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들이 훔쳐간 알이 무려 1600개? 경찰 인생 10년 만에 이런 절도 사건은 또 처음이네요. 범인들은 알을 가져가 어디에 쓰려고 했던 걸까요?
난도에 잠입한 불법 채취단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괭이갈매기 2만 8000여 마리는 충남 태안군 난도로 향해요. 괭이갈매기는 두 달 동안 난도에 머무르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지요. 난도는 예로부터 ‘알섬’ 또는 ‘갈매기섬’으로 불렸으며, 이름에도 알을 뜻하는 한자 ‘卵(난)’을 품고 있어요. 1982년 문화재청은 섬 전체를 천연기념물(제334호)로 지정해 괭이갈매기 번식지를 보호하고 있지요. 따라서 난도에 출입하기 위해선 미리 문화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한답니다.
그런데 4월 20일, 허가받지 않은 3명이 배를 타고 몰래 난도에 발을 디뎠어요. 한 시간 정도 머무
르며 괭이갈매기 알 1000개를 양동이에 담았지요. 이들은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취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홍합 등 수산물을 추가로 채취한 후, 육지로 돌아왔답니다.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고 있던 충남 태안해경이 괭이갈매기 알을 차로 옮기는 현장을 덮쳐 이들을 검거했지요.
혐의가 입증되면 문화재 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아요. 다음 날인 21일에도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취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관광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태안해경은 또 다른 괭이갈매기 번식지인 태안군 격렬비열도에서 알 600개를 불법 채취한 2명을 잡았답니다. 격렬비열도는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으로 보호받고 있어요.
이처럼 괭이갈매기 알을 채취하는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정력과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
문 때문이에요.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타고 1개 당 2000~5000원에 거래되고 있지요. 국립환경과학원 이장호 연구관은 “철저한 관리와 검사를 거치는 계란과 달리 야생에서 채취한 괭이갈매기 알엔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과거 먹을 것이 부족해 괭이갈매기 알을 먹기도 했지만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어요.
괭이갈매기가 무인도에 대규모로 번식하는 이유
태안 난도 뿐만 아니라, 통영 홍도, 독도 등 괭이갈매기의 번식지는 우리나라 바다 3면에 퍼져 있어요. 이곳들은 모두 사람의 출입이 거의 없는 무인도이고, 주변에 멸치나 새우, 오징어 등 먹이가 많은 곳이지요.
해안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땐 괭이갈매기를 위협하는 생물이 없지만 번식지에선 고양이나 쥐들이
이들의 알을 노려요. 둥지는 평지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쌓은 평평한 형태라 포식자가 접근하기도 쉽지요. 따라서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함께 대응하기 위해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번식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