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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출동한 사람들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켜내요

시민들이 불을 피해 대피하는 동안 불을 향해 출동했던 사람들이 있어요. 시민들이 빠져나간 마을을 지키는 소방대원과 산속으로 뛰어들어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특수진화대지요. 강릉-동해 산불을 진화한 소방대원과 특수진화대를 직접 만나 봤어요.

 

인터뷰 첫번째

_최성순 팀장, 어성제 반장(동해소방서 천곡119안전센터), 김동일 팀장(동해소방서 묵호119안전센터)

 

Q 산불이 났던 날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최성순 팀장 : 고성으로 지원을 가다 관할지역인 강릉에도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차를 돌렸어요. 본부의 지시에 따라 처음 출동한 곳은 동해의 한 실버타운이었어요.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이라 꽤 긴장했는데, 마스터키로 모든 문을 열어 꼼꼼히 확인했고 다행히 모두 대피해 아무도 없었지요.


김동일 팀장 : 고성 산불이 난 저녁 7시부터 센터에 끊임없이 전화가 울렸어요. 119로 전화하면 본부로 연결돼서 보통 센터로 직접 전화가 오진 않아요. 불은 점점 몰려오고 119는 전화가 폭주해 연결되지 않자 주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직접 센터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하신 거예요. 대피를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어보셨죠.

 

 

 Q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에요.
김동일 팀장 : 당시 서 있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세게 불었는데, 다행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즉 바다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이었어요. 새벽 3시쯤엔 바람도 잦아들었지요. 2000년 동해안 산불 때는 바람 방향이 계속 바뀌며 사방으로 불이 번졌어요. 도무지 어디로 퍼져나갈지 알 수 없었죠.


Q 불을 완전히 잡고 나선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어성제 반장 : 삼일 동안 쪽잠을 자며 계속 잔불을 정리했어요. 그 후에도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잦아 출동도 많았어요. 출동을 다녀오면 현장의 상황을 세세하게 기록하는데, 정신없이 이틀 밤을 꼬박 새며 불을 껐으니 기억이 희미해져 모든 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시 상황을 되짚어보며 퍼즐 조각을 맞췄답니다.

 

Q 위험한 일이다 보니 늘 긴장을 늦추지 않겠어요.


어성제 반장 : “침착하고, 단독 행동하지 말고, 장비 테스트 꼭 하고.” 팀장님께서 출동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에요. 위험한 일인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평소에 훈련도 자주 해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곳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눈 감고 호스를 따라가는 건 기본이지요. 불 속에선 장비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틈틈이 장비를 점검해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원들이 현장에서 20분 이상 가만히 있으면 울리는 경고 장치도 있어요.


최성순 팀장 : 위험한 일을 한다고 늘 힘든 건 아니에요. 며칠 전에는 한 초등학생이 엄마와 함께 소방서로 왔더라고요. 꼬마가 밤새 산불을 끈 소방관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해야 한다고 엄마를 계속 졸랐다면서요. 이럴 땐 남다른 보람을 느끼지요.

 

인터뷰 두번째

_임병천(산림청 소속 강원국유림관리소 특수진화대 조장)

 

산불 바로 앞에서 맞서 싸워요

 

 Q 특수진화대란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특수진화대는 산 주변을 순찰 다니다가 산불이 나면 진화 차량을 이끌고 출동해요. 일주일에 평균 세 번 정도 산불이 난답니다. 


처음에는 고성으로 출동했는데 바람이 세서 산에 접근조차 못했어요. 그러다 강릉 산불 소식을 듣고 다시 강릉으로 왔지요. 불씨가 붙은 나뭇가지가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하늘은 시뻘게서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요. 호스를 끌고 들어가 바람을 등지고 선 채 불갈퀴로 낙엽을 긁어내고, 맞불을 놓아 탈 만한 것을 먼저 태워버리는 작업을 밤새 반복했지요.

 

 

 Q 주변 산은 다 꿰고 계시겠어요.
저희는 소방대원들이 진입할 수 없는 산세가 험한 지역에 투입돼요. 그래서 미리 산의 지형을 알아두는 게 좋지요. 하지만 까만 밤에 연기와 재가 가득한 현장에서는 한치 앞도 안 보일 때도 많아요. 불이 나면 땅이 푹푹 꺼지고, 돌이 굴러 떨어지기도 해요. 무엇보다 불 바로 앞에 있는 저희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은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 불이 갑자기 덮치는 경우예요. 이때는 호스도 버리고 일단 피신한답니다.


 Q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 오후에 평창과 강릉의 경계인 왕산면에서 산불이 났어요. 다행히 크게 번지지 않아 금세 진화를 하고, 혹시 몰라 순찰을 돌고 있었지요. 그런데 남아있던 불씨에서 다시 불이 나서 능선을 타고 올라가더라고요. 겨울이라 건조하고 바람도 세서 긴장하고 신속하게 진화 작업을 했지요. 전 세계에 산불이 생중계될 뻔한 것을 막았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뿌듯해요. 얼마 전엔 양평 강상초등학교에서 격려 편지도 왔어요. 그동안 산불과 제일 가까이에서 맞서는데도 소방대원들과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아 서운한 마음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니 보람차네요.

 

 Q 특수진화대가 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요?
사실 저희 직업은 매우 위험한 직업이에요. 하지만 제겐 매력 있는 직업이지요. 앞뒤가 조금 안 맞나요? 이산 저산을 타며 활동하는 것도 좋고, 자부심을 느껴요. 특수진화대에게 가장 중요한 체력도 좋은 편이거든요. 지금은 40~50대가 대부분인데 처우가 좋아져서 젊은 친구들도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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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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