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방학이라 너무 놀고 싶어 잠드는 시간이 아깝다고요? 아휴,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잠에서 깨고 나면 정신도 맑고 기억이 또렷해지는 기분, 느껴본 적 있나요? 그거 그냥 기분 탓이 아니라니까요!
우리는 왜 잠을 자는 걸까요? 자는 동안에는 식량을 구할 수도 없고, 외부에서 오는 감각이 차단되니 포식자가 다가오는 것도 몰라 위험에 빠지기 쉽죠. 그래서 지금까지 인간이 왜 잠을 자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수많은 가설이 나왔어요.
그런데 최근 신경과학의 발달로 잠든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밝혀지고 있어요. 잠은 잠든 동안 몸의 상태에 따라 크게 ‘렘수면’과 ‘비렘수면’으로 나뉘어요. 렘수면은 꿈꾸는 동안의 수면 상태로, 눈꺼풀 밑에서 눈이 활발하게 움직여요. 뇌파*도 깨어있을 때만큼 활발하지요. 비렘수면은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깊은 잠으로, 눈도 가만히 있고 뇌파도 느려지죠.
지난 11월, 미국 보스턴대학교 생체공학과의 니나 풀츠와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의 로라 루이스 교수 공동 연구팀은 비렘수면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측정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뇌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계인 fMRI를 이용해 잠든 사람의 뇌를 관찰했어요. 동시에 뇌파 등 여러 다른 생체 신호도 측정했지요.
그 결과, 비렘수면 동안 뇌를 둘러싼 액체인 ‘뇌척수액’이 뇌파의 리듬에 맞춰 흐르는 모습이 나타났어요.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에 들어있는 투명한 액체로, 외부 충격에서 뇌를 보호하고 호르몬과 노폐물 등을 운반해요. 사람이 깨어있는 동안 뇌척수액은 평균 3~4초에 한 번씩, 파도처럼 뇌로 들어와 흘러가요.
그런데 fMRI 관찰 결과, 잠든 동안에는 더 많은 양의 뇌척수액이 20초에 한 번꼴로 천천히 흘렀어요. 뇌척수액은 뇌 주변을 순환하며 낮 동안 뇌세포에 쌓인 노폐물을 씻어내요. 이 노폐물 중에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지목받는 아밀로이드도 있어요.
즉, 잠을 통해 아밀로이드와 같은 노폐물을 씻어내지 않으면 노년기에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거예요. 이렇게 잠은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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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정리
* 뇌파 : 뇌 신경 사이에 신호가 전달되면서 생기는 전기의 흐름. 뇌파를 측정하여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