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는 과학계의 축제일 뿐 아니라, 세계 과학계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2025년 노벨 과학상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줬을까요.
구글
2년 동안 5명의 수상자 배출! 구글은 축제분위기
2025년 노벨상이 발표되면서 다른 어느 곳보다 신난 기업이 있습니다. 미국 정보통신(IT) 기업 구글(Google)입니다. 10월 7일, 하르트무트 네벤 구글 퀀텀 AI 설립자는 “구글이 5명의 노벨상 수상 구글인과 동문을 갖게 됐다”고 발표했습니다.
2024년, 구글은 이미 세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인공신경망 연구로 물리학상을 받았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구글 브레인팀을 거쳤고,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 ‘알파폴드’를 만든 업적으로 구글 딥마인드의 두 연구원이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죠.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존 마티니스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는 이전에 구글에 몸담으며 양자컴퓨터 개발을 주도했고, 미셸 드보레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는 현재 구글 양자 AI 연구소의 최고과학자로 활동 중입니다. 2년 연속 5명의 노벨상 수상자라니, 축배를 터뜨릴 만합니다.
민간 기업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꾸준히 배출한 건 구글이 처음은 아닙니다. 20세기에는 테크 기업인 IBM 연구소에서 주사형 터널 전자현미경(STM), 고온 초전도체 등을 연구해 6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습니다. 벨연구소(현 노키아 벨 랩스)도 최초의 트랜지스터 발명(1956년)부터 인공신경망 연구(2024년)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10개가 넘는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IBM은 21세기 이후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대신 눈에 띄기 시작한 이름이 구글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빅테크 기업의, 그리고 기업이 제시하는 연구 방향의 패러다임 전환을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노벨 심포지엄
MOF 수상은 모두가 예측했다?
10월 8일 노벨 과학상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화학 분야 수상 업적은 ‘금속-유기 골격체(MOF)’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을 예측했던 업적이었죠.
그 이유는 MOF가 2023년 노벨 심포지엄의 주제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노벨 심포지엄은 1965년부터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이 주관해온 학술행사입니다. 노벨상 선정 권한이 있는 스웨덴 과학계의 관심 분야가 주제로 선정된다는 점에서, 노벨상을 예측하는 풍향계로 여겨지죠. 실제로 아토초, 리튬이온 배터리, 그래핀 등의 연구가 심포지엄에서 다뤄지고 2년 내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과학동아에서도 이런 노벨 심포지엄과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2025년 상반기 ‘미리 보는 노벨상’이란 연재를 진행했는데, 덕분에 MOF의 수상을 한발 먼저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뿌듯). 미래 노벨상의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노벨 심포지엄에 선정되는 주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본
2025년 노벨 과학상 2관왕! 그러나 미래는?
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입니다. 특히 2025년에는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석좌교수가 생리의학상을,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교수가 화학상을 타며 일본이 2관왕을 달성했죠. ‘왜 일본은 타고, 한국은 못탔는가’라는 해묵은 담론의 뚜껑을 열기 전에, 전문가들은 두 국가의 현대 과학 출발점이 한 세기 정도 차이난다고 얘기합니다. “한국의 현대 과학 출발점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개소나 1959년 원자력연구소 개소로 봅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과학 연구는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기점으로 시작됐어요.” 10월 14일 전화 인터뷰에서 문만용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과학 연구 배경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죠.
심지어 일본은 1901년 제1회 노벨상에서도 수상 후보를 배출했습니다. 의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그 주인공입니다. 그는 페스트균을 발견했고 파상풍 치료법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저변이 쌓이고, 그것이 결과로 치환된 게 현재 일본의 노벨상 수상인 겁니다.” 문 교수가 덧붙였습니다.
일본 또한 나름의 고민이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월 9일, 일본의 상위 10% 피인용수 논문의 수가 2000년대 초 세계 4위에서 2023년 13위까지 후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이화학연구소 수석과학자로 있다가 2024년 귀국한 김유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변환연구단 단장은 “일본의 분위기가 바뀐 건 2020년대 들어서 노벨상 수상이 잠깐 끊어진 이후로 기억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단장은 노벨상을 향한 전략적 지원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좋은 연구를 하다 보면 언젠가 노벨상을 받는 게 자연스럽죠. 그럼에도 잠재력 있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도 기초 연구와 더불어 전략적 연구를 균형 있게 지원하는 정책 시스템이 더 정교해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