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활약 덕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군요. 그런데 봄철마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건조와 강풍이 불을 키운다
‘금일 동해안 전지역 대형산불주의보. 소각 금지 등 산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산불이 발생한 당일 오전 9시 20분에 강원도청에서 강원도 전역에 발송한 재난 문자예요. 이날은 강원도 전역에 건조 경보와 강풍 경보가 내려진 상태였어요. 건조 경보는 목재 등의 건조도를 나타내는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2일 이상 지속될 때 내려져요. 즉 산속의 낙엽과 떨어진 나뭇가지 등이 바싹 말라 불이 나면 연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당시 5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아 땅은 바싹 말라 있었고, 밤새 세찬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어 작은 불꽃도 큰 불로 번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를 했던 거예요. 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어요.
고성-속초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한 전신주의 개폐기가 ‘펑’ 소리와 함께 터지며 시작됐어요. 이때 발생한 불꽃이 주변 땅에 불을 붙였고 불씨가 초속 20~30m에 달하는 세찬 바람을 타고 바싹 마른 산으로 옮겨 가 빠르게 번졌지요. 인제와 강릉-동해 산불은 아직 발화지점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산불의 원인을 지구 단위에서 찾기
산불 발생의 원인을 아시아의 기후로 설명하려는 과학자도 있어요. 작년 전남대학교 정지훈 교수팀은 아시아 주변의 해양 온도, 대기 온도, 기압 등 여러 요인과 36년 동안의 산불 발생량을 비교해 봤어요. 그 결과 서태평양과 인도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 차이가 크고, 남중국 지역 1500m 고도에서 바람이 거의 없었던 겨울의 다음 해에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라니냐가 발생한 해의 특징과 일치했지요. 정지훈 교수는 “연구에서 알아낸 산불에 영향을 주는 두 요인으로 산불 발생 횟수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어요.
가뭄 지역의 큰 산불이 잦아지는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 펠리샤 치앙 박사 연구팀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초 미국 전역의 기온과 강수량 데이터를 비교했어요. 가뭄 지역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한 곳보다 4배 더 빨리 기온이 높아졌지요. 메마른 지역은 수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온도가 더 급격하게 상승한 거예요. 물은 토양보다 비열*이 커서 같은 온도를 올리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가뭄 지역에서는 온도가 빨리 상승한 만큼 수분도 더 빼앗겨 이전보다 건조해져요. 지구온난화로 가뭄 지역 산불의 빈도는 증가하고 피해도 더 커지는 거예요.
용어정리
평년: 30년 동안 관측한 값의 평균
비열: 어떤 물질이 1g을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