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송도 늦둥이 흰물떼새 첫 걸음마 포착

강화도에서 변산반도까지 서해안 물새와의 만남

동아일보 동아문화센터와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최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한 중∙고교 과학교사를 위한‘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올해로 23번째를 맞았다. 지난 7월 28일부터 4박5일 간 이뤄진 이번 탐사에서는 서해안 일대를 돌며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 보던 새들을 직접 만났다.

흔히 철새라고 하면 한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른봄 남쪽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여름철새도 있다. 또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새는 나그네새라고 한다. 탐사 기간 동안 여러 종류의 여름철새와 나그네새를 만나면서‘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 탐사기간 : 7월 28일(월) - 8월 1일(금)

■ 참가교사(가나다순) : 강진순(전북 임실고), 권남희(경북 신동중), 기형훈(광주 비아중), 김학현(서울 양재고), 박상희(울산 농소중), 성낙환(강원 철암고), 송인화(경기 효원고), 송태재(대전 동대전중), 우래제(충북 보은중), 여정숙(대구 신기중), 이경우(인천 부광고), 이계분(경남 장유고), 임인추(제주 제주여상), 전기형(충남 근흥중), 하태석(전남 지명중), 홍말숙(부산 동백중)

■ 지도교수 및 인솔진행자 : 김수일(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 박헌우(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조교), 하순호(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조교), 김승익(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과 교육연구사), 장민철(동아문화센터, 인솔진행자)

동아일보 동아문화센터와 동아사이언스가 공동 주최하고 SK텔레콤이 후원한 중·고교 과학교사를 위한 ‘자연생태계 학습탐사’가 올해로 23번째를 맞았다. 지난 7월 28일부터 4박5일 간 이뤄진 이번 탐사에서는 서해안 일대를 돌며 텔레비전이나 책에서만 보던 새들을 직접 만났다.

흔히 철새라고 하면 한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른봄 남쪽에서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여름철새도 있다. 또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새는 나그네새라고 한다. 탐사 기간 동안 여러 종류의 여름철새와 나그네새를 만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를 만나다


사이좋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는 백로들. 맨 왼쪽은 중백로, 나머지는 중대백로.


지난 7월 28일 동아일보 여의도 사옥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발된 중·고교 생물교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서해안 일대의 물새를 관찰하기 위한 제23회 자연생태계 학습탐사팀 일원들이었다. 오전 9시 25분, 탐사팀을 태운 버스는 강화도를 향해 출발했다.

탐사팀을 이끈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김수일 교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새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팀원들은 서로의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새들의 특징과 이름을 구별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조류는 총 4백여종이라고 한다. 이번 탐사에서 실제로 어떤 새를 얼만큼 볼 수 있을지 내심 기대되기 시작했다.

탐사팀이 처음 주목한 새는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 전세계적으로 약 1천여마리뿐이어서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귀한 새다. 희한하게도 베트남, 대만, 한국, 일본 등 젓가락을 쓰는 음식문화를 가진 나라에만 서식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으며, 강화도 북부와 남부 일대가 주요 번식지다. 실제로 탐사팀은 강화대교를 건너 길상면 선두리 분오리돈대까지 가는 도중 저어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저어새는 다리가 길고 눈 주위의 뺨부터 부리까지 마치 가면을 쓴 것처럼 검다. 길고 끝이 둥근 주걱처럼 생긴 부리로 물을 휘휘 저어 부리에 닿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어미 저어새는 부리를 물 속에 넣고 좌우로 저어 먹이를 잡는다. 새끼는 부리를 아래위로 끄덕이면서 어미에게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쓴 채로 필드스코프(탐조망원경), 쌍안경, 메모지, 카메라를 든 탐사팀 일행은 잡초로 덮인 선두리 선착장의 질퍽한 진흙길을 한참 걸었다. 오른편은 동주농장, 왼편은 바다와 접해있었고 멀리 수평선 근처에는 희미하게 각시바위의 형상이 보였다.

