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국 남방과학기술대학교의 허젠쿠이 교수는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크리스퍼 실험을 통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쌍둥이가 태어났다고 발표했어요. 이 소식을 들은 과학계는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에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양쪽 변론 시작하시지요.
● 사건 요약 - 유전자 편집 아기, 어떻게 태어났나?
이번 연구에 참여한 8쌍의 부부는 모두 남성이 에이즈(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였어요. 이 부부들은 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기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두려워 했어요. 그래서 에이즈 감염 가능성을 없앨 수 있는 크리스퍼 실험에 참가한 것으로 보여요.
일단 체외수정*을 위해 부모의 몸에서 각각 난자와 정자를 채취했어요. 이후 난자에 정자를 넣으며 유전자가위도 함께 넣었지요. 수정이 일어나 배아가 된 지 3~5일째에 유전자가위가 작동해 에이즈와 관련 있는 CCR5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켰어요. 이후 이 배아는 엄마의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하고, 성장해 무사히 태어났답니다.
*에이즈(HIV) : ‘후천성면역결핍증’이란 질병으로, 에이즈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면역세포를 공격한다.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망가지면서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체외수정 : 난자와 정자를 몸에서 따로 뺀 뒤 연구실에서 수정을 시키는 방법.
● 허젠쿠이의 주장 “에이즈 예방을 위해서였다!”
이번 연구에서 크리스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는 ‘CCR5 ’예요. CCR5 유전자는 면역세포에서 에이즈 바이러스를 안내하고 세포로 들여보내는 CCR5 수용체를 만들어요.
또, 면역세포에는 ‘CD4’라는 또다른 바이러스 수용체도 있어요. CCR5와 CD4, 두 수용체 중 하나라도 면역세포에 없다면 에이즈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CD4 수용체는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돼요. 면역세포가 각종 바이러스를 죽이는 데 꼭 필요하거든요. 반면 CCR5 수용체는 없어도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즉, 쌍둥이는 CCR5 수용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세포에 들어오지 못한답니다.
2018년 11월
•허젠쿠이, 유튜브 영상 업로드
•인간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에서 연구 발표
2018년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뽑은 ‘2018 과학계 화제의 인물 10인’에 선정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2018 가장 실패한 기술 5’에 선정의 ‘2018 가장 실패한 기술 5’에 선정
2019년 1월 22일
•중국 광둥성 정부 관할 조사팀, 유전자 교정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 확인
•중국 공영방송 신화통신,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보도.
● 전문가들의 의견
김형범(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크리스퍼, 사용할 필요 없었다!”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예요. 수용체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오도록 안내하고 세포의 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해요. 하지만 정자와 난자, 수정란에는 세포의 문 역할을 하는 수용체가 없어요. 그래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이번 연구에서처럼 남성이 보균자일 때 에이즈 감염 예방을 위해 체외수정을 할 경우, 정액에서 정자만 빼낸 뒤 깨끗하게 씻으면 돼요. 에이즈 바이러스는 정액에 섞여 있을 뿐, 정자에는 들어 있지 않거든요. 결국 연구에 참여한 부부는 모두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으며, 크리스퍼는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김진수(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은 지난해 11월 30일 SNS에 “허젠쿠이의 교수 발표에 따르면 쌍둥이 중 한 명은 CCR5 유전자가 망가진 채로, 또 다른 아기는 새로운 CCR5 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고 밝혔어요.
실제로 허 교수의 주장과 달리 지원자 엄마의 몸에 착상시킨 두 배아는 유전자 교정이 정확하게 일어나지 않았지요. CCR5 수용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염기 중 32개를 잘라야 하는데, 한 아이는 15개만, 다른 한 아이는 4개만 잘려진 것이에요.
김 단장은 “허젠쿠이 교수의 실험에서 변이된 유전자가 에이즈 감염을 막을 수 있을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바이러스의 수용체가 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