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NASA가 주관하고 캐나다우주국(CSA)이 협력한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Deep Space Food Challenge)’의 국제 부문 우승을 거머쥔 단백질이 있습니다. 이름은 ‘솔레인(Solein)’. 핀란드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솔라 푸드(Solar Foods)가 개발한 제품입니다.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는 최소한의 자원으로 안전하고 영양가 있으며 맛있는 식량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찾고자 개최됐습니다. 우승자인 솔라 푸드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 솔레인을 만들었습니다.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세균에 공급해 발효하고, 생성된 미생물을 건조하면 노란색 단백질 파우더가 완성되죠. 솔레인은 단백질 78%, 식이섬유 10%, 지방 6%, 무기질 4%, 탄수화물 2%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인체에 꼭 필요한 9가지 필수 아미노산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단백질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무궁무진합니다. 파스타나 빵을 반죽할 때 활용할 수 있고, 대체육을 만드는 원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솔레인은 싱가포르에서 판매 승인을 받은 상태죠.
솔레인이 개발된 데는 유럽우주국(ESA)의 지원이 있었습니다. ESA는 여러 민간 업체에 필요한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우주 기술이 개발되고 또 상용화되도록 지원하고 있거든요.
솔라 푸드는 어떤 미생물을 활용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진 미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수소독립영양생물’입니다. 수소독립영양생물은 수소를 에너지원 삼아 대사하는 생명체로, 이때 이산화탄소나 질소를 재료로 단백질을 생성합니다. 1967년, NASA에서 발행한 보고서는 수소독립영양생물을 우주에서 배양하면 우주 비행사들이 호흡으로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동시에 식량을 만들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이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당시엔 기술이 부족해 실용화하는 데 실패했지만 2008년, 미국의 물리학자 리사 다이슨 등이 여기에 영감을 받아 수소독립영양생물로 단백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이산화탄소로 대체육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까지 성공했습니다. 이들이 수소독립영양생물로 만든 단백질 이름은 ‘에어프로틴(Air Protein)’, 대체육의 이름은 ‘에어미트(Air Meat)’입니다.
다시 솔레인 얘기로 돌아와서, 솔레인은 에너지 공급원인 수소를 물에서 얻는 게 특징적입니다. 별도의 수소 저장 탱크 없이 우주선 내에서 수소를 공수하는 전략을 취한 겁니다. 물을 분해할 때 필요한 전기는 태양광으로부터 얻을 수 있습니다. 단백질 중심의 ‘완전식’을 미생물로부터 직접 만들어내는, 그래서 극한 환경 속 장기 체류를 가능케 하는 푸드테크 기술입니다. 이 기술이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에서 국제 부문 우승을 거머쥔 건 그런 지속 가능성이 제대로 인정받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정란과 선풍기가 있다면 집에서도! DIY 배양육
배양육은 동물의 근육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만든 고기입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식품으로 꼽힙니다. 현재 미국, 싱가포르, 이스라엘에서 배양육 판매가 허용됐고, 한국에서도 2023년 5월 세포 배양 기술로 생산된 원료를 식품 원료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배양육을 실험실이나 공장이 아닌, 가정집에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쇼진미트 프로젝트’는 배양육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해 누구나 집에서 고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DIY(Do It Yourself) 배양육’ 시민 과학 프로젝트입니다. 2014년, 하뉴 유키 인테그리컬쳐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최초로 제안했습니다.
4월 8일 서울대에서 만난 조철훈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쇼진미트 프로젝트를 두고 “재밌는 아이디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조 교수와 함께 세부 단계를 살펴보니, 결코 쉽지 않은 DIY였죠. 우선 유정란이나 냉동 세포에서 세포를 추출합니다. 유정란의 경우 12일 된 배아에서 세포를 추출할 것을 제안합니다. 따라서 집에 부화기가 필요합니다. 또 분해 효소로 조직을 분해해야만 필요한 세포만 추출할 수 있습니다. 쇼진미트 프로젝트에서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효소인, 파인애플에서 추출한 ‘파파인’을 제안합니다.
다음 순서론 선풍기와 테이프, 튜브를 준비해 세포를 분리하고 모아야 합니다. 튜브에 세포를 담고 테이프로 선풍기 날개에 고정해 강한 세기로 선풍기를 약 1~3분간 돌리면 액체 속에 떠 있는 세포를 원심력으로 밀어내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선풍기엔 최소 2개의 튜브를 맞은편에 부착해야 하는데 조 교수는 “원심력을 제대로 만들어내기 위해선 두 개의 튜브 무게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세포만 따로 모았으면 배양액에 담가 성장을 촉진해야 합니다. 실험실에서는 DMEM이란 배양액을 사용하지만, 가정집에서는 이온음료와 증류수를 6:4로 섞은 대체 배양액을 사용합니다. 또 빵 반죽을 발효할 때 쓰는 이스트와 계란 노른자로 만든 보조제도 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돕는다고 합니다. 10년 동안 쇼진미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입니다.
이후 온열 매트나 발포 박스 등을 활용해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조건을 맞춰줍니다. 그리고 현미경이나 스마트폰 40배 확대경을 사용해 세포 성장 상태를 확인합니다. 이때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한 오염을 막기 위해 70% 농도의 에탄올로 배양 용기나 작업대, 손 등을 소독해야 하며, 소형 공기청정기나 플라스틱 박스 등을 활용해 무균대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세포 배양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오염이에요.” 조 교수는 쇼진미트 프로젝트가 배양육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분명히 하겠지만 실제로 가정집에서 배양육을 기르는 것은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가 짚은 가장 큰 문제가 오염입니다. 오염에 맞서, 배양육 실험실은 마치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처럼 운영됩니다. 하지만 집에서 이같은 멸균 환경을 조성하고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진미트 프로젝트가 2014년에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미래 식량과 첨단 푸드테크 기술에 대한 상상과 논의를 대중의 일상으로 끌어들였다는 점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을 만합니다.
