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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화] 동화 나라 인기템 ‘무지갯빛 유리구두’ 신데렐라

 

 

“뎅~뎅~뎅~.” 열두 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신데렐라는 왕자의 손을 뿌리치고 다급히 무도회장을 떠났습니다. 요정 대모님이 건 마법이 풀리면서 화려한 드레스는 넝마가 돼버리고, 황금마차도 다시 호박으로 돌아갔습니다. 유리구두 한 짝만 대리석 계단 위에 남아 반짝거렸죠.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유리구두가 요즘 동화 나라 공주님들 사이에서 인기입니다.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예약이 수백 건 밀려있다고 하는데요. 이 유리구두의 소재가 다름 아닌 인간 세상에서 개발된 ‘야누스 유리’라는 놀라운 소식입니다. 


유용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선임연구원(KU-KIST 학연교수)과 이승열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빛: 과학과 응용’에 앞·뒷면에 서로 다른 이미지와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유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doi: 10.1038/s41377-020-00413-5


연구팀이 개발한 야누스 유리는 앞면과 뒷면의 반사색이 다릅니다. 앞면은 푸른색이지만 뒷면은 주황색인 식입니다. 동시에 반대편이 투과돼 보이기도 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변하고, 외부 환경에 반응해 색이나 이미지, 메시지 등이 드러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야누스 유리에는 색소가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빛이 바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색상을 유지합니다.


차라리 요정 대모님이 지팡이를 휘둘러 만든 유리라고 하는 게 더 설명이 편할 정도인데요. 유 선임연구원은 야누스 유리의 구조를 ‘시루떡’에 비유했습니다. 유리 위에 백금층, 유전체(전기장 안에서 극성을 지니는 절연체)층, 그리고 다시 백금층이 시루떡처럼 쌓인 구조라는 겁니다. 백금층 두께는 각각 25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와 35nm고, 유전체층은 150nm 정도로 각 층은 아주 얇습니다.


색이 변하는 마법 같은 일은 유전체층에서 일어납니다. 빛의 특정 파장이 통과하지 못하고 그 안에 갇히기 때문입니다. 갇히는 빛의 파장은 유전체층 속 공간의 넓이와 빛이 통과하는 각도, 그리고 유전체층 속 공간에 차 있는 물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유전체층이 어떤 파장을 흡수하고 방출하느냐에 따라 유리의 색이 결정됩니다. 유전체층 속 공간의 분포를 바꾸면 무늬를 새기고 유리 양면의 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야누스 유리의 원리인 ‘광학 야누스 효과’는 용어가 처음 생겨난 지 5년도 안 된 ‘신상’입니다. 연구팀은 현재 광학 야누스 효과를 활용해 유전체층 속 공간에 유해화학물질이 들어갈 때, 유리의 색이 달라지며 경고 문구가 나타나게 하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새롭고 예쁠 뿐 아니라 안전하기까지! 동화 나라 공주님들의 사랑을 받기 충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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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이영혜 기자 기자
  • 디자인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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