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이제 인류의 진화는 다 끝난 걸까? 현생 인류 한 종만 남았으니 인류의 진화도 끝난 것 아니냐고? 놀라지 마. 인류의 진화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그 증거가 바로 앞에 있지. 바로 네 손목에!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도록 손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붙이면, 손목 중간에 길쭉하게 올라오는 근육이 보이나요? 이 근육은 긴손바닥근(장장근)이에요. 근육이 보이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세요! 10~15%의 사람은 이 근육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긴손바닥근은 나무를 타고 다니는 원숭이에게 특히 발달한 근육이에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나무를 탈 일이 거의 없는 인간의 긴손바닥근은 퇴화 중이라는 가설을 내놓았어요. 실제로 긴손바닥근은 손의 쥐는 힘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그래서 의사들은 다른 부위를 수술하다 근육이나 인대 조직이 필요하면 긴손바닥근을 떼와서 쓰기도 해요. 긴손바닥근은 나무에서 살던 시절,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인 셈이죠.
진화의 증거는 DNA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나요. 최근 인류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금도 진화 중이라는 연구를 내놓기 시작했어요. 진화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서 일어나는데, 몇몇 인류 집단의 게놈에서 1만 년도 안 된 돌연변이가 퍼진 것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에요. 작년 초,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멜리사 일라도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동남아시아의 해안가에 사는 원주민 바자우족의 유전자를 분석했어요. 바자우족은 뛰어난 잠수능력으로 유명한데, 연구진이 바자우족의 유전자를 육상 생활을 하는 다른 부족과 비교했더니 ‘PDE10A’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음이 밝혀졌어요. 이 돌연변이가 잠수능력에 영향을 주는 비장이라는 기관을 크게 만들어 오랫동안 잠수가 가능해진 것이죠. 연구팀은 바자우족이 수천 년 전 수상생활을 시작하면서 수상생활에 적합한 돌연변이가 생겨 퍼진 것으로 추측했어요.
이외에도 피부색, 우유에 들어있는 젖당을 소화하는 효소 등 다양한 돌연변이가 문명이 시작된 이후에 생겨났어요. 인간이 사는 환경과 문화에 따라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나 퍼진 것이죠. 앞으로는 인류가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나요?
● 인터뷰 - 우은진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한반도에는 언제부터 고인류가 살았을까요?
Q 한반도에 처음 산 고인류는 누구인가요?
아쉽게도, 한반도에서는 고인류의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아요. 토양이 산성이라 고인류의 뼈가 쉽게 부식되어 버리기 때문이죠. 한반도의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은 북한 평양 근교에 있는 ‘상원 검은모루’ 유적이에요. 약 60~65만 년 전의 주먹도끼가 발견되었는데, 호모 에렉투스가 만든 것으로 추정돼요.
Q 현재 사는 인류는 한반도에 언제 들어왔을까요?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은 북한에서 많이 발견되었어요. 과학자들은 북한 학자들이 촬영한 화석 사진을 검토하고,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주변 국가와 비교했어요. 그 결과, 호모 사피엔스는 약 5~6만 년 전에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Q 가볼 만한 선사시대 유적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연천의 전곡리 유적과 충남 공주의 석장리 유적지가 유명해요. 두 곳 모두 박물관이 있으니 구경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