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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곤충과 함께한 6일간의 정글 탐험 리포트

1억 3천만 년 된 열대우림, 타만네가라

지구에 서식하는 동물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곤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곤충은 약 1백만 종에 이르며, 이것은 지구 전체 동물종의 5분의 4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곤충이 아닐까? 동아사이언스 생생탐사팀은 지난 1월에 열대 곤충을 만날 수 있는 말레이시아 타만네가라의 정글로 뛰어들었다. 1억3천만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놓은 열대우림과 그 속에 서식하는 곤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동서로 나뉘어 있는 말레이시아에는 열대우림을 간직한 정글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정글은 넓이 43만4천3백50헥타르에 이르는 ‘타만네가라’ 국립공원으로 파항, 켈란탄, 테렝가누의 3개 주에 걸쳐 있다.

타만네가라의 정글은 템벨링강의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정글을 관통하는 보트를 타고 59km에 이르는 강을 3시간 남짓 거슬러 오르면 타만네가라 정글의 관문인 타만네가라 리조트에 닿는다. 보트로 이동하는 템벨링 강의 주변에는 말레이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팜유 생산의 원목인 팜나무들이 무성하며 자신의 무게조차 지탱하기 힘들어 휘어져버린 대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강가에는 원숭이들이 가족 단위로 몰려다니고, 워터모니터(Water monitor)라 부르는 왕도마뱀도 가끔 눈에 띈다. 특이한 광경의 하나는 강을 따라 수많은 새들이 보이는데, 가장 많은 수의 새들이 제비라는 사실이다. 제비가 가는 따뜻한 남쪽 나라 중 한 곳이 바로 여기다. 그밖에도 몸 전체가 파란 색깔을 띠는 물총새류와 물새들이 빠르게 지나다니고 나비들은 수면을 스치듯 힘찬 날갯짓을 한다.

살아있는 열대 나비의 자연 박물관
 

일정한 길을 따라 행진개미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머리부분은 검은색을 띠고, 배 부분은 갈색을 띤다.


정글 트렉킹을 하며 곤충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곤충이 울창한 열대우림이 우거져 있는 정글을 벗어나 굳이 사람들이 다니는 곳으로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주로 고도가 낮은 인가나 강가를 중심으로 풀숲이 형성된 곳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말레이시아부전나비(Jamides malacanus), 청보라부전나비(Jamides pura)로 정글 가장자리에 있는 풀숲은 이들의 좋은 서식지가 된다. 그리고 가끔 갈색공작나비(Junonia iphita)와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보이는 남방남색공작나비(Junonia orithya)가 날아온다. 이밖에도 트로이데스속(Troides sp.) 제비나비, 아피아스속(Apias sp.) 흰나비, 유레마속(Eurema sp.) 노랑나비 등이 가끔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도 날아다닌다. 이들이 빗속에도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은 비에 젖지 않는 날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정글 속을 다니다 보면 20여m가 넘는 나무들이 쓰러져 또다른 생태 환경을 만든 곳들이 있다. 이렇게 커다란 나무를 쓰러뜨리는 역할은 열대 개미들의 몫이다. 거대한 나무 속에 구멍을 내면 나무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이내 쓰러져 버리고 만다. 정글 탐사에서는 자이언트개미나 행진개미들과 마주쳤는데, 페로몬이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 움직이는 개미들은 사람들 따위는 그다지 인식하지 않는 기색이다.

바텍족이 사는 오랑아슬리 마을 강가의 모래밭에는 형형색색의 나비들이 날아온다. 청띠제비나비(Graphium sarpedon), 검보라제비나비(Pathysa ramaceus), 긴꼬리범제비나비(Pathysa ramaceus), 연노랑검은줄제비나비(Pathysa macareus)들과 같은 여러 제비나비들이 날아오는데, 잡으려 해도 도망가지 않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오랑아슬리 마을의 한쪽 어귀에는 거대한 무당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늘이고 먹이를 기다린다. 몸길이가 족히 7-8cm는 돼 보이는데, 이곳 원주민들은 독거미라며 신기한 듯 열심히 설명한다.

정글 속 거머리와의 사투
 

몸길이가 20cm가 넘는 대왕노래기는 몸통이 같은 모양의 환상체절로 이루어져 있다.


정글은 습도가 90% 이상이어서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아도 땀이 절로 난다. 이런 중에 가장 힘들게 싸워야하는 것이 바로 거머리다. 정글을 장악한 거머리들은 찾아온 먹이(?)를 그대로 보내지 않아 다리와 등, 심지어는 가슴과 목에도 달라붙는다. 우리나라 거머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글 바닥에 살며 움직이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제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았는지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거머리에 온정신이 팔려있을 무렵, ‘대왕노래기’ 한 마리가 나무 아랫부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짙은 갈색에 수많은 다리를 가진 이 노래기는 몸길이가 적어도 20cm는 돼 보인다. 습기 찬 다락방에서 간혹 보이던 검정색을 띠는 노래기는 새끼손가락 크기를 넘지 못했는데, 이에 비하면 정말 노래기 중의 대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노래기는 6개의 다리를 갖는 ‘곤충’이 아니라 ‘다지류’에 속하는 절지동물로 석회질의 외골격으로 싸여있다. 몸을 만지면 이내 움츠리며 둥글게 말아 꿈쩍하지 않는다.

그밖에도 식당이나 숙소 어귀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도마뱀들과 도둑고양이만큼이나 흔하게 돌아다니는 원숭이들은 이곳이 정글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정글 탐험을 하는 6일 동안에는 우기의 끝자락임을 알리듯 밤새 비가 퍼붓는다. 그런 중에도 말레이왕매미와 여치 같은 곤충들의 소리가 열대우림 속으로 메아리쳐 울려 퍼진다.

타만네가라 오랑아슬리, 바텍족

이곳 타만네가라에는 아직도 낚시와 수렵으로 살아가는 오랑아슬리(원주민)들이 있다. 그 중 바텍족은 정글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거주지를 공개하고, 나무로 불을 피우는 법과 바람총을 만들어 쏘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이 사용하는 바람총은 모형비행기에 사용하는 발사 나무보다도 가벼운 나무를 사용하며, ‘샌드페이퍼 리프’ 라고 부르는 까칠까칠한 나뭇잎으로 갈아서 사용한다.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오랑아슬리는 약 5백명. 주로 강가에서 10-30명이 가족 단위로 사는데, 계절에 따라 몇 달에 한 번씩 거주지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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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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