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지나가면 건물, 집과 같은 재산 피해는 물론, 동식물을 비롯해 토양 등 자연 피해도 심각해요. 강원도 하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 떠오르는데 얼른 소나무를 심어야 할까요?
소나무 다시 심어야 할까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나무예요. 소나무에서 나오는 투명하고 끈끈한 액체인 송진에는 ‘테르펜’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요. 테르펜은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지녔지요. 강원대학교 화학공학연구소 박영주 연구원은 5일 이상 비가 오지 않은 강원도 산에서 참나무와 소나무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태워 봤어요. 그 결과 참나무는 325℃에서 발화한 반면, 소나무는 이보다 낮은 285℃에서 발화했지요. 또 소나무는 불이 지속되는 시간이 참나무보다 2배 이상 길었어요. 즉, 소나무 숲은 더 낮은 온도에서 불이 붙고 오래 타서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큰 거예요.
강원 산간에 소나무가 많은 건 토양과 기후가 소나무에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소나무는 산성 토양에 차가운 바람이 부는 아한대 기후에 잘 사는데, 강원도의 숲이 이 조건에 딱 맞거든요.
따라서 산불을 막는다고 소나무를 참나무로 다 바꿔 심는 건 답이 아니에요. 소나무와 불에 강한 나무를 섞어 심는 ‘내화수림대’가 해답이 될 수 있지요. 해당 지역에 잘 자라는 나무 중 불에 강한 나무를 띠나 사각형 형태로 심어 산불이 크게 번지는 걸 막는 방법이에요. 2005년 낙산사를 태웠던 양양 산불 이후, 일부 지역에 내화수림대를 조성했지요. 강원대학교 채희문 교수는 “고창 선운사에는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500년 전 잎이 두껍고 수분함유량이 높은 동백나무가 심어졌다”며, “매년 산불로 큰 피해를 입는 만큼 내화수림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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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산불의 흔적은 수십 년이 흘러야 아물어요"
_윤석(울산 생명의숲 사무국장)
2013년 울산에서도 산림 280ha와 주택 37채를 태운 대형 화재가 있었어요. 6년이 지난 지금, 산불이 휩쓸고 간 산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직접 찾아가자 황무지처럼 보이는 산이 눈에 띄었지요.
Q 아직도 황무지네요?
황무지라니요.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고 있어요. 아직 키가 작고, 겨울이라 가지만 앙상해 토양이 듬성듬성 보이는 거예요. 과거에는 소나무가 많았지만 불에 탄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수유나무, 편백나무, 벚나무 등 대부분 새로운 나무가 심어졌죠. 다행히 불길을 피한 나무가 몇 그루 남아 있긴 한데, 나무 줄기나 밑둥에 새까만 흔적이 아직 남아 있어요.
Q 나무 수종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네요?
복원 전, 주민이나 산 주인과 협의해 어떤 나무를 심을지 결정해요. 일부 지역에서는 토양의 환경이나 기후가 맞지 않아 나무가 잘 자랄지 걱정이에요. 편백나무는 습기가 많은 북사면에 잘 자라는데, 하루종일 햇빛이 들어오는 남사면에 심어진 곳도 있거든요. 건조하고 뜨거운 곳에선 잎이 탈 수도 있어요.
Q 앞으로 6년 후엔 산이 어떤 모습일까요?
복원할 때 5년생인 나무를 심었으니 지금은 나이가 10살쯤 됐겠죠? 이제 나무들은 그야말로 폭풍성장을 할 거예요. 산에는 어린 참나무가 새로 심은 나무와 함께 있는데, 서로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잘 가꿔주는 게 중요해요.
어린 참나무들은 씨앗을 숲 여기저기에 숨겨 놓은 다람쥐나 어치의 소행이에요. 산불 이전엔 울창한 소나무에 가려져 어린 참나무가 보이지 않았지만 뜻하지 않게 생장할 기회를 얻은 거죠. 아마 6년 후엔 이곳의 토양과 기후에 잘 적응한 개체와 그렇지 못한 개체로 나뉠 거예요. 적응하지 못한 나무를 솎아내 다른 나무들을 잘 자라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