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SA
2026년 3월, 인류의 기억 속에 멈춰 있던 달이 다시금 차오르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태양신 아폴로의 쌍둥이 남매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의 이름을 딴 달 탐사 미션, 아르테미스의 두 번째 단계가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3월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2호 발사가 성공하면 54년 만에 인류를 달로 보내게 된다. 왜 지금 떠나는지 묻고, 반세기 전 아폴로와 현재 아르테미스는 무엇이 다른지 비교하며 아르테미스 2호 계획을 살펴본다.

NASA
1972년 12월, 달에 착륙한 아폴로 17호 대원이 달의 표토에 남긴 발자국.
달만 바라본 아폴로, 아르테미스는 화성 꿈꾼다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을 통해 2028년까지 미국인을 달에 다시 보내 미국의 우주 리더십을 강화하고, 달 경제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고, 화성으로의 여정을 준비하고, 차세대 미국 탐험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
2025년 12월 18일, 백악관은 “미국의 우주 패권 확보”라는 명칭의 행정 명령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내에 달에 사람을 착륙시키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50년 전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 시대에 벌어졌던 우주 경쟁을 상기시킨다. 당시 자유주의 진영 대표 국가인 미국과 사회주의 진영 리더인 소련은 체제 경쟁에서 한 발이라도 앞서기 위해 달 탐사 속도전에 몰두했다.
소련이 몰락한 후, 21세기 들어서는 중국이 미국의 우주 패권에 도전했다. 미국은 한국을 포함해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중국은 러시아 우주 기관인 로스코스모스와 손잡고 ‘국제 달 연구 기지’를 비롯한 독자적 달 탐사 계획에 나섰다. 2026년 현재, 미국과 중국 진영 간의 달 탐사 경쟁이 재현된 셈이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계획은 아폴로 계획처럼 단지 달에 깃발을 먼저 꽂고 돌아오는 일회성 쇼가 아니다. 달 궤도 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건설하고, 달의 남극에서 물을 찾아내며, 나아가 화성으로 가는 발판을 놓는 ‘지속 가능한 탐사’가 목표다. 이런 장기 탐사가 가능해진 것은 아폴로 계획 이후 지난 50년간 달에 관한 지식이 월등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2월 4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우주청)에서 류동영 우주청 달착륙선프로그램장을 만났다. “아폴로 때와 가장 큰 차이는 물의 발견”이라고 강조한다. “1990년대, 달 극지에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2009년 미국의 달 정찰 위성 ‘LRO(Lunar Reconnaissance Orbiter)’가 발사체의 일부를 달 남극 지역에 충돌시키고, 그때 날린 비산물을 측정해서 물 입자를 관측했고요. 물이 있으면 달 탐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태양전지로 전기분해할 수 있고, 수소와 산소를 만들어서 연료로 쓸 수 있죠.”
그의 말처럼 21세기의 달은 20세기의 달과 다르다. 미국의 LRO는 지금도 정교하고 자세한 달의 정보를 모으고 있다.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남긴 발자국을 촬영하고, 표토가 어떤 경도와 두께로 쌓여 있는지 알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이렇게 정보가 켜켜이 쌓이며 달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더 입증돼 왔다.
아르테미스 2호 이후의 미션이 달 남극을 겨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 프로그램장은 “달 남극에 영구 음영 지역이 있어서 물을 캘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달 남극의 가치를 설명했다. “달에 처음으로 체류 기지를 만든다면 달 남극 쪽에 기지를 만든 뒤 조금 더 멀리 펼쳐나가게 될 겁니다. 지구에서 수시로 물자를 가져올 수 없으니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직접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달 남극 정복은 필수인 거죠.”
김성수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는 화성으로 가기 위해선 달 자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달에서 얼음을 캐면 달 궤도에 올려놓은 탐사선에 연료를 재보급해 화성에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습니다. 달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이므로 달 기지를 구축하면 화성 탐사 비용은 수백 배 낮아질 거예요. 또한 지구에 거의 없고 달에만 있는 물질이 딱 하나 있습니다. 헬륨-3입니다. 핵융합 원료로 쓸 수 있는데, 핵융합 발전은 화성으로 가기 위한 체력이 돼 줄 거예요.”
55년간의 발전, 달 향한 ‘로켓 배송’
아르테미스 계획에 사용되는 로켓 ‘SLS’은 아폴로 계획의 ‘새턴 5’에 비해 추력, 최대 속도 등에서 발전했다. 다만 발사 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일회성 로켓인 SLS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두 로켓의 스펙을 비교했다.

