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신나는 콘서트, 즐거운 과학

‘과학 콘서트’ 저자 정재승 교수

 

‘과학 콘서트’저자 정재승 교수
 

인터뷰를 하기로 한 고려대 아산이학관에 재미있는 포스터 한장이 걸려 있었다. 지난 12월 열린 ‘2003 크리스마스 과학 콘서트’를 알리는 포스터였다. 첨단과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 과학자들의 강연과, 신세대 음악그룹의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과학문화 이벤트. 몇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이런 형태의 새로운 과학문화 활동이 정착되는 데는 누가 뭐래도 ‘과학 콘서트’의 저자 정재승 교수(고려대)의 영향이 컸다.

과학을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요구와 그 갈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기술계의 고민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과학을 어떻게 요리해야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면서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건강식품으로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그런데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1999)와 ‘과학 콘서트’(2001)가 그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두권의 책은 생활 속의 과학, 대중들과 함께 공감하는 과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줌으로써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독자서평 읽으며 시작하는 하루

특히 ‘과학 콘서트’는 모든 신문과 잡지의 서평란과 책을 주제로 한 TV프로그램에서 주요도서로 다뤄졌을 뿐 아니라, 책을 선정하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 정도로 주목받았다. 얼마 전에는 과학책으로는 처음 ‘MBC 느낌표’ 선정도서가 되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도 “책이 세상에 태어나 받을 수 있는 모든 관심과 사랑을 다 받았다”라고 할만큼 그동안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지만 젊은 과학자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겸손했다.

정재승 교수는 책이 나온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아침 독자들의 서평에 답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YES24와 알라딘 등 대표적인 인터넷서점에 실려 있는 독자서평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이메일 주소를 밝힌 독자들에게는 모두 답신까지 보낸다고 한다. 그렇게 보낸 메일이 대략 2천통이라고 하니, 그 정성어린 마음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학창시절, 수학자 김용운 선생님의 강연회에 참석해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생들의 질문에 아주 진지하고 성의 있게 답해주시는 교수님께 깊은 감동을 받았죠. 독자들에게 쓰는 편지로 조금이나마 그때의 감동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서평이 모두 칭찬일색은 아닐텐데, 날카롭고 비판적인 독자들의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했다. “독자들의 생각을 접하다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죠. 비판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대답은 평범했지만, 독자들에 대한 그의 신뢰는 각별했다. 정 교수는 책을 통해 독자들과 끊임없이 과학을 주제로 대화하고 싶어했다. 또한 책과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자신의 저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 매체에 정기적으로 서평을 기고하고 있기도 한 정재승 교수는 책을 쓰는 일과 책을 소개하는 일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좋은 과학책을 소개해주는 일이 과학을 연구하는 것만큼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정립한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상대성이론이 뭔지 알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꿔나갈 때가 바로 과학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순간인 겁니다. 과학연구 못지않게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잘 전달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훌륭한 과학자가 됨과 동시에 과학의 최전선을 쉬운 언어로 설명해주는 과학저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일에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을 느낀다는 그의 진지한 열정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

대학의 연구교수로, 베스트셀러 저자로, 방송 진행자로, 과학강연회 인기강사로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의 개인적인 생활은 어떨까. 이런 열정적인 활동의 배경에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숨어있지 않을까.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의외였다. 일을 쉬고 싶거나 시간이 나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 취미인데, 그것이 여러 활동의 바탕이 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와 ‘과학 콘서트’는 오랫동안 즐겨온 평범한 취미를 발전시켜 쓴 책이라는 이야기였다.

KAIST 재학시절 영화동아리 ‘은막’에서 활동하며 학교신문에 영화평을 게재했던 것을 계기로 ‘과학동아’의 ‘시네마 사이언스’ 코너를 맡아 4년 동안 연재한 글이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가 됐다면, 늘상 품고 있던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라는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엮은 책이 ‘과학 콘서트’였다. 그래서 ‘과학 콘서트’의 원래 제목은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였다고 한다. 만약 책의 제목이 처음대로 나왔다면 흥미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것은 중요한 질문임에 틀림없었다.

정 교수는 미국에서 보낸 연구원 시절 책상 앞에 이 질문을 붙여놓고 매일매일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과학 콘서트’를 썼다고 한다. 세상은 얼마나 복잡한가라는 문제에서 정 교수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래, 정말 복잡해”라는 결론이 아니라, ‘얼마나’에 대한 성실한 설명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책으로 엮어냈고, 지금도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의 복잡성을 과학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는 복잡성의 과학을 신경과학에 접목시켜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뇌의 기능과 사고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복잡성의 과학을 인간의 뇌에 접목시켜 1조개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각각의 기능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뇌의 어떤 부분이 기억과 학습과 감정과 창조에 관련되는 일을 하는지 너무나 궁금하다며 열정적인 설명에 빠져드는 정 교수의 모습을 보니 조만간 뇌와 관련된 책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됐다.

조만간 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의 세번째 책은 추리소설과 추리영화, 탐정만화 등에 나타난 과학수사와 법의학에 관한 내용이 될거라고 한다. 죽은 사람의 인체와 사람을 죽이는 심리를 분석했다고 하니 벌써부터 얼마나 흥미진진한 세계가 펼쳐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일삼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