고려 말 원나라의 한 학사가 강화도 정수사에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학사가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는 무작정 남편을 찾으러 나섰고 고생 끝에 정수사까지 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자는 애원을 남편이 거절하자 아내는 그만 바다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그 자리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후 사람들은 이 바위를 각시바위라고 불렀다. 봄부터 여름까지 번식기 동안 새들은 각시바위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치 태어난 새끼들에게 각시바위의 전설을 들려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탐사팀이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밀물 때였다. 얕은 물에서 걸어다니며 먹이를 찾아야 하는 새들은 밀물 때면 점점 육지 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좀더 쉽다. 새들마다 걷는 속도와 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멀리서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새는 백로. 새하얀 몸과 서있는 자태가 우아하다. 옛날 사람들은 백로나 왜가리, 황새, 두루미와 같은 새들을 보통 학이라고 통칭해 불렀다고 한다. 각 새들의 특징을 모른다면 모두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를 많이 볼 수 있다. 중대백로의 다리가 가장 길고 쇠백로가 가장 짧다. 쇠백로는 발가락이 노랗다. 중대백로와 중백로는 여름철 번식기 때는 부리가 검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눈과 가까운 쪽부터 노란색으로 변한다. 반면 천연기념물 제361호이면서 국제적으로도 보호받고 있는 노랑부리백로는 부리가 항상 노란색이다. 발목 아래 노란 얼룩이 있고 머리 뒤에 화려한 장식깃이 여러 가닥 있다.

갈매기도 여러마리 관찰됐다. 새끼 울음소리가 고양이와 비슷해서 이름 붙여진 괭이갈매기는 부리 끝이 검은색과 빨간색이다. 부리에 검은색 대신 노란색이 있으면 목청 좋게 꺼이꺼이 우는 재갈매기다. 쇠제비갈매기의 새끼는 늘어지게 잠만 자다가 어미가 먹이를 물어다주면 받아먹는다. 먹이를 먹다가 떨어뜨려도 어미가 주워 씻은 다음 다시 물어다줄 정도로 응석받이다.

검은머리갈매기 가족 발견


도요목 갈매기과 검은머리갈매기. 갈색을 띠는 새가 새 끼다.


9시도 안돼 강화도를 출발한 탐사팀이 도착한 곳은 인천 연수구 동춘동. 이곳에는 송도정보화신도시를 개발하는 중이기 때문에 넓은 매립지가 형성돼 있다. 어떤 새를 만날 수 있을까 한껏 기대를 안고 억센 풀이 가득한 매립지 안에 발을 들여놓았다.

몇명씩 나뉘어 습지 일대를 돌며 새들을 찾아보던 중 누군가가 황조롱이를 발견했다. 육식성인 황조롱이는 날카롭게 굽은 발톱으로 들쥐를 잡아먹는다. 천연기념물 제323호이나 비교적 흔해 도시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황조롱이의 움직임을 쫓느라 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기자는 또 뭔가를 발견했다는 소리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습지 바닥을 관찰하던 하순호 조교가 흰물떼새 알이 한참 부화하고 있는 둥지를 찾아냈던 것이다. 물새 둥지는 산새가 만드는 수북한 모양이 아니라 작은 나뭇가지 몇개로 땅바닥에 울타리 정도만 만든 단출한 형태다.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둥지 안에는 크림색 바탕에 갈색 또는 회색 얼룩무늬가 있는 알이 들어 있었다. 한개는 이미 부화해 새끼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중이었고, 나머지 두 알에서도 세상과의 첫만남을 위한 힘겨운 몸짓이 한창이었다. 알을 깨는데 꼬박 하루가 걸리기도 한다. 처음 알에서 나온 새끼는 몸이 젖어 있고 힘이 없지만 30분 정도 지나면 걸을 수 있다. 또 한달이 지나면 날 수 있다. 성체가 되면 다리가 검고 부리부터 눈까지 검은 줄이 이어져 있다. 김 교수는 “알이 부화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지금은 이미 번식기가 거의 지난 때라 이들은 사람으로 치면 늦둥이”라고 설명했다.

새는 보통 알을 낳자마자 바로 품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작은 새가 알의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알을 품는 기간도 짧다. 종다리는 12-13일, 참새는 2주 간 알을 품는다. 몸집이 큰 독수리는 60일 가까이 알을 품기도 한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오면 알이 썩어버리거나 떠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또는 침입자가 나타나 어미가 알을 미처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여러가지 이유로 알을 잃어버리면 알을 품어야 할 시기에 어미는 할 일이 없다. 어떤 새들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주변에 떨어져 있던 전구를 품기도 했다고 한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탐사팀은 송도를 벗어나기도 전에 환호성을 질렀다. 번식기가 끝난 검은머리갈매기 어미가 새끼를 돌보는 모습이 차창 밖 가까이에서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미가 먹이를 토해 새끼에게 주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국제적 희귀종인 검은머리갈매기 어미의 몸 색깔은 잿빛과 흰색이지만 새끼는 잿빛과 갈색이다. 그런데 이름처럼 머리가 검은색이어야 하는데 어떤 새는 머리가 희끗희끗해 보였다.

