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 속 탐험을 떠나 볼까? 그래, 저기 땅을 파고있는 과학자들이 있군. 저기로 가면 지구 속을 볼 수 있을 것 같네. 엥? 그런데 저기는 바다 한가운데?!
깊은 바다에 숨겨진 지구의 일기장
바다 아래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처럼 너른 평원, 산, 산맥, 골짜기가 있어요. 이런 땅을 ‘해저지각’이라고 부르지요. 해저지각은 과학자들에게 있어서 지구의 비밀을 푸는 매우 중요한 열쇠예요.
육지 위에선 끊임없이 바람이 불고 눈과 비가 내리며, 동물들이 지나다녀요. 이런 과정에서 육지 위의 돌들은 아주 조금씩 깎여나가거나 움직인답니다. 얼핏 보기엔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지 않지만, 수십만 년 동안 계속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되지요.
반면, 깊은 바다 속은 매우 평온해요. 바람이 불지도, 눈과 비에 맞지도 않지요. 덕분에 동물의 시체부터 여러 가지 미생물과 광물 등 바다 속 물질들은 고요히 떠다닐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물질들은
차츰 바다 아래로 가라앉아 조금씩 쌓이게 되죠.
그 결과, 해저지각엔 다양한 물질들이 시대 순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돼요. 여기엔 당시 지구환경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해저지각은 지구의 역사가 기록된 일기장이랍니다.
바다 밑을 파기 위해 모인 과학자들!
해저지각 속에 숨겨진 지구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 등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힘을 합쳤어요. 바로 ‘국제해저지각시추사업(IODP)’이랍니다. 전세계 과학자를 태운 거대한 시추선을 바다에 띄우고, 직접 드릴로 해저지각을 뚫어 샘플을 채취해 분석하는 연구죠.
현재 IODP에서 시추선으로 활동하는 배는 미국의 ‘조이데스 레졸루션(JR)’, 일본의 ‘지큐호’, 유럽의 ‘이코드 특수임무 조사선(ECORD MSP)’까지 총 세 대예요. 조이데스 레졸루션(왼쪽 큰 사진)은 다양한 곳을 탐사하는 데 사용돼요. 깊은 곳을 탐사할 땐 지큐호가, 북극처럼 탐사가 어려운 지역은 특수임무 조사선이 나서지요.
이 탐사선들 중 지큐호는 유일하게 지구 맨틀을 채취할 수 있는 탐사선이에요. 드릴 주변을 강철 파이프로 감싸 보호하는 ‘라이저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죠. 2007년 탐사를 시작한 지큐호는 본래 2012년까지 맨틀을 채취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지큐호는 2012년에 해저지각을 2111m까지 뚫으면서 해저지각 시추 최고 기록을 세웠답니다.

생생! 지큐호 탑승기


2016년 9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지큐호에 탑승했어요. 일본 지진대로 유명한 ‘난카이 해구’ 지역에 있었죠. 전 여기에서 광물과 미생물 사이의 관계와 미생물이 지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조사했답니다. 결과는 아직 분석 중이에요.

낮에 활동하는 팀과 밤에 활동하는 팀으로 나뉘는데, 저는 밤에 활동하는 팀이었어요. 저녁 10시쯤부터 하루 일과가 시작되죠. 보통 3시간에 한 번씩 해저지각이 시추공에서 채취되어 올라와요. 이 샘플을 분석한 뒤, 다른 과학자들과 토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주요 업무랍니다. 일과가 끝나면 식사를 하고, 배 안에 갖춰진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죠.

무엇보다도 맨틀 시추가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맨틀 시추가 가능해지면 실제로 확인할 수 없었던 지구에 대한 많은 가설들을 증명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지큐호를 이용해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미리 지진계를 설치하면 지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예측도 가능해요. 그러면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지구 X-파일
Part 1. 지구 속 탐사
Part 2. 지구 속이 궁금해? 직접 파 보자!
Part 3. 자기장과 진동
Part 4. 맨틀 속 신세계!
Part 5. 핵에서 찾은 시간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