NASA, Shutterstock, 이한철
아르테미스 이끌 21세기 첨단 기술
아르테미스 계획은 아폴로 때와 비교해서 목표도,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졌다. 기술력도 마찬가지다. 아폴로 시대 컴퓨터는 메모리가 4KB(킬로바이트), 연산 속도가 초당 4만 번이었다. 탁상용 계산기 수준이다. 반면 아르테미스의 컴퓨터는 메모리가 수백MB(메가바이트), 연산 속도는 초당 4억 8천만 번이다. 1만 배 이상 빨라졌다. 우주용 컴퓨터는 방사선 피폭 보호를 위해 집적도가 높은 칩을 사용하지 않음에도 이 정도 성능이 나온다.
통신 기술도 혁신적이다. 아폴로 시대에는 지상과 연락할 방법은 음성 통신과 저해상도 영상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제는 4K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우주인을 태울 오리온에는 고속 데이터 통신 시스템이 탑재돼, 과학 데이터와 의료 데이터를 지구로 즉각 전송할 수 있다.
로켓 역시 달라졌다. 아르테미스의 우주선을 날려 보낼 발사체인 SLS 로켓은 높이 98m, 중량 2600t에 달한다. 발사 시의 추력이 3914만 N(뉴턴, 새턴 5는 3340만 N)이어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꼽힌다. 4개의 메인 엔진과 2개의 고체 로켓 부스터가 액체산소와 액체수소를 연료로 쓴다. 1960년대 ‘새턴 5(Saturn 5)’ 로켓이 사용한 케로신-액체산소 조합보다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주 물류를 비롯한 우주 임무 최적화 연구의 전문가인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흥미로운 지적을 했다. “현재 사용 중인 SLS는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5 발사체보다 달 전이 궤도 투입 중량(지구 중력을 완전히 뿌리치고 달까지 쏘아 보낼 수 있는 화물의 최대 무게)이 낮아서, 엄밀히 말하면 성능 측면에서 ‘개선됐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임무를 고려할 때 필요 이상으로 큰 발사체를 만들 필요는 없겠죠?”
SLS는 향후 새턴 5보다 무거운 중량을 달 천이 궤도로 보낼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 있다. 다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재사용 로켓 스타십이 나오면서 SLS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SLS는 재사용이 불가능한 일회성 발사체이므로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다.
안 교수는 SLS의 미래를 보수적으로 바라봤다. “당분간은 계획한 대로 SLS를 사용한 발사가 진행될 것입니다만, 스타십 개발이 완료되고 충분히 신뢰도가 쌓인 상태에서 재사용을 통한 저가 운용이 가능하다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두 발사체에 다른 역할을 부여해,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하고자 합니다. 아르테미스 3, 4호에서는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인을 달 궤도로부터 달 표면으로 이동시키는 착륙선으로 사용할 계획이고요.”

NASA
NASA는 달 궤도 위성을 통해 달 지도 제작과 정교화를 진행 중이다. 표시된 부분은 달 남극에서 물과 얼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푸를수록 물 신호가 더 많이 나타남을 뜻한다.

