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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투수 메이저리그 투수로 살아남는 전략

박찬호와 김병현 투구폼 비교

박찬호와 김병현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투수다.이들은 여러 면에서 비교가 되는데, 특히 눈에 띄는 차이점은 투구폼이다.박찬호와 김병현. 이들의 투구폼을 분석해보자.

시속 1백60km에 달하는 시원한 강속구, 담장을 훌쩍 넘겨버리는 대형 홈런, 곡예하듯 몸을 던져 공을 잡아내는 멋진 수비.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야구의 진짜 묘미는 지름 7.23cm의 작은 공을 둘러싼 물리학 속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투수가 있다.

투수의 최대 관심사는 타자가 공을 못 쳐내거나 맞추더라도 아웃이 되도록 그 작은 공을 던지는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던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 투수들은 공을 빨리 던져야 한다. 보통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타자를 상대하기 쉽고 야구팬도 이들을 좋아한다.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선수로 자리매김한데는 시속 1백60km에 달하는 강속구가 분명 큰 역할을 했다.

투수들은 어떻게 이처럼 공을 빨리 던질 수 있을까. 답은 투수들의 공을 던지는 모습을 살펴보면 얻을 수 있다. 박찬호의 경우 공을 쥔 양손을 몸 뒤로 감아 올렸다가 공을 한 손에 쥐고 뒤에서 앞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서 타석을 향해 공을 던진다. 이때 한쪽 발은 땅에 고정시킨 채 다른 한쪽 발을 들어올려 공과 함께 몸을 회전시킨다. 즉 고정된 발은 몸이 돌아가는데 회전중심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투수, 박찬호


키가 크고 팔이 긴 투수가 유리

이같은 투구자세가 ‘오버핸드스로’(overhand throw). 오버핸드스로는 박찬호 선수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데 효율적인 투구자세여서 대부분 투수들이 이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오버핸드스로가 공을 빨리 던질 수 있는데 어떤 유리한 점이 있을까.

오버핸드스로의 연속동작은 마치 실에 공을 매달아 빙빙 돌리다가 줄이 끊어지면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실이 짧은 경우와 긴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같은 시간 동안 실을 돌리는 횟수가 두 경우에 모두 같다면 실이 끊어졌을 때 끝에 매달려있던 두개의 공 중 어느 것이 더 빨리 날아갈까. 긴 경우라고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다
.
이 점이 바로 투수들이 오버핸드스로를 선호하는 이유다. 공을 든 손이 뒤에서부터 위로 치켜올려짐으로써 회전중심으로부터 공이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강속구 투수들이 보통 키가 크고 팔이 긴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박찬호와 비교해 몸집이 비교적 작은 메이저리그의 또다른 한국인 투수 김병현. 그는 여러모로 박찬호와 비교 대상이다. 그에게는 박찬호가 가지지 않은 뭔가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김병현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는 그의 독특한 투구자세 덕분이다.

그는 공을 쥔 손을 위가 아니라 아래 또는 옆으로 회전시킨다. 이같은 투구자세를 ‘언더핸드스로’(underhand throw)라고 한다.

왜 언더핸드스로 투수는 사람들로부터 이목을 끌까. 같은 신체 조건에서 언더핸드스로는 오버핸드스로만큼 빠른 속도의 공을 얻기 힘들다.
오버핸드스로는 회전축으로부터의 회전반경이 발바닥부터 머리 위로 든 손끝까지라면, 언더핸드스로는 몸의 중심부터 손끝까지로 회전반경이 상대적으로 짧다. 따라서 같은 힘을 들였을 때 손끝의 속도가 더 느리다.

또한 오버핸드스로는 투구 동작 동안 몸의 무게중심 변화가 몸을 지지하는 발에서 팔로 이어지는 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언더핸드스로는 무게중심이 지지하는 발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벗어나므로 몸의 균형잡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큰 힘을 주기가 어려우므로 빠른 공 던지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손의 움직임이 좌우로 크기 때문에 정확한 콘트롤을 위해 손목을 많이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무리하게 힘을 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언더핸드 투수들이 손목의 무리로 고생한다.

몸을 실어 던진다

이 밖에도 언더핸드스로의 자세는 공을 쥔 투수의 손 모양이 타자에게 노출되기 쉽다. 공을 쥔 손이 옆이나 아래로 노출되기 때문에 오버핸드스로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타자의 시야로 들어온다. 타자들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눈치챌 가능성도 있어서 언더핸드스로의 투구자세는 흔치 않다.

그러나 언더핸드스로가 단점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언더핸드스로는 타자 앞에서 공이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타자들이 타격타이밍을 놓쳐 헛스윙을 유도하기 쉽다. 다시 말해 같은 속도라도 언더핸드 투수의 공이 체감적으로 더 빠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는 언더핸드 투수가 거의 없으므로 타자들이 이같은 스타일의 공에 익숙하지 않은 점도 한 장점이 된다. 하지만 김병현 선수가 박찬호못지 않게 빠른 시속 1백50km 속도의 공을 던지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속도를 빠르게 하는데 뭔가 다른 비밀이 있을까.

흔히 야구 해설가는 투수의 투구자세를 “몸을 실어 던진다”고 표현한다. 투수는 자신의 몸을 가만히 선채로가 아닌 공이 나가는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공을 던진다는 말이다. 이 말을 좀더 정확히 풀어보면 신체 부위의 위치와 속도를 변화시켜가며 운동량을 전달한다는 뜻이다. 즉 처음에는 양다리와 엉덩이 중심으로 하체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천천히 움직이다가, 팔을 감아 올리며(와인드업) 점점 무게중심이 상체로 이동하면서 속도가 조금 빨라진다. 그러다가 공을 잡은 팔이 펴지면서 무게중심은 공을 던지는 손쪽으로 더 이동하며 회전이 빨라지면서 공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공은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운동량보존법칙으로 이 현상을 설명해보자.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으로 정의내린다. 처음에 큰 질량의 물체가 작은 속도로 움직이면서 속도는 커진다. 그러다가 점점 질량이 작아지면서 속도는 커지고 공이 몸에서 벗어나면서 운동량의 총합이 원래와 같도록 하기 위해 작은 질량의 공은 빠른 속도를 가지고 날아가게 된다.

결국 몸을 실어서 던진다는 말은 팔로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하체와 상체를 골고루 이용해, 즉 운동량을 크게 해 던진다는 말이다. 김병현 선수가 언더핸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의 공을 던질 수 있는데는 그가 온몸을 실어 공을 던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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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임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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