나가다가’만날 수도 있다. 이번에 미국물리교사협회의 강연을 겸해 연례총회에 온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의 조지 스무트 교수도 그렇게 만난 경우.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연구로 2006년 노벨상을 받은 스무트교수는 유럽우주기구(ESA)에서 올해 초에 발사할 계획인 탐사위성‘플랑크’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주가 태어날 때 발생한‘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할 예정이다.
저는 한국과 인연이 깊어요. 한국의 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거든요. 더욱 활발해지면 한국의 천체물리학 수준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아질 거예요.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스반테 파보 박사(위)와 과학 위성‘플랑크’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지 스무트 교수(아래). 왼쪽은 플랑크의 그래픽 사진.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12.jpg)
보고파일 진화의 해! 화석연구가가 주인공!
과학자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만나는‘가족 과학의 날’을 취재하러 간 곳에서는 아주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를 한 명 만날 수 있었다. 이름이 덱스터라는 이 13세 친구는 꿈이 고고학자인데 방금 자신의 영웅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바로 시카고대학교 고생물학과의 폴 세레노 교수! 세레노 교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고생물학자로, 이번에 새로 발견한 중생대 파충류에 대해 강의를 했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905N007_img_13.jpg)
환상적이었어요! 아빠와 저는 오로지 세레노 교수님을 만나러 여기에 왔어요. 고고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는데 친절하게 알려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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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맨 앞장에 나온 AAAS 회장입니다. 올해는 기후변화와 진화는 물론 뇌과학, 공학 기술,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두 14개 분야에서 활약하는 수백 명의 과학 전문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답니다.
제임스 메카티(AAAS 회장,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간 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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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달인? 다함께 행복한 지구를 꿈꾼다!
다양한 생각을 지닌 과학자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피곤한 줄 몰랐던 기자. 문득 누구를 달인으로 뽑아야 할지 난감해졌다. 너무나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어서 어느 한 명을 달인이라
고 딱 꼬집어 말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장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낸 과학자? 아니면 과학을 친숙하게 알려 주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파고드는 과학자?
이런 고민을 하던 기자의 눈에 과학자가 아니면서도 이 곳 연례총회에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
이 들어왔다! 이들은 직접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른 어느 누구보다 과학에 관심이 많고,
과학이 지구의 미래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보고파일 다함께 지구를 지키자!
나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강당으로 파고들어가 보았다. 그 곳 단상에는 미국의 부통령을 지내기도 했던 환경운동가 앨 고어가 서 있었다. 이번 연례총회의 주제가 기후변화이기 때문에 직접 연설을 하러 온 것이다. “과학이 잘못하면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가 일어나요. 실제로 지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누구에게 있을까요? 바로 과학을 결정할 수 있는 과학자들입니다. 바로 여러분에게 지구의 미래가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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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파일 굶주리는 이웃이 없게!
이번 연례총회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식량 문제였다. 스발바르 종자보관소를 직접 짓고 관리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캐리 파울러 박사는 곡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영구동토층에 종자를 보관하기로 했다며 종자 보호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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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캐리 파울러 박사와 그가 만든 북극의 스발바르 종자보관소의 모습 (오른쪽).
보고파일 진짜 달인은 어린이를 소중히!
과학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은 이번 연례총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주제가 많이 다뤄졌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맞춤 약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의 과학자들이 모여 회의를 열기도 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활동 중인 식량 문제 해결 단체‘국제농업연구자문단’에서 어린이와 여성의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비키 윌데 박사.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과학 농업 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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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의 비밀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뛰어다니던 기자는 어느 순간 초대장의 문구가 생각났다.
‘2월 14일 오후 8시, 시카고미술대학교로 오세요.’
“아차, 깜빡하고 있었네! 시간이 다 됐잖아!”
헐레벌떡 뛰어간 약속 장소에서 기자를 맞은 것은 세계 곳곳에서 온 200여 명의 기자들. 기자가 도착하자 곧이어 사회자가 멋진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유서 깊은 우리 과학언론상을 빛내 주신 세계의 과학 기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올해는 특히 어린이 과학뉴스 분야 수상자로 멀리 한국에서 오신‘어린이과학동아’가 함께 해 주셔서 더 뜻 깊은 것 같습니다. 길에서 로드킬로 희생당하는 약한 동물을 다룬 기사는 우리 AAAS 과학언론상의 취지에도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강당에 가득 울리는 박수 소리! 그제서야 기자는 또 하나의 달인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세계 최대의 과학 행사의 주인공이 된‘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님~, 이만하면 달인 취재는 성공한 거죠?”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뛰어다니던 기자는 어느 순간 초대장의 문구가 생각났다.
‘2월 14일 오후 8시, 시카고미술대학교로 오세요.’
“아차, 깜빡하고 있었네! 시간이 다 됐잖아!”
헐레벌떡 뛰어간 약속 장소에서 기자를 맞은 것은 세계 곳곳에서 온 200여 명의 기자들. 기자가 도착하자 곧이어 사회자가 멋진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기 시작했다.
“…유서 깊은 우리 과학언론상을 빛내 주신 세계의 과학 기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올해는 특히 어린이 과학뉴스 분야 수상자로 멀리 한국에서 오신‘어린이과학동아’가 함께 해 주셔서 더 뜻 깊은 것 같습니다. 길에서 로드킬로 희생당하는 약한 동물을 다룬 기사는 우리 AAAS 과학언론상의 취지에도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강당에 가득 울리는 박수 소리! 그제서야 기자는 또 하나의 달인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세계 최대의 과학 행사의 주인공이 된‘어린이과학동아’!
“편집장님~, 이만하면 달인 취재는 성공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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