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SA
2022년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달 궤도선 ‘다누리’를 달로 보냈다. 다누리는 2032년 한국의 달 착륙선이 내릴 후보 지역들을 관측하고 있다.
우주비행사가 돼 달에 직접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과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은 꾸는 꿈이다. 이소연이 우주로 날아간 것처럼, 한국인이 직접 달에 발자국을 찍는 건 언제가 될까. 미국 말고도 러시아, 중국, 인도처럼 세계 각국이 달 탐사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경주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디일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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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미국은 아폴로 11호 발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유인 달 착륙에 성공했다.
우주 경쟁의 목표가 바뀌다
20세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두고 소리 없는 전쟁을 벌였다. 약 60년이 지난 지금도 국가 간의 우주 경쟁은 유효하다. 미국은 2028년까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중국은 2030년까지 창어 계획을 통해 유인 달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대, 중국은 2035년에 달 기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미국은 2030년대 중반, 중국은 2040년대 중반에 유인 화성 착륙을 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달 탐사 임무는 ‘아르테미스’와 ‘국제 달 연구 기지(ILRS·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 사이 경쟁의 모습으로 커질 조짐이 보인다. ILRS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축이 돼 2030년대 중반까지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캐나다 등의 나라가 참여한다면, ILRS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벨라루스와 파키스탄 등이 참여한다. 달을 둘러싼 ‘신냉전’ 구도라 불리는 이유다.
다만 60년 전과 현재 우주 경쟁의 목적은 크게 달라졌다. 그 당시에는 자유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 간 체제 경쟁의 승리를 위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일이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우주 경제’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김성수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는 “석유와 반도체 다음 경쟁은 우주 자원을 두고 이뤄질 것”이라고 화상 인터뷰를 통해 전망했다. 2015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자원이 물과 헬륨-3, 희토류를 포함해 수천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또 발자국 남기기가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달은 이제 화성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 됐다. 전 세계는 달을 산업 기지와 동시에 화성으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한다.
달 산업 기지 건설을 위한 무인 임무도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준비되고 있다. 우선 달 자원을 ‘탐사’하는 무인 임무가 있다. 인도의 달 착륙선 ‘비크람’과 탐사로봇 ‘프라기안’은 2023년 발사체 찬드라얀 3호에 실려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인근에 착륙했다. 2025년 인도물리학연구소는 비크람이 수집한 남극 온도와 지형 정보로 달 남극 표층에 얼음이 쌓여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인도 또한 자체적으로 2040년대 유인 달 착륙, 2047년 달 기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2024년 달 남극에 착륙한 중국의 탐사선 창어 6호는 달 뒷면의 토양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왔다. 중국 연구진들은 이 토양을 분석해 달 자원을 모색하는 연구에 활용한다.
류동영 우주항공청 달착륙선프로그램장은 “세계가 달까지의 운송 능력을 확보하는 데 특히 주목하는 추세”라고 내다봤다. 달 기지를 건설하면 사람이 지내는 데 필요한 물류가 많아지고, 이 물류를 달까지 운송하는 능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ESA)은 최대 2.1톤(t)의 화물을 싣는, 달 착륙선 ‘아르고넛’을 2031년 달에 보낼 계획이다. 미국의 우주 기술 기업 블루오리진은 3t의 화물을 운송하는 달 착륙선 ‘블루 문 마크 1’을 올해 발사할 예정이다.

달 향한 ‘트랙’ 한국은 어디쯤
한국은 아직 유인 달 탐사를 추진하려는 계획이 없다. 대신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달 궤도선 발사에 성공한 나라라는 점에서 무인 탐사 능력을 주목할 만하다. 2022년에 발사에 성공한 달 궤도선 다누리는 목표 임무 기간 1년을 뛰어넘어 2027년까지 달을 관측한다.
류 프로그램장은 다누리에 실린 섀도캠을 언급하며 “미국도 한국의 탐사 능력을 알아봐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섀도캠은 NASA가 개발한 카메라로, 어두워서 기존 카메라로는 촬영이 어려웠던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사진으로 담는다. NASA가 한국의 달 탐사선 운영 능력을 믿고 다누리에 섀도캠을 장착했다는 뜻이다.
한국은 2032년까지 달 착륙선을 직접 보낼 준비도 하고 있다. 류 프로그램장은 “한국은 달 표면 탐사 로버와 자원을 조사할 탑재체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준비를 통해 한국은 독자적으로 발사부터 달 표면 도달, 달 표면 이동 능력까지 모두 확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ISRO
인도의 찬드라얀 3호는 2023년 세계 최초로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해 달 남극 지역 연구에 활용됐다.
한국의 유인 탐사, ‘국제 협력’ 활용한다
한국도 유인 달 탐사가 필요할지 묻는 말에 류 프로그램장은 “세계적인 추세를 살폈을 때 국제 협력으로 유인 달 탐사를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 달 탐사는 무인 탐사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므로, 대부분 독자적인 방식보다는 국제 협력으로 유인 탐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인 탐사에 국제 협력을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는 캐나다다. 캐나다는 아르테미스 계획 과정에서 지어질 달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에 캐나다암-3을 장착할 계획이다. 캐나다암-3은 캐나다 위성 업체 MDA 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로봇 팔로, 정거장을 유지, 보수한다. 또 캐나다는 아르테미스 2호를 통해 자국 우주인의 유인 달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일본 또한 국제 협력을 통한 유인 달 탐사를 계획 중이다.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내부 기압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유인 가압식 로버 ‘루나 크루저’를 개발 중이다. 일본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달로 루나 크루저를 보내려고 준비하고 있다. 루나 크루저가 달로 가면, 일본 우주인이 루나 크루저를 운전해 달 표면을 탐사하게 된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2호에 국제 협력을 통한 탐사로 참여한다.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한국의 위성 K-라드큐브가 아르테미스 2호에 실릴 예정이다. 류 과장은 “앞으로도 어떤 임무를 통해 국제 협력을 진행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류 프로그램장은 “우주 전쟁에서의 우위를 위해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이 가진 장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달 기지 건설에 있어서 운송 능력뿐 아니라 에너지와 통신, 건설 분야도 중요해질 텐데, 이러한 기술은 이미 지상에서 한국이 기술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분야예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달에서도 활용한다면 우주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겁니다.”

KARI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에 성공한 뒤로, 착륙선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2022년 조립이 완료된 다누리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