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양에 벌써 50년 이상 터를 잡고 살았어. 그동안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대가족을 이뤄왔다는 건 아무도 알지 못했지. ‘그’가 우리에게 관심을 주기 전까지 말이야.
우연히 시작된 만남
2014년 봄, 당시 국립생태원 원장이던 최재천 교수는 경기도 안양시 (구)농림축산검역본부 공원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왕개미들을 발견했어요. 그날 최 교수는 국립생태원에서 열리는 개미전시회에 해외 개미를 국내로 들여오고자 검역본부를 찾았지요.
그는 약속 시각 전에 도착해 공원을 산책하다 수많은 왕개미를 발견한 거예요.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개미끼리 싸운 흔적을 찾지 못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최 교수는 ‘개미는 가족이 아니면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싸우기 때문에, 이들은 한가족일 것' 이라는 가설을 세웠답니다.
정말 한 가족일까?
이후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공원에서 개미들을 채집해 미토콘드리아 ‘사이토크롬 옥시데이즈1(CO1)’ 유전자를 검사했어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어머니를 통해서만 유전되며 여러 세대를 거쳐도 잘 보존돼 종을 구별하는 열쇠가 돼요. 특히 CO1 유전자는 다른 종과는 3% 정도 차이가 나지만 같은 종일 땐 1% 미만의 차이를 보여요. 과학자들은 종 연구를 할 때 미토콘드리아의 CO1을 기본적으로 확인한답니다.
연구팀이 공원에서 채집한 곰개미와 왕개미의 CO1을 분석한 결과, 곰개미는 몇 개의 서로 다른 가족이었어요. 한편, 왕개미들은 같은 CO1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요.
또, 연구팀은 왕개미들이 핵 유전자의 배열이 같은지도 보았어요. 핵 유전자 배열이 비슷하면 같은 가족이라는 또 다른 증거가 되거든요. 분석 결과, 왕개미들끼리의 유전자 배열은 비슷했고 곰개미들끼리는 달랐답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검역본부 내에 약 수천만 마리의 왕개미들이 50년 이상 이어져 살고 있을 것으로 결론을 내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