NASA
2022년 11월, 아르테미스 1호 미션을 위해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SLS가 발사되는 모습.
아르테미스 2호, ‘다양성’ 품고 떠난다
앞서 살폈듯,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에서 끝나는 여정이 아닌 화성을 향한 장기 계획이다. NASA는 구체적으로 5단계까지의 계획을 내놨으며, 11단계까지는 개념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022년 발사된 아르테미스 1호가 무인 비행을 통해 SLS 로켓과 오리온 우주선의 성능을 입증했다면, 이번 아르테미스 2호는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궤도를 도는 유인 미션을 수행한다. 4명의 우주비행사는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대원 크리스티나 코크와 제레미 한센이다.
아르테미스 2호에는 과학의 기술적 진보뿐만 아니라, 사회적 진보까지 담겼다. 지금껏 아폴로 계획으로 달을 밟은 우주인은 모두 백인 남성 미국인이었다. 아르테미스 3호까지 미션이 무사히 끝난다면, 글로버는 최초의 유색인종 달 탐사자가 된다. 캐나다인인 한센은 최초로 미국인이 아닌 달 탐사 우주인이다. 와이즈먼은 2014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165일을 보냈다. 코크는 달로 향하는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며, 2019년 328일간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여성 최장 기록을 세운 경험도 있다.
이들이 아르테미스 2호에서 수행할 핵심 미션은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의 검증이다. 류 프로그램장은 “지구 저궤도는 자기장층의 보호를 받지만, 달로 가는 심우주는 태양풍과 방사선 입자를 그대로 받는다”며 “아르테미스 2호는 인체가 심우주에서 겪을 변화를 실증하는 거대한 실험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SA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할 우주비행사(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임무 대원 크리스티나 코크, 조종사 빅터 글로버, 임무 대원 제레미 한센,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는 유색 인종과 여성, 미국 외 국적인(캐나다)이 최초로 달을 향한다.
거듭되는 발사 지연, 달로 갈 확률은 얼마
2026년 2월 3일 새벽 2시,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2월 8일로 예정된 발사에 앞서 습식 리허설(발사 직전 단계인 연료 주입까지 시험하는 과정)이 한창이었다. 75만 갤런(약 284만 L)의 초저온 연료를 주입하는 발사 리허설은 5분 15초를 남기고 멈췄다. 액체수소 누출률이 갑자기 치솟은 탓이다. 지상 발사 시퀀서는 자동으로 카운트다운을 멈췄다. NASA는 결국 아르테미스 2호의 2월 발사를 단념했다. 발사는 3월로 연기됐다.
2022년 아르테미스 1호 발사 때도 같은 위치에서 수소가 샜다. 당시 NASA는 발사체를 여러 차례 조립동으로 돌려보내며 6개월을 소요했다. 왜 발사를 앞두고 반복해서 연기되는 걸까. 류 프로그램장은 “초저온 연료를 다루는 시스템은 지상에서 완벽히 모사하기 어렵고, 실제 주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팽창과 수축이 실(밀봉 장치)에 미세한 변형을 주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습식 리허설로 실제 상황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하 253℃의 액체수소는 인류가 다루는 로켓 연료 중 가장 까다롭다. 분자 크기가 워낙 작아서 미세한 틈만 있어도 새어 나간다. 2월 2일 시작된 연료 주입 과정에서도 로켓 하부에서 수소가 샜다. 이렇게 액체수소는 다루기 까다롭기로 악명 높지만, 연소 시 오직 물(수증기)만 배출하는 친환경 연료이자 효율이 가장 좋다. 무엇보다 달 남극 얼음을 전기 분해해 현지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연료라서, NASA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수소 로켓 기술을 고집하고 있다.
안 교수는 “특히 아르테미스와 같은 유인 탐사 임무의 경우는 안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임무 성공에 대한 ‘매우 높은 확신’이 없으면 발사를 계속해서 연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거듭되는 연기의 또 다른 이유를 지적했다. “로켓을 쏘는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날씨, 심한 한파 때문에 습식 리허설이 자주 연기됩니다.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되는 경우도 있지만, 날씨 문제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기후가 더욱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인류가 우주에 가기 위해선 수많은 변수를 뚫어야 한다는 뜻이죠.”

Shutterstock
달로 향하는 인류, 지구 문제 해결될까
왜 이런 변수를 무릅쓰고 목숨을 걸면서까지 달에 사람이 가야하는 걸까. 안 교수는 “최근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간의 감각과 판단력이 우주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이 물음에 답했다.
우주탐사 기관들이 모이는 국제우주탐사협의체(ISECG)는 유인 우주 탐사의 이점을 소개한다. 첫째로, 인간의 실시간 판단 및 해결 능력이다. 로봇과 달리 인간은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샘플을 가져올 때도 전문가는 그 자리에서 어느 샘플이 더 가치 있는지 분간할 수 있다.
둘째로, 인간의 복잡한 업무 수행 능력을 꼽는다. 정교한 장치를 설치하거나 유지 보수할 때, 혹은 변수가 많이 생겼을 때 인간의 직관과 숙련된 기술로 대처하는 능력은 현 수준에서는 로봇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달 탐사에서 안전과 함께 꼽히는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지구에서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해결 못한 이유의 다수는 경제적 요인이다. 그럼에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며 우주 개척에 계속 도전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안 교수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했다.
“예전에는 우주에 대해 알고 싶은 지적인 욕망과 호기심, 그리고 국가적 자긍심과 같은 것들이 우주로 향하는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젠 달에 대한 이해도가 늘어나면서 달이 지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어요. 달이나 소행성 탐사를 통해 희귀 자원을 채취해서 지구로 가져오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주 탐사를 하기 위해 개발되는 각종 과학 기술들은 지구에서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어요. 화성이나 달을 비롯한 지구 밖의 천체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게 되면 인구 증가 때문에 지구에 생기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겠죠.”
그는 국가적 관점도 강조했다. “개별 국가의 측면에서 보면, 우주 탐사 기술은 안보 기술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미래의 국가 핵심 경쟁력이 되기도 합니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우주를 향한 도전을 이어 나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발사체 기술, 재진입 기술 등은 안보에 핵심인 장거리 미사일 기술과 연관이 있는 거죠.”
아르테미스 2호가 달을 향할 시간이 다가온다. 이어질 파트에서는 4인의 우주비행사가 어떤 미션을 수행할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