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말이야…. 사실 우리는 지금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어. 우리 집이었던 (구)농림축산검역본부는 원래 일반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었어. 그래서 개미들이 이렇게 거대한 왕국을 짓고 살 수 있었기도 해. 그런데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우리 집도 사라질지 모른다고 해.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
왕개미 위기에 빠지다?!
100년 이상 자리를 지키던 (구)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08년 경북 김천으로 이전계획을 발표하면서 안양시는 2010년 12월 이 부지를 사들여 이곳에 주민들을 위한 행정·복지·문화시설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하기로 결정했어요. 이때는 왕개미 가족이 발견되기 전이었지요.
2018년 10월, 국립생태원은 왕개미가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전체에 퍼져 있지만, 가장 많이 살아가는 공원 부지 7000m2 만이라도 보호한다면 왕개미 초군체를 보존할 수 있을 거라는 연구 결과를 제공했어요.
안양시는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안양시의 선택에 수천만 왕개미들의 목숨이 달려있으니까요. 다행히 (구)농림축산검역본부 부지 최종 개발안에선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원’으로 표시됐어요. 하지만 안양시 환경보전과와 스마트시티과의 담당 주무관은 “아직 정확히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답니다.
왕개미 가족을 지켜주세요
물론, 주민들을 위한 행정시설도 필요해요. 하지만 왕개미는 오랜 시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살아왔어요. 왕개미들의 집을 빼앗지 않으면서 함께 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해요. 정길상 국립생태원 생태연구실 실장은 “문화재나 유물을 보존하는 것처럼 수십년 된 개미 왕국을 보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어요. 또 “해외에서 개미 초군체가 발견된 사례는 있으나 대부분 해충 개미라 보존하려고 노력한 사례는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보기 힘든 살아있는 생태 교육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안양지역 시민연대 ‘안양기억찾기’ 최병렬 대표는 “다행히 이곳이 공원부지로 결정됐지만, 개미들과 공존하기 위한 공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켜 볼 예정”이라고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