“검은머리갈매기의 겨울깃은 머리가 흰색”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많은 새들의 경우 번식기 때의 깃털 색깔을 여름깃, 번식기가 아닌 때의 깃털 색깔을 겨울깃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 보호종인 검은머리갈매기를 송도와 영종도에서 볼 수 있다.

탐사팀의 오후 일정은 인천 옹진군 영흥도 일대 탐사. 검은댕기해오라기를 이곳에서 처음 만났다. 머리 뒤에 검은색 깃이 있는 이 새는 눈 주위가 청록색이다. 숲 속에 둥지를 틀고 먹이는 얕은 물가로 나와서 먹는다. 평소에는 목을 움츠리고 있지만 먹이를 잡을 때는 목이 용수철처럼 늘어난다. 깃털을 떨어뜨려서 물고기가 모이면 그때 잡아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도구를 쓰는 동물의 사례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해오라기는 밤에도 먹이를 잡으러 다니는 반야행성이다. 갈대밭에 둥지를 틀고 등에 어두운 색 점이 있는 큰덤불해오라기는 세계적인 희귀종 가운데 하나다.

오후 7시 30분 탐사팀은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에서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작은 배 위에서 모기를 쫓으며 담소를 즐기는데 여념이 없던 탐사팀 주위로 어느새 괭이갈매기 무리가 모여들었다.

한여름에 만난 겨울철새 비오리

서산시, 홍성군, 보령시, 안면도에 둘러싸인 충남 태안반도 남쪽의 천수만은 총 해안 길이가 약 2백km에 이른다. 1984년 완성된 이곳 간척지의 총 면적은 4천7백만ha(헥타아르)로 여의도 면적의 약 30배가 넘는다고 한다. 탐사팀은 먼저 B지구 간척지인 부남호 일대를 돌아봤다.

이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전기형 교사의 설명에 따르면 간척사업으로 형성된 커다란 호수가 휴식처가 되고 주위 논에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새들이 천수만을 찾는다.

가슴 부분에 붓으로 그어놓은 것 같은 세로줄이 있는 새가 왜가리. 머리 뒤에 댕기가 두어가닥 있어 바람이 불면 여고생의 땋은 머리처럼 날린다. 부리 끝이 노랗고 얼굴이 하얗다. 호수 위에 떠있는 논병아리는 눈과 부리 안쪽이 노란색이고 깨르륵 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마치 머리카락을 치켜올린 것처럼 머리 위에 뾰족한 깃털이 있고 뺨에 붉은 털이 난 새는 뿔논병아리다. 논병아리는 다리가 몸 뒤쪽에 있기 때문에 깊은 물에서 헤엄치기에 좋으나 땅위에서는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 걷는다. 이는 물닭도 마찬가지. 이마가 흰 것이 특징인 물닭은 몸 전체가 진한 검은색이다. 논병아리와 물닭은 잠수해서 먹이를 잡기도 한다.

탐사팀은 근처 정자로 이동했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갈마리. 정자 옆에는 커다란 검은 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정자에서 만난 주민들은 “검은여라고 불리는 이 돌들에는 유래가 있다”며 검은여의 뒤편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가보니 사람 키보다 2-3배 높은 비석에 글씨가 빼곡이 새겨져 있다.

때는 문무왕 11년(671).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는 당나라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했다. 대사를 사모한 당나라 젊은 여인이 결혼하기를 원했다. 의상대사가 거절하자 당녀는 바닷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의상대사는 당녀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문무왕 17년 당나라와 가장 가까운 부석면 도비산에 절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심한 반대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일고 검은 거암이 공중에 둥둥 떠돌며 “절 짓는 일을 방해하면 재앙을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그후 부석사가 완공되자 공중에 떠돌던 거암이 부석사가 보이는 이곳에 떨어져 검은여가 됐다고 한다. 검은여는 조수간만의 차에도 불구하고 항상 떠있는 것처럼 보여 ‘부석’이라고 불리게 됐다.

슬픈 전설을 간직한 정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김 교수는 “새가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사실 자체도 과학”이라며 “사회 전체적으로 사람과 공존하는 다른 생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형훈 교사는 “학생들이 교과과정에서 생태학에 대해 거의 배우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짧은 토론을 마친 탐사팀은 오후 일정인 A지구 간척지 간월호 일대 탐사를 시작했다. 여기서는 물위를 살그머니 날다가 물고기를 발견하면 총알처럼 물 속으로 들어가는 물총새를 만날 수 있었다. 꽁지가 짧고 날개가 진한 초록색이다.

