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가 인간으로 진화하지 않았다는 점, 이젠 알겠지? 그런데 저 많은 고인류가 가진 인류의 특징은 뭘까? 찰스 다윈은 인간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큰 두뇌와 작은 치아, 직립보행, 도구의 사용’을 꼽았지. 이것들이 정말 인류만의 특징일까?
두뇌가 크면 인간?
20세기 초, 고인류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에게서 큰 두뇌가 먼저 진화했으리라 믿었어요. 예술이나 종교 같은 인간 특유의 행위는 높은 지능에서 나오니, 다른 부위보다 큰 두뇌가 먼저 발달하여 인간의 진화를 이끌었으리라 생각한 것이죠. 1912년, 영국의 필트다운이라는 지역에서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화석이 발견됐어요. 유인원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턱뼈에 인간의 큰 뇌용량을 가진 두개골 화석이었죠. 하지만 약 40년이 지나 이 화석이 가짜임이 밝혀지면서, 두뇌가 먼저 진화했다는 주장은 힘을 잃었어요. ‘필트다운 인’ 사건은 희대의 과학사기극으로 기록됐지요.
현재는 고인류가 진화할수록 뇌용량이 커지긴 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고 알려졌답니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의 평균 뇌용량은 1500cm3로, 1350cm3인 현대 인류보다 오히려 크지요. 한편 2015년 발견된 신종 화석인류인 호모 날레디(Homo naledi)는 침팬지와 비슷한 뇌용량을 가지고 있음에도 장례식과 같은 인간 특유의 행동을 했다고 알려졌어요. 인간의 행동과 뇌용량이 꼭 같이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두 발로 걸으면 인간?
인간의 또 다른 대표적인 특징은 ‘직립보행’이에요. 침팬지나 고릴라가 땅 위에서 대개 네 발로 움직이는 데 비해, 인간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두 발로 걷지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포함한 초기 고인류의 골격을 관찰하면, 두뇌가 커지기 전에 직립보행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두개골의 크기는 그대로이지만, 발의 모양이 나뭇가지를 잡기 편한 구조에서 평평한 땅을 걷기에 적합한 모습으로 바뀌었거든요.
그렇다면 고인류는 왜 두 발로 걷기 시작했을까요? 과학자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네 발보다는 두 발로 걷는 것이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먹이를 찾아 오랫동안 이동하는 데 직립보행이 더 편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답니다.
도구를 사용하면 인간?
그렇다면 ‘도구의 사용’은 어떨까요? 과학자들은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인간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석기를 처음으로 만든 200만 년 전의 고인류에게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이죠.
그런데 지난 2015년, 호모 하빌리스가 만든 석기보다 더 오래된 석기가 발견되었어요. 미국 스토니브룩대학교 투르카나유역연구소의 소니아 아르망 교수 연구팀은 아프리카 케냐의 ‘로메크위3’ 유적지에서 149개에 달하는 석기를 발굴했어요. 지층의 연대를 분석하니, 이 석기들은 무려 33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연구팀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이 석기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했죠. 도구를 만드는 데 꼭 큰 두뇌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얘기예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인류학과의 이상희 교수는 “인류를 구분하는 절대적인 특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어요. 단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지능이 더 뛰어나거나 도구를 훨씬 더 많이 쓰는 등,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