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에서 미국과 맞서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 수, 국가 주도의 적극적인 지원, 민간 기업의 실행력이 결합된 중국의 접근법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인해전술식’ 전략을 취한다. 완성도보다는 빠른 투입에 초점을 둬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접근이다. 중국 항저우의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Unitree)와 상하이로봇산업기술연구원(iRIC)을 방문해 중국 휴머노이드의 미래를 취재했다.
한 대에 2000만 원
싸게 만들어 널리 퍼뜨린다
“왕싱싱은 나의 꿈이에요. 그와 같은 로봇공학자가 되고 싶어요.”
8월 21일, 항저우에 위치한 유니트리(Unitree) 본사 간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던 한 중학생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유니트리 본사의 외관을 구경하기 위해 4시간 거리의 지역에서 기차를 타고 왔다”고 덧붙였다. 왕싱싱은 유니트리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로, 1990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와 중국 국내파 과학자라는 이력 덕에 중국 내 스타 과학자 반열에 올랐다. 유니트리는 왕 CEO가 석사과정 중 만든 로봇개 ‘XdoG’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6종류 이상의 사족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 모델을 출시했다.
유니트리는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 기업이다. 레이더와 라이다, 관절 모터, 감속기, 센서 등 핵심 부품부터 모션 제어 알고리즘까지 모두 자체 개발해 ‘가성비’를 극대화했다. 휴머노이드 완제품을 시장에 공식 판매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낸 기업도 현재로서는 전 세계에서 유니트리가 유일하다. 대표 휴머노이드 ‘G1’의 가격은 1만 6000달러(한화 약 2000만 원)로, 미국이나 유럽의 동급 제품이 아직 판매 전이며, 판매가도 1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데 비하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G1은 지금껏 전 세계 기업 및 연구 기관에 5000대 이상 팔렸다.
이러한 유명세 덕에 유니트리 본사 앞은 중국 각지에서 온 내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본사 2층에는 사전 신청을 한 관광객에 한해 개방되는 전시관이 있어, 유니트리가 현재까지 개발한 모든 사족보행 로봇 모델 실물과 부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왕 CEO가 직접 제작했다는 액추에이터(정밀 제어 모터를 통해 인간의 근육처럼 전기, 압축 공기 등의 에너지를 로봇의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장치)를 구경하는 사이, 뒤편에서 철컥대는 발소리와 함께 ‘기기척’이 느껴졌다. 복싱 선수처럼 헤드 기어와 글러브를 착용한 G1이었다. 기세등등하게 좌중을 압도한 G1은 회전 발차기와 어퍼컷 등 고급 무술 동작을 선보이고 박수를 받았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하는 것은 구매자의 몫이다. 유니트리는 구매자에게 모션 제어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만, 휴머노이드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려면 구매자가 직접 훈련시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주요 고객층은 아직 개인이 아닌 대학, 연구소,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려는 기술 기업 등이다.
이날 유니트리 본사에서 만난 황자웨이 유니트리 마케팅 이사는 “현재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의 성능은 학습한 동작, 즉 단일 제어 능력을 선보이는 수준”이라며 “과제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처리하는 ‘완전한 인공지능(AI)’이 등장한다면 3~5년 내로 요양 시설 등 공공 분야로 확대되고, 최종적으로는 가정에도 도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인간형 로봇 운동회 1500m 달리기 현장. 유니트리 베이징 자회사 ‘링이테크놀로지’의 휴머노이드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달리기·격투·춤
쇼맨십에 진심인 이유
G1은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인간형 로봇 운동회(휴머노이드 올림픽)’ 행사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세계 각국 휴머노이드 기업과 기관이 모여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겨루는 이 대회에서, G1은 축구선수, 마라토너, 무용수, 복싱 선수 등 다양한 역할을 ‘1기 다역’으로 소화했다. 유니트리에서 G1을 구매한 기업 및 기관들이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기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유니트리도 직접 참여해, 100m 이어달리기 금메달 등 11개의 메달을 거머쥐며 종합 1위의 성적을 냈다. 뿐만 아니라 유니트리의 또 다른 휴머노이드인 ‘H1’은 지난 1월 중국의 명절 기념 방송인 춘절 갈라쇼에서 인간 무용수들과 함께 단체 칼군무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매번 달리고, 치고 받고, 춤추는 이유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니까요.”
