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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인 박사님은 ‘장보고 주니어’라는 새로운 배를 타고 태평양 근처의 항구도시 마사틀란을 출발했어요. 높은 너울과 파도 때문에 잠을 설치며 항해한 끝에 드디어 도착한 곳은? 바로 다윈에게 진화에 대한 영감을 주었던 갈라파고스였답니다. 그 곳에서 박사님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함께 따라가 봐요.
오늘 아침에는 돌고래 떼가 계속 따라왔다. 호기심 많은 어미 돌고래가 아기 돌고래에게 배 뒤에 달려 있는 탐사 장비를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권상수 대원이 장대에 수중카메라를 묶어서 돌고래 촬영을 시도했다.
하루는 상처 난 거북이가 그물에 걸려 물 속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권상수 대원이 장대로 그물을 벗겨 주었다. 모두들 기분이 좋았다. 그 동안 참치와 청새치 등을 주신 바다신에게 보답을 한 것 같은 기분이었나 보다.
저녁에 무풍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무풍지대에도 바람이 불었다! 장보고 주니어 호는 바람에 맞서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물 위의 낙엽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밤이 되면 배가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지옥의 사자 같은 소리로 들린다. 이럴 때면 간이 콩알만 해진다는 느낌이 뭔지 알 수 있다.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방향키를 잡은 손에서는 땀이 난다. 어서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우리는 바람을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풍지대에서 바람을 만난 것을 고마워하며 열심히 남쪽으로 갈라파고스를 향해 갔다. 심한 파도와 너울 때문에 속이 메슥거리고 식욕을 잃은 상태이다. 다윈도 배 멀미를 심하게 했다고 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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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갈라파고스 제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거친 바다를 건너 온 우리에게는 얼마 만에 보는 반가운 섬인가!
섬을 둘러보기 위해 처음 간 곳은 ‘세로콜로라도’라는 거북이가 살고 있는 숲이었다. 약 300미터 이상의 고지대를 지나가는데 춥고 안개가 끼어 있었다. 적도에서 추위에 떨다니! 이 섬 주위로 남극에서 오는 차가운 험볼트 해류가 흐르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에는 이름 모를 아름다운 야생화들이 자라고 있었다. 다윈도 “섬의 남쪽은 기후가 습윤하고 식물상도 다양하다”고 했다.
숲에서 만난 핀치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도망가서 부리를 자세히 관찰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윈은 “새 몇 마리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나에 대해서는 거북만큼도 관심이 없었다”고 했으니, 170여년 만에 이렇게 사람을 무서워하게 된 걸까?
우리는 다윈의 비글호가 1835년 9월 23일에 상륙했던 플로리나섬(찰스 섬)으로 이동했다. 그 곳에는 바다이구아나가 항구 부근의 바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검은 색의 바다이구아나가 모래사장에 남긴 발자국은 두 종류였다. 급히 도망갈 때는 꼬리의 흔적이 직선을 이루고, 걸어다닐 때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며 끊겨 있었다.
갈라파고스가 진화의 증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화산 폭발의 흔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많은 섬에서 화산 폭발로 쌓인 백색의 화산재 퇴적층을 볼 수 있었다. 폭발적인 화산활동으로 대기에 화산재가 퍼져서 수개월간 햇볕이 사라졌다면 생물들이 거의 전멸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뒤에 온 생물들로부터 진화의 증거를 찾을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갈라파고스처럼 지열이 29℃ 이상인 곳에서는 거북의 알에서 부화되는 새끼들이 주로 암컷이라고 한다. 이처럼 화산활동은 생물의 진화에 영향을 주었음이 확실하다. 또 이 곳의 여러 섬에서 관찰되는 거북들은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등딱지의 모양에 따라 돔형, 안장형, 중간형 등이 있어서 이 모양으로 거북이가 어느 섬에서 왔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일러스트 : 조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