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양탄자처럼 둥둥 떠다니며 헤엄을 치는 쥐가오리가 살아요. 큰 몸통과 달리 성격이 온순한 쥐가오리는 특이한 방식으로 먹이를 섭취합니다. 저는 지난해 1월 방문한 멕시코에서 쥐가오리를 만났어요.
담요를 닮은 가오리
쥐가오리는 입이 뻥 뚫려 있는 해양 동물이에요. 넓게 펼쳐진 몸통과 달리 이빨은 작아요. 물을 빨아들이면서 섬모를 이용해 플랑크톤을 걸러 먹이로 섭취해요. 바다에서 만나도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온순한 동물입니다. 쥐가오리속에는 10종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기록한 종은 쥐가오리(Mobula alfredi)와 매끈꼬리쥐가오리(Mobula thurstoni)가 있어요. 쥐가오리속 중에 가장 크기가 큰 종은 대왕쥐가오리(Mobula birostris)예요.
대왕쥐가오리는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견되지만 우리나라 해양생물학자들이 아직 연구를 통한 논문 보고를 하지 않은 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한 공식 명칭은 없지만, 흔히 대왕쥐가오리라고 불러요. 전 세계 다이버들은 대왕쥐가오리를 주로 ‘만타 레이(Manta ray)’라고 많이 불러요. ‘만타(Manta)’는 스페인어로 담요라는 뜻이에요. 담요 모양을 닮아 이렇게 부르고 있지요.
대왕쥐가오리를 만나려면?
대왕쥐가오리는 배가 흰색이고 등이 검은색이에요. 등에는 흰색 무늬가 있고 배에는 검은색 무늬가 있는데 개체마다 문양이 조금씩 달라요. 종종 배 전체가 검은색인 대왕쥐가오리도 있어요. 2018년 멕시코 바하캘리포니아수르자치대학교 해양생물학과 연구팀은 멕시코 소코로섬에 사는 대왕쥐가오리의 무늬에 따라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어요.
대왕쥐가오리의 몸길이는 6~9m고 몸무게는 3t(톤)에 달해요. 입 양쪽에는 갈고리를 닮은 머리지느러미가 달려 있어요. 대왕쥐가오리는 머리지느러미를 동그랗게 말거나 방향타처럼 돌려서 입에 들어오는 물의 양을 조절합니다. 이를 통해 먹이를 입 주위로 모을 수 있지요. 먹이를 모은 뒤로는 아가미 쪽에 달린 갈퀴를 이용해 플랑크톤을 잡고, 이를 식도로 보내요. 대왕쥐가오리의 뇌 크기는 200g으로 신체 대비 무게가 다른 어류에 비해 5배 커서 어류 중에서 지능이 높은 편이에요.
대왕쥐가오리는 수정을 한 뒤 몸 안에서 알이 부화해요. 몸 안에서 부화하지만 포유류 동물처럼 모체와 새끼를 이어주는 태반이 없어 배꼽도 없지요. 12~13개월 동안 알을 품은 뒤 개체당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는 너비가 1.4m, 몸무게가 9kg으로 사람 신생아보다 훨씬 커요. 태어나자마자 유영을 하고 태어나고 나서 최대 20년까지 살아갑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배를 타고 한두 시간 이동해 페니다섬에 가면 대왕쥐가오리를 가장 쉽게 볼 수 있어요. 저는 지난 8월 페니다섬에서 수영하다가 대왕쥐가오리를 만났습니다. 대왕쥐가오리는 바다의 흐름에 따라 이동해요. 수심이 얕고 물살이 빠른 곳에서 더 쉽게 만날 수 있지요. 연구자들은 대왕쥐가오리가 더 많은 플랑크톤을 먹기 위해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곳으로 찾아간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다만 강하게 물이 흐르는 곳을 선호하다 보니 가까이서 만나기는 어렵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