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환경정책 기본법 시행령을 공포했다. 물 환경기준에 8개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는데 이 가운데 발암물질로 알려진 안티몬도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기준에는 안티몬을 규제하는 항목이 없다(과학동아 3월호 기획 ‘너희가 먹는 물을 아느냐’ 참고). 따라서 아직 안티몬을 검출하는 실험 기준도 제대로 없는 상황이다.
먹는 물 수질기준에 안티몬이 추가된 까닭은 독성이 의심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공기 중의 안티몬을 흡입하면 진폐증이나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물에 녹아든 안티몬의 유해성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1일 섭취허용량’ 어떻게 얻나
먹는 물 수질기준은 ‘1일 섭취허용량’(ADI)을 주로 이용한다. 방법은 이렇다. 유해물질을 실험동물의 사료에 주입해 1년 이상 먹게 한 뒤 그 기간 동안의 체중 변화나 독성 증상, 생존일수, 사망률을 검토해 최대안정량을 구한다. 여기에 안전계수(100분의 1)를 곱하면 ADI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독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할 때는 불확실성계수(10분의 1)를 안전계수에 추가적으로 곱한다.
예를 들어 2ppm 농도의 안티몬을 실험용 쥐에게 장기간 먹였을 때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값에 안전계수를 곱해 안티몬의 ADI는 0.02ppm으로 제시한다.
안티몬처럼 새로운 항목을 수질기준에 추가하려면 실험장비와 공정시험법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환경부에서 허가한 먹는 물 검사기관은 한국식품연구소,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등 30곳이 넘는다. 이 많은 기관에서 먹는 물을 검사해 그 결과를 제시할 때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 삶의질표준부 환경그룹 이종해 박사는 먹는 물 수질검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CRM)을 연구하고 있다. 리트머스 종이로 산과 염기를 구분할 수 있듯 물속에 들어있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정확히 얻어내기 위해서 인증표준물질을 사용해 검사한다.
표준연의 인증표준물질은 각국의 표준기관과 비교분석해 인증값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먹는 물 검사기관에서 표준연의 인증표준물질을 사용해 측정값을 제시하면 그 결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결국 먹는 물에 포함된 오염물질의 농도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만능기계’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에 정확한 측정값을 제시할 수 있는 인증표준물질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증표준물질에는 양이온과 음이온, 그리고 두개 이상의 이온이 포함된 혼합 인증표준물질이 있다. 수질검사기관은 표준연에서 판매하는 인증표준물질을 구입해 먹는 물의 오염물질을 검사할 때마다 정확하게 희석해 사용한다. 표준연은 먹는 물 검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인증표준물질 50여가지를 개발했다.
요즘 이라크에서 온 과학자들이 표준연에서 먹는 물 검사법을 배우고 있다. 이종해 박사는 올 여름 이라크를 직접 방문해 기술을 전해줄 예정이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곳에서 깨끗한 물은 생명과도 직결된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라크에서도 먹는 물의 표준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