버스 안에서 새들을 관찰하던 중 김 교수는 갑자기 차창 밖을 가리켰다. 비오리 수컷 한마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에 볼 수 있는 오리는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새라고 알려져 있던 비오리가 7-8년전 동강에서 여름철에 처음 발견된 바 있다. 최근 서산 간척지 일대에서도 여름철에 비오리를 봤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이날 사실임을 확인한 셈이다. 비오리는 잠수해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보통 오리와 달리 부리가 긴 톱니 모양으로 생겼다.

이날 마지막 일정인 금강하구 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경. 이곳에는 유난히 도요가 많았다. 도요는 갯벌의 지표가 되는 새다. 게가 많은 갯벌에는 아래쪽으로 휘어진 부리를 갯벌에 푹 박아 게를 잡아먹는 알락꼬리마도요가 많이 찾아온다. 얼굴-목-배까지 이어진 검은 줄이 있는 개꿩은 갯벌 표면에 있는 갯지렁이를 잡아먹는다. 때문에 개꿩이 많이 발견되면 갯지렁이가 많은 갯벌이라는 증거다. 꼬까도요는 돌멩이를 뒤집어 그 아래에서 먹이를 꺼내 먹는다. 따라서 꼬까도요가 많이 찾는 갯벌에는 작은 돌멩이가 많다.


여름철새인 황새목 백로과 황로들과 다정히 앉아있는 소. 머리가 흰 것은 새끼, 노란 것은 어미다.


휘어진 부리로 갯벌에서 먹이 찾는 도요

넷째날 오전 탐사팀은 전북 군산시 옥구읍 옥구염전 옆 제방도로에 모여 앉아 새를 기다렸다. 하지만 마침 썰물 때라 새들이 육지에서 먼 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스코프로도 도요 무리가 아주 작게 보일 뿐이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장소로 향한 탐사팀이 도착한 곳은 변산온천에서 약 3백m 떨어져 있는 해창갯벌.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띤 것은 매향비였다. 약 33km, 세계 최대 길이의 새만금 방조제 건설을 반대하고 갯벌이 보전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2000년 1월 30일 세워졌다. 갯벌 한가운데에는 게, 물고기, 배, 철새 모양의 나무조각들이 얹혀진 솟대 모양의 향나무가 줄줄이 서있었다. 갯벌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여러 종교·환경단체의 뜻이 담겨 있다.

저녁식사를 마친 탐사팀은 한자리에 모였다. 김 교수는 여기서 일반적인 새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새는 좀더 효과적으로 날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진화해 왔다. 때문에 새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많은 특성을 갖게 됐다.

몸무게가 가벼울수록 날기 쉽다. 새의 두개골에는 이빨이 생략돼 있다. 최대한 뼈를 간단히 해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또 새의 발은 큰 발가락 4개로 이뤄져 있다. 작은 뼈 27개와 발가락 5개로 복잡하게 구성돼 있는 사람의 발에 비하면 훨씬 간단하다.

또한 부리의 모양은 새가 어떤 환경에 적응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같은 갯벌에서 여러 종의 도요가 함께 서식할 수 있는 것은 부리의 모양과 관계가 있다. 뒷부리도요는 위쪽으로 휘어진 부리로 갯벌 표면을 쳐서 먹이를 잡아먹고, 마도요는 아래쪽으로 휘어진 부리를 갯벌 속 깊이 넣어 먹이를 찾는다.

새가 공중을 날면서 멀리 있는 적과 먹이를 구별하려면 눈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경우 두개골 전체 부피의 약 20분의 1이 눈인데 비해, 새는 두개골 전체 부피의 약 5분의 1을 눈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시력도 사람보다 월등해 총천연색을 구별한다. 황조롱이는 심지어 자외선까지 구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다섯째날 아침 탐사팀이 찾은 곳은 전북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운호저수지와 줄포면 만화동 반계선생유적지 입구. 팀원들은 생물교사답게 주변의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하고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오가 지나 전주에 도착한 탐사팀은 이번 탐사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새롭게 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 공감했다. 또 교단으로 돌아가면 학생들에게 새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들이 서식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전달해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정숙 교사는“물떼새가 힘겹게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편안함 속에서 안주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좀더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교사들은‘팔도새사랑’(cafe.daum.net/birdinko)이라는 이름의 동호회를 만들어 앞으로도 계속 새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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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김용해 편집위원
  •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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