끊임없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이유를 묻자, 황자웨이 이사는 단호히 답했다. 실제로 이러한 동작 시범 중심의 접근은 기술을 검증하는 동시에 대중의 관심을 끌어 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모색하는 전략이다. 화려한 공연과 스포츠 경기를 통해 로봇에 대한 대중의 친근감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투자 유치와 시장 확대를 꾀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는 한계도 명확하다. 이종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머노이드연구단 단장은 “중국의 휴머노이드들이 화려한 움직임으로 주목을 끌지만, 실제 작업 능력과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장기적으로는 작업 수행 능력과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유니트리 G1은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손가락을 3개로 단순화했고, 한 팔로 들 수 있는 최대 무게도 2kg에 불과하다. 노동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휴머노이드를 제시하지만, 아직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완성도가 부족한 셈이다.
이런 한계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산업 전반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중국 정보통신연구원(CAICT)은 2024년 ‘인간형 로봇 산업 발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중국 휴머노이드의 기술이 현재 1단계(기본 동작 구현)에 머물러 있으나, 2045년쯤 5단계(포괄적 지능 구현)에 도달해 다양한 산업에서 약 1억 대 이상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 휴머노이드 로봇 비율
한 로봇을 키우는 데
온 국가가 필요하다
이런 전망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중국이 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8월 20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상하이로봇산업기술연구원(iRIC)의 야외 훈련장에 들어서자 로봇개와 휠 로봇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앞을 지나갔다. 훈련 중인 로봇들은 경사가 가파른 장애물을 넘고, 푹 파인 길을 능숙하게 돌파했다. 실내에 마련된 비공개 훈련장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옷을 개고 가구를 닦는 동작을 연습하고 있었다. iRIC는 상하이시 정부가 설립한 기관으로, 기술 개발과 산업 유치, 인재 양성 등 로봇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봇 챗GPT가 등장한 후, AI와 첨단 분야에서 선도하는 미국에 자극을 받은 중국 정부는 휴머노이드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지정했다. 2023년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혁신 및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2025년까지 핵심 기술을 돌파하고, 2027년까지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산업 혁신을 위한 시스템 구축, 핵심 부품 공급 안정화, 응용 시나리오 확대 등이 포함됐다. 개발부터 연구, 표준화, 인재 양성까지 휴머노이드의 전 주기를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다.
중국의 또다른 강점은 하드웨어 경쟁력이다. 배경에는 중국의 강력한 제조 기반과 내수 시장이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부품과 휴머노이드 부품의 호환성이 높다는 점을 활용, 기존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과 기술을 접목해서 비용과 시간을 아꼈다. 라이다, 카메라 모듈, 감속기, 전기 모터, 센서 등은 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비야디, 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자동차 및 전자 기업들이 잇따라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들며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에는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업만 60여 곳이 있다. 중국은 휴머노이드 선두주자인 미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휴머노이드 유관 기업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주요 지자체는 저마다 iRIC와 같은 플랫폼 기관을 세워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지역별 경쟁 구도를 조성했다. 각 지역의 플랫폼에서 수집된 데이터 중 일부는 공용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돼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 전반에 쓰인다. 가오 페이 iRIC 산업 책임자는 “로봇 데이터 수집에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이 든다”며 “정부가 나서면 공신력이 생기고, 다양한 기업과 연구소 데이터를 통합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가서 본 중국은 기업 중심의 미국과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정부의 중앙통제형 접근법이다. 전략이 다르니 장점과 한계도 갈린다. 정부가 구심점이 돼 산업을 이끌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데이터 수집, 하드웨어 테스트 등 자본이 필요한 과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간 데이터 공유의 경계가 모호해 특정 기업만의 핵심 기술이나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한계는 존재하지만, 중국은 빠른 실행력과 집중 투자라는 무기로 미국과의 격차를 거세게 좁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